[양낙규의 Defence Club]'북, 고체연료 미사일에 핵탄두 결합 실험 남았다'

양낙규 2023. 4. 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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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고체연료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첫 시험발사하면서 고체연료 기술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군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3일 오전 7시23분께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쐈다. 비행거리 1000㎞에 고도 약 3000㎞ 미만으로 알려졌는데, 기존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때 보이지 않았던 제원이다.

군은 여기에 미사일의 발사 특성과 궤적 형태 등을 더해 초기 분석한 결과 이번 발사가 새로운 무기체계를 시험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고체연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고 액체연료 미사일은 촛불과 비슷한 형태로 화염이 모인다. 고체연료를 쓰면 순간 추력이 강하기 때문에 상승 속도도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빠르다. 이런 차이점을 한미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탄도미사일은 지상발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 미사일로 구분되는데 사거리에 따라 근거리탄도미사일(50-300km), 단거리탄도미사일(300-1000km), 중거리탄도미사일(1000-3000km),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3000-5500km), 대륙간탄도미사일(5500km 이상)으로 세분된다. 아울러 고체연료를 사용하는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북한의 첫 고체연료 미사일은

북한이 처음 고체연료를 사용한 미사일은 근거리탄도미사일인 독사(KN-02) 미사일이다. 최대사거리 120km로 러시아의 토차카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이후 1976년 이집트에서 스커드-B(사거리 300km) 미사일을 도입한 뒤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개발에 나서 1984년에는 스커드-B 모방형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1986년에는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 모방형을 시험 발사한 뒤 1988년부터 이들 미사일을 작전 배치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90년대에는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300㎞의 노동미사일을 실전 배치함과 더불어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첫 고체연료 미사일인 독사(KN-02) 시작으로 ICBM까지 완성

1998년에는 북한의 첫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인 ‘대포동 1호’(사거리 2500km) 발사가 이뤄졌다. ‘대포동 1호’는 한미가 붙인 이름으로, 북한은 당시 첫 인공위성 ‘광명성 1호’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북한은 2006년 사거리 67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했으며, 2009년과 2012년(2회)에도 인공위성으로 가장한 대포동 계열 장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끝에 2012년 12월 ‘은하 3호’ 때는 3단 분리에 성공했다. 북한은 2012년 이후 사거리 9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KN-08과 그 개량형인 KN-14를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사거리가 훨씬 긴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주력한 결과 화성-10형(무수단)에 이어 2017년 사거리 5천km의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곧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까지 치고 나갔다. 2017년 7월 사거리 1만km의 화성-14형 시험발사를 2차례 성공했고, 그해 11월에는 화성-15형 시험발사에도 성공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0년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탄도미사일이 최초 공개됐는데. 2021년 10월 북한의 무기박람회 ‘자위-2021’에서 이 미사일의 제식 명칭이 ‘화성-17형(북한 공식 명칭은 ’화성포-17형‘)임이 알려졌다.

그리고 2022년 11월18일 북한은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고각 발사해 약 6100km까지 올려보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힌다.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1만5000km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본토 전략 타격거리(1만3000km)보다 길 뿐 아니라 화성-17형은 다탄두(多彈頭)를 장착할 수 있어 그 공포감이 배가된다고 한다. 그래서 화성-17형은 ’괴물 ICBM‘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은 지난달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화성-17형 발사훈련을 현지 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했다. 통신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045㎞까지 상승하며 거리 1,000.2㎞를 4,151s(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수역에 탄착되였다"고 밝혔다.

고체연료 미사일의 장점은

고체연료 ICBM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5대 과업’ 중 하나다.

당시 김 위원장은 ▲ 극초음속 무기 개발 ▲ 초대형 핵탄두 생산 ▲ 1만5000㎞ 사정권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5대 과업으로 제기했다. 고체연료 ICBM과 관련, 북한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추진력이 140tf(톤포스)에 달하는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의 첫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탑재해 기습발사할 수 있다. 미사일을 탑재한 TEL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신속히 발사하고 터널 등에 숨을 수 있어 피격 가능성이 작다는 군사적 장점이 있다.

북한이 ICBM에 액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일주일이내 발사해야 한다. 고체연료와 달리 액체연료의 경우 주입 뒤 1주일이 지나면 산화 등의 영향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새로 주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한다면 산화제도 추가로 넣어야 해 발사 징후가 상대국의 정찰위성 등에 포착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산화제가 혼합된 고체연료는 추진체에 미리 넣어두는 방식이어서 별도 연료 주입 절차가 생략된다. 언제든지 즉각 발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액체연료의 산화제는 맹독성 물질로 일단 미사일 추진체에 주입하면 장기간 보관이 힘들지만, 고체연료는 탄두와 일체형이어서 10년 이상 보관하거나 운반할 수 있다.

고체연료 미사일에 핵탄두 달면

북한은 2016년 화성-13형용 ‘증폭핵분열탄’ 추정 핵탄두, 2017년 화성-14형용 ‘수소탄’ 핵탄두를 공개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에는 ‘전술핵탄두’를 처음 공개했다. ‘화산-31’이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남한을 겨냥한 위협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셈이다.

북한이 공개한대로라면 전술핵탄두 ‘화산-31’은 탄두의 직경이 40~50㎝로 추정되며 600㎜ 초대형방사포(KN-25) 안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이외에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화살-2 순항미사일, 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화살-1 순항미사일,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도 장착 가능하다.

하지만 군당국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서 전력화가 완료됐다고 보려면 실제와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에 성공해야 한다"며 "아직 확인된 게 없기 때문에 무기로서 활용이 가능한지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전술핵탄두를 공개하면서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핵탄두를 공개한 직후 5차, 6차 핵실험에 나선 전례도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은 높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지난해 11월 미국의소리(VOA)에 "전술핵과 중거리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보유한 북한이 야심 찬 핵무기 프로그램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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