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하는 초6 금쪽이... 오은영 "한 아이 살리는 마음으로"

김종성 2023. 4. 15. 11: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김종성 기자]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그냥 내버려둬. 내가 알아서 살게." (금쪽이)

13세 딸의 가출. 집을 나간 후 3일째 연락이 두절된 금쪽이 때문에 애가 탄 엄마는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다. 사연을 들은 제작진은 긴급 사안이라고 판단해 속전속결로 출연을 결정했다. 이례적인 경우였다. 14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 두 딸을 키우는 부모가 출연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금쪽이의 첫 가출은 2022년 11월이었다. 아빠와의 갈등이 이유였는데, 할머니가 말려도 뿌리치고 집을 나갔던 모양이다. 현재까지 가출 경력은 총 3번. 오은영 박사는 긴급상황이 맞다며 우려했다. 촬영 전날에도 가출을 감행한 금쪽이는 다행히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대화를 시도했는데, "이렇게 싸우는 거 안 지겨워?"라는 차가운 말만 돌아왔다. 금쪽이는 대화를 거부했다. 

다음 날 아침, 거실로 나온 금쪽이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엄마는 눈치를 보며 대화를 시도했다. 내용은 사실상 잔소리에 가까웠는데, '할 건 하고 살자'는 엄마의 말에 금쪽이는 한마디 대꾸도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방까지 쫓아 들어간 엄마는 계속해서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이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자 금쪽이는 저항했다. 모녀가 첨예하게 맞섰다. 

답답함을 느꼈는지 금쪽이는 짐을 싸더니 밖으로 나가려 했다. 엄마는 쫓아가 뜯어말려 봤지만, 이젠 힘에서 당해내질 못했다. 결국 금쪽이는 집 밖으로 나갔고, 엄마는 다급히 쫓아가 금쪽이를 붙잡아 세우려 했다. 둘은 거리에서 또 다시 대립했다. 말은 점점 거칠어졌다. 금쪽이는 "꺼져!"라며 거친 말을 내뱉었다. 엄마도 더 이상 잡을 힘이 없었다. 금쪽이는 왜 이렇게 가출을 하려는 걸까. 

"저는 지금 한 아이를 살리는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낼 겁니다." (오은영)

가출하는 금쪽이의 마음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모녀는 언제 가장 많이 부딪칠까. 오은영의 질문에 엄마는 "잘못을 지적할 때"라고 대답했다. 이를테면 (엄마가 판단했을 때) 일상샐활의 (잘못된) 습관을 지적할 때나 공부로 인한 갈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스러운 건 금쪽이가 가출을 할 때도 학교에는 꼬박꼬박 출석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가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리 물어도 함구하고 있다고 한다. 

오은영은 청소년 가출의 유형을 ①보복형 ②허세 과시형 ③도피형으로 3가지로 정리했다. 보복형 가출은 부모를 괴롭히기 위해 보란 듯 비행을 일삼는 것이고, 허세 과시형 가출은 집을 나가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피형 가출은 가정 또는 학교에서의 갈등으로 인해 대인관계를 끊고 도피하는 것이다. 적어도 금쪽이는 도피형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저녁 8시, 엄마와 아빠는 휴대전화가 꺼져 연락조차 되지 않는 금쪽이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다행히 금쪽이는 귀가했지만,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엄마는 앞서 금쪽이가 했던 거친 말에 대해 사과하라고 푸쉬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엄마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참다못한 엄마의 언성이 높아졌고, 금쪽이도 매섭게 노려봤다. 모녀는 팽팽하게 맞섰다. 

사춘기의 반항일까. 오은영은 '자녀의 첫 가출 시작 시기'와 관련한 통계를 언급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2021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가출한 청소년 중 55.5%는 첫 가출이 13~15세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녀의 가출 원인 1위는 무엇일까. '부모와 집에 있기 싫어서'였다. 오은영은 갈등은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가출 문제는 가족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춘기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평생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오은영)

오은영은 사춘기 자녀는 부모 입장에서 굉장히 다루기 어렵다며, 그러다보니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사춘기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평생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며 경각심을 불어 넣었다.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고, 마음과 정서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시기에 내면에 타격을 입게 되면 트라우마가 남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친구들을 만나러 간 금쪽이는 엄마에게 맞았던 얘기를 꺼내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너무 심각한 상황이었다. 엄마는 금쪽이가 4살 때 파리채로 훈육을 시도했던 일이 있었는데, 당시의 심정을 "온몸에 피멍이 든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고 표현했더니 금쪽이가 사실로 믿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망상도 아니고, 거짓말쟁이도 아니라고 단언했다. 단지 금쪽이는 학대라고 느끼고 있을 뿐이다. 본인이 느끼기엔 너무 큰 상처였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어렸을 때 겪는 물리적 힘에 의한 두려움은 인지적으로 기억하지 못해도 뇌와 마음에 저장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엄마는 이에 대해 사과했었지만, 금쪽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대답했다. 

모녀 갈등의 원인, '나쁜 아이' 프레이밍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도대체 모녀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오은영은 엄마가 금쪽이를 대할 때 철저하게 교정과 수정을 해줘야 하는 '나쁜 아이'로 프레이밍하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엄마는 '아이가 엇나가지 않게 나는 많은 노력을 했어'라며 아이보다 노력하는 자신에 집중하고 있었다. 딸이 문제여야 엄마 마음이 편했고, 딸을 교정하고 통제하기 위해 타당성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아빠는 금쪽이와 대화를 시도했다. 이때 엄마는 방을 치우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밀린 숙제하듯 잔소리를 시작했다. 결국 가시 돋힌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다. 아빠는 "그럼 너 우리랑 왜 사는데?"라고 몰아붙였고, 엄마는 다른 일들까지 끄집어내 잔소리 폭격을 했다. 금쪽이는 "내가 엄마 자식이었어?"라고 쏘아붙이더니,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들을 폭발시켰다. 

금쪽이는 과거 친구와의 갈등에서 자신이 아니라 친구 편을 들어준 부모에게 서운함을 내비쳤다. 또, "조용히 내 말 들어준 적은 있어?", "고생했다고 한마디 해준 적은 있어?"라며 마음속의 깊은 응어리를 풀어놨다. 금쪽이는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것이다. 부모는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금쪽이를 이해하지 못 하고 추궁했고, 대화는 상처만 남긴 채 끝나버렸다. 

오은영은 엄마, 아빠가 금쪽이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만 바라보는 것 같다며, 금쪽이가 가여웠다고 말했다. 2:1로 금쪽이를 몰이붙이는 부부의 잔소리가 가혹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금쪽이의 속마음은 어떨까. 금쪽이는 집 얘기를 꺼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왈칵 흘렸다. 답답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힘든 마음에 하면 안 될 행동까지 시도했었다는 얘기를 힙겹게 꺼냈다. 

"나도... 엄마 아빠를 사랑하고 싶어. 그리고 나도 조금의 사랑이라도 받고 싶어." (금쪽이)

금쪽이를 위했던 노력이 금쪽이를 외롭게 만들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엄마는 이제야 깨달은 진실에 뒤늦게 후회했다. 아빠도 밀려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행복한 가족, 집콕 프로젝트'였다. 그는 엄마에게 '말수 줄이기'라는 미션을 제시했다. 그리고 10개 단어 미만으로 말하라고 못박았다. 물론 잔소리도 최소화해야 했다. 지시는 한 번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우선, 연극 치료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채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금쪽이 역할을 맡아 자리에 앉은 엄마는 자신이 금쪽이에게 수없이 했던 모진 말들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금쪽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제 엄마, 아빠는 비로소 금쪽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문제는 금쪽이의 마음이었다. 상처를 치유하는 감정 징검다리를 만들어 치유하는 과정이 이어졌는데, 금쪽이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했다. 첫 번째 감정인 '증오'에서부터 쉽사리 발을 내딛지 못했다. 엄마가 말을 건넸지만, 금쪽이는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엄마가 다가오는 것조차 거부했다. 숨막히는 정적이 흘렀고, 금쪽이는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너무 늦어버린 걸까. 

다음 날, 엄마는 금쪽이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넸다. 하지만 금쪽이는 여전히 냉담했다. 엄마는 화내지 않고 기다려주기로 했다. 며칠 후, 엄마는 금쪽이의 취미를 함께 하기 위해 댄스 학원을 찾았다. 모녀는 커플 댄스를 추며 같이 합을 맞췄다. 엄마는 계속 장난을 걸며 금쪽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의 끈질긴 노력에 금쪽이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는 듯했다. 

엄마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끄러운 잔소리 대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하기 위해 매일같이 연습했다. 드디어 실전의 시간이 됐다. 엄마는 따뜻한 말투로 금쪽이에게 다가갔다. 밝은 텐션을 유지하며 친절하게 대했다. 그러자 모녀 사이의 장벽은 조금씩 무너졌다. 금쪽이의 표정은 조금씩 밝아졌다. 엄마와 아빠는 금쪽이와 친구들을 불러 떡볶이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과연 엄마와 아빠의 노력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그날 저녁, 금쪽이는 갑자기 화장실로 들어가 대야에 물을 받아서 나왔다. 그리고 엄마를 위한 세족식을 시작했다. 잠시 말이 없어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고 표현을 못 했던 것 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라는 금쪽이의 말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렇게 모녀는 마음을 열었고, 서로를 향해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전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