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얼굴 등 온몸 두드러기…벌레 득실 모텔 사장의 항변
벌레가 있는 모텔 침대를 이용한 뒤 온몸에 두드러기 증상을 보인 남성이 모텔을 구청에 신고했다. 과실치상 등으로 형사 고소도 검토하고 있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투숙객 A씨는 “처음엔 두드러기가 환절기 면역력 저하 때문일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너무 심해졌다. 의사는 알레르기 피부염이나 두드러기 같다면서도 물린 자국이 보이는 등 독특한 증상이라고 말했다. 모텔 사장은 벌레가 나온 시트를 보여줬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비슷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A씨는 숙소를 옮기고 벌레가 나온 모텔 측에 이틀간 일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임금 손실과 두드러기 피해에 대한 위로금을 요구했으나 모텔은 병원비만 물어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은 현장 조사 후 시정명령과 과태료 등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30대 A씨는지난 1일 서울 한 건설 공사 현장의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동료들과 출장을 와서 모텔에 투숙했다. 그는 5층에 묵었고 다른 동료 2명은 2층에 방을 잡았다.
그런데 3일째부터 두드러기가 올라오더니 5일째 그 상태가 심해졌고 9일째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져 근처 대형 병원의 응급실을 찾아 치료받았다. 두드러기가 생긴 부위는 옷을 걸치지 않아 침대 시트와 맞닿은 엉덩이, 목, 팔, 다리, 얼굴 등이었다. 의사는 진드기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A씨는 이에 모텔로 돌아와 침대 시트를 들춰보고 깜짝 놀랐다. 침대 시트의 접힌 모서리에 많은 벌레가 바글바글 기어 다니고 침대 시트는 시커멓게 오염돼 있었다.
그는 두드러기 때문에 간지럽고 따끔거려 이틀 동안 아예 일을 못 했고 병원에서 약과 주사를 처방받아 계속 치료를 했지만, 현재까지도 두드러기 증세가 다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한다.
A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린 벌레 영상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확인 결과 모텔 측은 정기적으로 청소와 소독을 하고 손님이 바뀔 때마다 침대 시트를 갈아주지만, 장기 투숙객들이 묵는 방의 경우 청소와 소독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벌레는 A씨 방에서만 나왔으며 그의 동료 등 다른 고객이 묵은 방에는 이상이 없었다.
모텔 사장은 “두 달에 한 번씩 객실 소독을 하지만 장기 투숙객이 많아 제때 청소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를) 더 열심히 안 한 점이 있다. A씨가 묵은 방의 침구류는 모두 버리고 벌레 청소와 정밀 소독을 진행했다. 벌레는 집먼지진드기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씨에게 병원비를 물어주고 모텔에 계속 더 묵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는데 일당 손실과 위로금을 요구한다. 20년 이상 영업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A씨가 세균을 옮겨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독을 더 강력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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