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무죄로 체면 구긴 검찰, 아들 곽병채 정조준 하나
[김종훈 기자]
▲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고 밖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곽 전 의원은 남욱 변호사에게 받은 5천만원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
ⓒ 이희훈 |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 뇌물' 의혹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선 검찰이 아들 곽병채씨를 정조준하고 있다. 곽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퇴직금 명목의 50억원을 '성과급을 가장한 뇌물'로 보고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새로 적용하기로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된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곽병채씨에 대한 추가 수사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곽상도 전 의원과 아들 곽병채에 대한) 추가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금 추적을 통해 혐의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범죄수익은닉 및 자금 세탁, 뇌물 공여에 대해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8일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곽병채씨가 받은 퇴직금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병채가 곽상도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금품 및 이익이나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사정들이 존재하나, 이를 곽상도가 직접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이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바꿔 말하면 의심 되는 정황은 있지만 검찰이 제대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무죄로 선고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1심 무죄 선고 후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사건 수사 초기 검찰은 아들 곽병채씨를 곽 전 의원과 함께 뇌물 혐의 공범으로 보고 조사했지만 기소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뇌물죄는 직무와 관련해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공무원이나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사람을 처벌하도록 돼 있다. 성과급 50억원의 실제 수령자가 곽 전 의원이라면 그와 아들 곽씨가 '뇌물 수수 공범'이 되지만, 곽 전 의원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뇌물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검찰이 항소심에서 유죄 입증을 위해서는 곽상도-곽병채의 관계를 하나의 '경제적 공동체'로 간주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아들 곽씨가 화천대유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이 곽 전 의원이 수수한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아들 곽씨가 받은 50억원에 대해 이를 '성과급을 가장한 뇌물'로 보고 범죄 수익 은닉 혐의를 추가로 들고 나왔다.
▲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이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고 밖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곽 전 의원은 남욱 변호사에게 받은 5천만원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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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11일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 같은 혐의 입증을 위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다.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는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가 뇌물수수 혐의 공범으로 포함됐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호반건설과 부국증권은 2015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 당시 산업은행 컨소시엄을 구성해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이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과 경쟁했다. 검찰은 호반건설이 경쟁 상대였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 중인 하나은행을 빼내 컨소시엄을 와해시키려 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과 친분이 있는 곽상도 전 의원을 통해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로비를 부탁했거나, 곽 전 의원이 실제 로비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검찰로서는 대장동 사업의 가장 큰 고비였던 성남의뜰 컨소시엄 와해 위기를 막기 위해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일당의 부탁을 받아 로비에 나섰고, 이에 대한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원을 수수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다. 현재 검찰은 산업은행 컨소시엄 관련 자료를 확보, 산업은행 컨소시엄 측이 경쟁자였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하나은행 이탈을 압박한 추가 증거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 대장동 개발 관련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가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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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곽 전 의원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담긴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 내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3월 13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대장동사업 민간개발업자 남욱씨의 2021년 10월 22일 검찰 신문조서 내용이다. 남씨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지킬 수 있었던 '뒷배'로 망설임 없이 곽상도 전 의원을 지목했다.
"2015년 2월과 3월 공모절차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산업은행 컨소시엄 뒤에 있던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하나은행 회장 김정태를 직접 찾아가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깨고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이 같이 대장동 사업을 하자고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하나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호반건설 관련 자금을 모두 인출해 갈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하나은행 회장 김정태의 마음이 흔들려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깨질 뻔 했는데, 김만배가 당시 곽상도 전 민정수석에게 부탁을 했고, 곽상도가 김정태 회장에게 말을 해서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도록 막아줬다고 들었습니다."
대장동 일당들의 대화를 녹음한 '정영학 녹취록'에도 김만배씨가 곽병채씨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2020년 4월 4일 김만배와 정영학이 교대역 한 커피숍에서 나눈 아래 대화가 대표적이다.
김만배 :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
정영학 : 그냥...
김만배 : 며칠 전에도 2천만원 (...) '아버지가 뭘 달라냐?'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 그래서 '야 임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중략)한 서너 차례 짤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후략)
정영학 : 형님도 골치 아프시겠습니다.
김만배 : 응. 골치 아파.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곽 전 의원을 포함하는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검찰로선 부담이다.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특검 법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어 12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50억 클럽' 특검법이 이달 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민주·정의 "50억 클럽 특검법, 법사위 처리 지연시 패스트트랙" https://omn.kr/23hiu).
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한 야권의 특검 의지가 강한 만큼 이달 안으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는 180일 안에 법안 심사를 마치고 다시 60일 안에 본회의에 상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야당의 특검 추진이 검찰에게는 최장 8개월 안에 '50억 클럽' 수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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