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부터 곽튜브까지... '예능총회' 부활시킨 김태호의 속내

김상화 2023. 4. 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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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테오 유튜브 총회 개최... 지상파와 전혀 다른 환경 속 콘텐츠 제작 고민

[김상화 기자]

 지난 14일 공개된 '테오유튜브총회'의 한 장면.
ⓒ TEO
 
아직도 7년 전 MBC <무한도전> 예능 총회편을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2016년 1월 9일 방영되었던 당시의 에피소드는 이경규, 박명수, 김구라, 서장훈, 김성주 등 그 무렵 TV 무대를 장악했던 대표 예능인들이 총출동해 현재와 미래의 예능 전망을 코믹하게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각종 편집본이 유튜브에서 최대 1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14일 이를 고스란히 유튜브 공간에 새롭게 옮겨 놓은 기획물이 하나 공개되었다. 다름아닌 <테오 유튜브 총회>가 그 주인공이다. <무한도전>을 연출했고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제작사 TEO를 운영 중인 김태호 PD의 주도 하에 TV와 유튜브 개인방송, 웹 예능에서 맹활약 중인 10명을 초대해 향후 '테오 채널'을 통해 선보일 콘텐츠의 뱡향성에 대해 조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물론 진지한 토론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 시청자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MC 홍진경과 장도연의 진행하에 이뤄진 이번 <테오 유튜브 총회>는 예상대로 이경규 vs 박명수의 막무가내식 호통 개그를 시작으로 틈새를 노린 황제성의 성대모사 개인기, 각종 핍박에도 굴하지 않는 주우재와 곽튜브의 입담 등이 어우러져 모처럼 큰 웃음을 안겨줬다. 

오랜만에 부활한 이경규 vs 박명수 호통개그
 
 지난 14일 공개된 '테오유튜브총회'의 한 장면.
ⓒ TEO
 
"유튜브는 리미티드가 없어요. 그냥 가는 겁니다. 그러다가 또 도태되겠죠." ('할명수' 박명수)
"핸드폰에서 나오면 다 유튜브야!" (이경규)

이날 공개된 24분 남짓한 1부의 분위기를 이끌어 간 주인공은 역시 이경규와 박명수가 펼친 무근본 호통개그였다. 초대손님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 착석해 자신을 소개하는 와중에도 두 시람은 과거 <무도> 시절 못잖게 웃음의 주도권을 놓고 옥신각신 신경전을 펼쳤다.  

이경규는 박명수에게 "다나카 상 손대서 욕 엄청 먹지 않았냐"라며 최근 논란이 된 행동을 언급했고 이에 박명수는 "쇼츠로 조회수 400만 가까이 나왔다. 저는 계산하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말을 들은 이경규는 "800만 뷰 예상하고 내가 XXX 한 번 날릴게"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뒤늦게 자리에 착석한 그룹 세븐틴 멤버 승관은 "언제까지 MZ한테 물어봐가면서 하실 건지..."라는 직접적인 반응으로 김태호 PD를 당황시켰다. 웃음 유발을 위한 예능 고수들의 입담이 중심을 차지했지만 초대손님들의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테오 유튜브 총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의견이 하나 둘씩 쏟아졌다. 

유튜브에 대한 저마다 다른 생각
 
 지난 14일 공개된 '테오유튜브총회'의 한 장면.
ⓒ TEO
 
145만 구독자를 보유한 곽튜브는 기본 방송 매체의 인위적인 분위기에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유튜브는 혼자 만들어야 한다", "기성 연예인 보단 일반인들 발굴" 등의 소신을 피력한다. 이에 박명수는 "저 친구가 공중파 나오면 재미없더라구요"라고 반격에 나서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그룹 공식 계정으로 무려 9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세븐틴 승관, 각종 예능을 섭렵 중인 예나는 "작위적인 콘텐츠는 별로...",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로운 개척이 필요하다" 등 예리한 지적을 내놓는다. 그들의 의견에 대해 이경규는 "아이돌들이 다 해먹는 세상은 반대!"라는 고집으로 또 한번 실소를 자아냈다.  

개인 채널 '오늘의 주우재'(구독자 약 88만 명)를 운영 중인 주우재는 30대 예능인들만의 무대가 필요하다며 "언제까지 할 거냐? 안 쉬세요?"라고 언급해 진행을 맡은 홍진경, 장도연의 분노를 유발시킨다. 장년층을 대표한 이경규는 "평소 취미(낚시)와 관련한 영상을 자주 본다면서 "유튜브, 젊은이만 보는 게 아니다", "웃음을 많이 주는 콘텐츠의 수요가 많은 편이다" 등 특유의 입담 못잖게 예능 대부 다운 예리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현재 고민이 담긴 토론 개최
 
 지난 14일 공개된 '테오유튜브총회'의 한 장면.
ⓒ TEO
 
<테오 유튜브 총회>는 어차피 <심야토론> <100분 토론> 같은 프로그램은 아닌 터라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두서없는 온갖 입담 속 웃음 유발이 큰 목적이었다. 이경규와 박명수 조합은 늘 그렇듯이 기본 이상의 재미를 확실하게 보장해주고 곽튜브, 주우재 등은 평소의 소신을 여과없이 표출해 이들과 색다른 옥신각신 케미를 마련한다.  

과거 <무도> 속 인기 아이템을 되살려 본 이번 <테오 유튜브 총회>는 현재 김태호 PD 및 TEO가 갖고 있는 고민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했다. MBC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박차고 회사 설립, OTT(넷플릭스) 및 케이블 채널(tvN, ENA) 프로그램 공급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이지만 '이름값'이란 측면에선 아직까지 시청자들의 기대치와 거리감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유튜브 운영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MBC <놀면 뭐하니?> 초창기 유튜브 기반 아이템이 폭발적인 반향은 없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TEO 채널은 특별한 개성이 담겨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TV라는 기성 매체 시절부터 몸에 배인 습관과 개인 채널 내용에 익숙한 구독자들의 눈 높이 차이에서 오는 일종의 괴리감으로도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수요에 맞춘 콘텐츠 제작 필요
 
 지난 14일 공개된 '테오유튜브총회'의 한 장면.
ⓒ TEO
 
현재 20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나영석 PD의 '채널 십오야'만 보더라도 지난 2019년 개설 초창기엔 라이브 진행시 빈번한 기술 오류, 감당 못할 달나라 여행 공약으로 진땀을 빼는 등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과도기적 상황을 이겨내면서 유튜브에 특화된 각종 숏폼 예능을 쏟아 내는 등 지금의 위치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테오 유튜브 총회> 참석자 중 세븐틴 버논의 지적은 비단 TEO 채널 뿐만 아니라 남들과는 차별화된 유튜브를 운영하고 싶은 기존 방송 매체가 귀 담아 들어볼 만했다.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들을 피력하고 계시잖아요. 분명히 다른 수요층들이 있을 거예요. 테오 총회가 꼭 한 프로만을 기획할 게 아니니까... 수요에 맞춰서 댜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가 있어요." (버논)

TV 및 OTT 예능 제작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기존 방송 예능 프로그램과의 연계성이 필요한 내용물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규모 및 소재 측면에선 무궁무진해 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유튜브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태호 PD로선 좀 더 과감하고 다양한 시도를 펼쳐볼 만하지 않겠는가? <무한도전>이 매주 새로운 소재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초대손님들의 의견과 더불어 현재의 김 PD로선 충분히 복습해볼 만한 참고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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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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