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몰락한 인텔 방만함 경계하라"…英 이코노미스트 지적
영국의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삼성전자의 메모리 감산을 안주의 신호로 보고, 과감하게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던 초심을 되찾으로고 주문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13일(현지시간) ‘삼성은 인텔 같은 방만함을 경계해야 한다… 안주하기 쉬운 메리리칩 정상의 자리’는 제하 기사를 게재하고 이같이 조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이 기대를 밑돌자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 주가가 오르는 등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이코노미스트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주가도 같이 뛴 점이 흥미롭다”면서 “메모리 삼두체제의 정상 자리가 너무 편해서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더 뺏어오려는 욕구가 없을 수 있다”고 보았다.
과점체제에 안주한다는 신호로 보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11월 투자자 설명회에도 주목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려고 하기보다는 전체 D램 시장이 3배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 만족하는 듯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시각이다.
또 이코노미스트는 자문사 뉴스트리트 리서치의 피에르 페라구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 기술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혁신 우위를 일부 뺏겼다고 했다. 페라구는 “더는 생존을 위해 싸우지 않을 때, 안주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같은 삼성전자의 모습을 2010년대 후반 미국의 반도체 업체 챔피언인 인텔에 비교했다. 인텔이 현실에 안주하며 첨단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에 밀리기 시작했던 때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도 지적했다. 지난달 한국 정부가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을 16% 이상으로 끌어올리기에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파운드리 시장을 개척하면서, 메모리에서 선두 자리를 지킨다는 목표가 상충되는 요소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선대 회장 때의 초심을 되찾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하루 16시간씩 일하고, 산을 넘는 훈련을 했던 삼성의 과거 투지 넘치는 기업 문화를 소개하면서 ‘무술과 같은 스타일’의 업무 윤리로 경쟁을 뚫고 행진해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지위를 차지했으며, 경기 하강 때도 늘 최후의 생존자였고, 남들이 어려울 때 시장 점유율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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