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데뷔전 승리' 송영진, 괴물 투수 인천 상륙?
[양형석 기자]
▲ SSG 새내기 송영진, 첫 선발서 5이닝 7K 노히트 '깜짝' 호투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신인 투수 송영진이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송영진은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서 5회까지 삼진 7개를 뽑으며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2-1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SSG 랜더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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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행진이 6에서 멈췄던 SSG가 NC를 제물로 다시 승리를 이어갔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랜더스는 14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5안타를 때려내며 2-1로 승리했다. 지난 1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난타전을 벌인 끝에 9-11로 패하며 7연승이 무산됐던 SSG는 안방으로 돌아온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NC를 연패에 빠트리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8승 2패).
SSG는 3회 1사1, 3루에서 2루 땅볼로 선제 타점을 올린 최지훈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구단 최초 2000안타의 주인공 최정은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마운드에서는 4명의 투수가 이어 던지며 NC타선을 1실점으로 막았는데 특히 이날 선발 데뷔전을 치른 루키 투수의 호투가 단연 돋보였다.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5이닝 3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의 노히트 투구를 펼친 송영진이 그 주인공이다.
특급 신인에 밀려 신인왕 놓쳤던 선수들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는 옛말이 있지만 KBO리그에서는 가끔 선배들을 능가하는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신인 선수들이 등장하곤 한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타율(.369)과 출루율(.469), 장타율(.618), 최다안타(117개) 1위에 올랐던 '타격의 달인' 고 장효조와 한화 이글스에 입단하자마자 다승(18승),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1위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대표적이다.
KBO리그에 고졸신인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하지만 그중에는 충분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도 같은 해 더욱 뛰어났던 신인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못했던 선수들도 있었다. 1992년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했던 정민철(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루키 시즌 14승 4패 7세이브 145탈삼진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하고도 17승 9패 6세이브 2.33의 염종석(동의과학대 감독)에 밀려 신인왕에 선정되지 못했다.
1994년에는 LG 트윈스에서 류지현과 서용빈, 인현배 등 뛰어난 신인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캐넌' 김재현(LG전력강화 코디네이터)은 뛰어난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호타준족으로 고졸신인 최초로 20홈런, 20도루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그해 신인왕은 타율 .305 15홈런 51타점 109득점 51도루를 기록한 '꾀돌이' 류지현(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몫이었다.
2002년에는 광주 진흥고에 '선동열 이후 최고 재능'으로 불리던 김진우라는 괴물신인이 등장했고 KIA타이거즈는 김진우에게 7억 원의 많은 계약금을 안겼다. 김진우는 프로에 입성하자마자 12승 11패 177탈삼진 4.07로 리그 탈삼진왕에 오르며 맹활약했지만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은 가져가지 못했다. 같은 해 입단해 9승 5패 28세이브 4홀드 1.90을 기록했던 현대 유니콘스의 '조라이더' 조용준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초고교급 투수'로 불리던 한기주(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가 KBO리그 역대 최초로 '계약금 10억 시대'를 열며 프로에 진출했다. 한기주는 루키 시즌 10승 11패 1세이브 8홀드 3.26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하필이면 같은 해 '괴물' 류현진이 프로무대를 집어 삼키고 말았다. 그렇게 한기주는 신인으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성적을 올리고도 류현진에 밀려 신인왕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동기들에 밀렸지만 가장 먼저 승리수확
송영진은 대전고 시절 31경기에서 106이닝을 던지며 5승 4패 2.04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고 U-18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전면 드래프트로 진행된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송영진은 대어로 인정받지 못했다.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던 서울고의 김서현(한화 이글스)과 '완성형 좌완'으로 평가 받은 충암고의 윤영철(KIA) 등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결국 송영진은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한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SSG에 지명됐고 1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인천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송영진은 1라운드에 지명된 대구고 출신의 이로운과 함께 미래의 선발후보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에이스 김광현을 필두로 잠수함 박종훈, 우완 문승원, 그리고 좌완 유망주 오원석까지 보유한 SSG 선발진에서 당장 송영진이 1군에서 활약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당장 올해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워야 한다던 송영진은 스프링캠프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시범경기에서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SSG팬들을 설레게 했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4경기에 등판해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1승 1홀드를 챙긴 송영진은 개막 엔트리에 합류했고 불펜으로 2경기에 등판해 4.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특히 지난 8일 한화전에서는 3이닝 2볼넷 3탈삼진의 노히트 투구를 펼쳤다.
그렇게 불펜에서 두각을 나타낸 송영진은 14일 NC전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5회까지 14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82개의 공을 던진 송영진은 2개의 볼넷과 한 개의 몸 맞는 공을 내주면서 7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눈부신 투구를 선보이며 선발 데뷔전에서 프로 첫 승을 챙기는 감격을 누렸다. 송영진은 지난 8일 한화전부터 2경기에서 8이닝 연속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호투행진으로 선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송영진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2004년생의 신인투수다. 하지만 SSG 구단 역사상 고졸신인투수가 4월에 5이닝 이상 소화한 것은 16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그리고 송영진 이전에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바로 현재 150승 투수가 된 2007년의 김광현이었다. 인천 야구팬들이 송영진이라는 신인투수의 등장에 가슴이 설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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