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주재원 필독 교재 쓴 차오팡 선생님의 늦깎이 서울대 유학기 [사공관숙의 한국 속 중국]

사공관숙 2023. 4. 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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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의 사귐은 국민 간의 친함에 있다(國之交在於民相親)". 한중이 또 다른 30년을 여는 첫해 2023년을 맞아, '이사 갈 수 없는 영원한 이웃'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대기업 주재원과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 강의를 기반으로 성장한 '팜 차이니즈' 중국어 학원의 원장 차오팡(曹芳)이 지난달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중국 출장이나 주재원 파견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펼쳐 봤을 교재 『나의 겁 없는 중국 출장 중국어』. 한때 서점마다 중국어 교재 베스트셀러 자리를 휩쓸었던 이 책에는 '팜 차이니즈' 중국어 학원 차오팡(曹芳) 원장의 10년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차오팡은 2006년부터 베이징, 톈진 등지에서 한국 대기업 주재원이나 주중 대사관의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쳐 온 베테랑 강사다. 중국 전역에 학원 체인을 운영하는 경영인이자 중국인 선생님과 한국인 학생 간 1:1 실시간 온라인 학습사이트를 구축한 개발자이기도 하다. 지난달 7일, 2015년 충동적으로 한국 유학길에 올라 늦깎이 서울대 박사생이 된 차오팡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차오팡은 이날 인터뷰에서 노력과 우연의 일치가 만들어낸 감동의 유학기, 중국 주재원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교재가 나오게 된 배경, 대기업 CEO와 외교관을 가르치며 느낀 소회와 일화 등, 중국어 교육 전문가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한·중 관계 그리고 중국어 학습에 대한 남다른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나의 겁없는 중국 생활 중국어」

「10일 중국어 첫걸음」

등은 한때 서점마다 중국어 교재 베스트셀러 자리를 휩쓸었다. [사진 본인제공]"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4/15/d7598421-448f-43e9-8670-b7bdbb8891f5.jpg">


중국 전역서 '잘 나가던' 중국어 학원 원장, 늦깎이 서울대 박사생이 되다

Q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 이름은 차오팡이고, 베이징(北京) 사람이다. 학교와 직장 모두 베이징에서 다녔고, 한국에 오기 전까지 30년 넘게 고향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 한국을 처음 와본 건 2000년인데, 장기적으로 거주하게 된 건 2015년 11월부터다.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어학당, 석᛫박사 공부를 하느라 7년 넘게 한국에 머무는 중이다. 2019년에는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교육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지난 2월에는 교육인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Q : 한국에 오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A : 2006년부터 베이징에서 '팜 차이니즈'라는 오프라인 학원을 운영하며 중국어를 가르쳤다. 나중에는 한국기업들이 집중돼있는 선전(深圳), 톈진(天津), 시안(西安) 등 여러 도시에 분원을 열었다. 처음 학원 사업을 시작했을 때, 10년 뒤 단순한 양적 확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이루자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러다 마침 베이징에서 예전에 가르쳤던 한국 대기업 임원 한 분이 퇴직 후 한국에 와서도 계속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며, 실력 있는 중국 선생님들과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했다. 이 제안은 2015년 내가 한국에 와서 공부를 시작하고, 또 온라인 중국어 학습사이트를 만들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차오팡의 서울대학교 한국어학당 재학 시절 모습. [사진 본인제공]

Q : 학원을 운영하다 유학 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A :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충동에 비행기 표를 끊긴 했지만, 막상 집과 가족을 떠나 혼자 오려니 정말 막막했다. 게다가 당시 내가 일군 학원 사업은 곧 10년 차를 앞두고 있었다. 내가 오래 자리를 비우면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망설인 끝에 결국 유학길에 올랐다. 어학당에서 내친김에 석사까지 신청하게 됐다. 서울대 지원서를 내기 전 또 엄청난 내적 갈등을 겪었는데, 그때 한 학생이 알려준 한국 드라마 '두 번째 스무 살'을 보고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마흔을 앞둔 여자의 첫 캠퍼스 라이프를 다룬 드라마였다. 막 한국에 왔을 때, 살 집에서부터 임시 휴대전화, 와이파이, 신용카드까지 내가 가르쳤던 한국 학생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유학 생활을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차오팡은 이날 인터뷰에서 인생을 바꿀 기회를 주신 지도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표했다. 사진은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나일주 교수(왼쪽)와 차오팡. [사진 본인제공]

'죽도록' 힘들었던 대학원 과정, 인생 바꿀 기회 주신 지도 교수 덕분에 졸업

Q : 대학원 지원이 어렵진 않았는지?
A : 우연한 기회로 서울대 석사 과정에 '교육공학'이란 전공이 있단 걸 알게 됐다. 당시 온라인 교육 사업을 하려던 터라 이참에 전문적인 지식을 배워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운 좋게도 어학원에 다닌 지 3개월 만에 한국어능력시험 5급에 턱걸이로 합격했고, 무사히 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었다.

Q : 지도 교수님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들었다.
A : 한국 유학생활에서 가장 감사한 건 우리 지도 교수님이다. 사실 나는 어릴 때 공부를 무척 싫어해서 대학도 그저 그렇고 학점도 별로였다. 입학 당시 아직 한국어도 잘 못 하는 나를 왜 받아 주셨는지 교수님께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한 번도 중국 학생을 제자로 받아주지 않아 늘 한편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퇴직하기 전 마지막으로 중국 학생을 받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셨다. 교수님들은 으레 나이 많은 학생을 좀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우리 지도 교수님은 내 지원서를 보시곤 그동안 내가 중국어 교육 업계에서 해온 노력과 앞으로의 꿈을 높이 샀다고 말씀하셨다. 내게 인생을 바꿀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너무 감사하다. 평범한 학원 원장에서 이제는 학술적인 전문성을 갖춰가는 느낌이다.

차오팡이 서울대 교육학과 석사 과정에서 공부한 교재와 작성한 필기. [사진 본인제공]

Q : 대학원 공부는 어렵지 않았나?
A : 석사 첫 학기는 정말 죽도록 힘들었다. 수업은 오로지 한국어와 영어로만 진행됐다. 게다가 교육공학 분야는 미국이 가장 선진적이라 대부분 수업 교재가 영어 원서였다. 그래서 입학도 하기 전에 교재를 미리 사서 과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예습하고 관련 전문용어를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정리했다. 얼마나 열심히 적었던지, 주변에서 이 필기를 출판하면 대박 날 거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Q : 교수님과 동기들은 어땠나?
A : 우리 과 교수님은 대부분 미국에서 유학하신 분들이라 외국 학생이라고 혜택을 줄 일은 없다고 못 박으셨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업은 팀별 과제가 많았는데, 같이 입학한 조선족 친구와 한국어과를 졸업한 중국 친구 그리고 나보다 훨씬 어린 한국 학생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1학기도 버티지 못했을 거다. 사실 중간에 공부가 너무 힘들어 휴학을 고민했었다. 그럴 때마다 지도 교수님이 퇴직 전까지 꼭 졸업해야 한다고 다그치셨다. 내가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제시간에 졸업한 건 다 교수님의 재촉 덕분이다.

차오팡은 이날 인터뷰에서 대학원 동기들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사진 본인제공]

우연히 열게 된 중국어 학원, 주재원 학생들의 '영업' 덕에 전국 체인으로 성장

Q : 중국어 교육 업계에 들어선 계기는?
A : 대학 시절 우연히 한국인 유학생에게 과외를 해준 것이 인연이 됐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향후 진로를 고민하다 2004년 중국 교육부의 '대외 중국어 교사 자격증'을 땄다. 당시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삼성의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지역전문가제도'를 통해 베이징에 파견된 직원의 연락을 받았다. 장기적으로 중국어 강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친구와 학원을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님께 사업계획서를 브리핑하고 20만 위안을 창업 자금으로 빌려 베이징에 '팜 차이니즈' 학원을 열었다.

Q : 학원 확장은 어떻게 했나?
A : 학생들의 적극적인 '영업' 덕분이었다. 당시 철저한 현지 적응 원칙 때문에 한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던 주재원 학생에게 종종 김치찌개, 삼겹살 구이 같은 한국 요리를 해줬다. 그러자 그 학생이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을 내 다른 주재원들이 학원으로 우르르 찾아왔다. 사실 나는 베이징에 있는 학원 하나 운영하기도 벅찼다. 그런데 이 지역전문가가 중국 여러 도시로 파견되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수업을 열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선전 분원도 이런 요청으로 부랴부랴 열게 됐다. 베이징서 실력 있는 선생님 세 분을 선전으로 보냈다. 그리고 강의할 공간과 선생님들이 지낼 집을 급히 마련했다. 톈진, 상하이 분원도 다 이런 식이다. 밥이든 TSC(중국어 말하기 시험) 대비용 자료든 항상 학생들이 필요한 걸 준비해줬다. 사실 나처럼 기업 고객을 만나지 않는 이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 교육 업계는 상당히 고생스러운 편이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은 바쁜 회사 CEO들을 위해 고안한 교재라고 밝혔다. [사진 본인제공]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4/15/c4e6a6a0-a37b-4476-959b-e673fc895828.jpg">


늘 시간 쫓기는 CEO 위해 만든 교재, 韓 대학 산학연 협력에 큰 공헌

Q :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어땠나?
A : 나는 주로 삼성, SK, LG, BMW 등 대기업의 임원이나 주재원, 주중 대사관의 외교관 등 1분 1초가 아쉬울 정도로 바쁜 분들을 가르쳐왔다. 어느 날 한 기업 CEO의 새벽 강의 시작 전, 한 임원이 와서 급한 보고가 있다며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CEO는 단호히 그를 돌려보냈고, 내게는 온전히 1시간 반을 내주셨다. 내 수업을 위해 부장급 임원에게 단 10분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느낀 바가 컸다. 그래서 늘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분들의 중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10일 중국어 첫걸음』이란 교재다.

Q : 한국에서 출판한 중국어 교재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A : 『10일 중국어 첫걸음』은 왕초보 입문자를 위한 책이다. 간단한 발음에서 시작해 단어와 문장을 배우고 대화를 완성해 나가는 구성이다. 대화가 우선인 기존 교재들과 정반대의 접근 방식을 쓴다. 2020년엔 교육 혁신에 적극적인 울산대학교에서 이 교재를 기반으로 내가 개발한 교육 모델 테스트를 6학기에 걸쳐 진행했다. 학생들 반응과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 오프라인에서 교수의 강의가 끝나면, 중국에 있는 같은 또래 중국어 교육과 학생들을 온라인 방식으로 한국 학생들과 매칭해 말하기 연습을 돕는 방식이다.

는 한때 중국 주재원 필독 교재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본인제공]"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4/15/deeaafe4-8c56-47bf-93a7-ebc12917fc26.jpg">

Q : 교육 모델에 대한 피드백은 어땠나?
A : 내 교재는 10시간 수업 이후 HSK 1급을 따는 게 목표다. 목표가 분명하다 보니, 학생들의 적극성이 올라갔고, 수업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이 모델은 산᛫학᛫연 협력 차원에서 교재비를 제외하곤 모두 무료로 대학에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입문 과정만 수업에 적용했는데, 이번 학기부터는 TSC 시험을 목표로 하는 상위 레벨 수업 과정도 울산대에서 개강할 예정이다. 이번엔 20시간 수업을 듣고 TSC 3~4급을 따는 게 목표다.

Q : 강의 체계를 무료로 제공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 돈은 베이징에서 주재원들을 가르치며 이미 많이 벌었으니, 이제는 사회에 공헌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일수록 모두가 알고 또 나누면 더 좋지 않나.


사드와 코로나 영향으로 중문과 학생 줄었지만, 비즈니스 중국어 수요 여전

Q : 팬데믹 이후 온라인 수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예상했던 일인가?
A : 운이 좋았다. 사실 내가 석사 과정에서 온라인 강의 모델을 연구할 때만 해도 다들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때는 코로나 전이라 오프라인 대면 수업이 대부분이었고, 온라인 강의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팬데믹이 오는 바람에 내가 개발한 온라인 수업 방식이 빛을 보게 된 거다.

차오팡과 한국인 제자들. [사진 본인제공]

Q : 최근 중문과 지원자가 줄어드는 게 많은 대학의 공통된 고민인데.
A : 사드 갈등과 관련이 크다고 본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중국의 일부 조치가 국제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중문과 지원자가 줄었다곤 하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중국어와 유아용 한자᛫중국어 교육 분야의 수요는 아직 유효한 것 같다. 아이들이 중국어를 배워 두면 미래에 선택지가 좀 더 다양해질 것이라 여기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여러 대학의 중문과도 과거 학술연구 위주에서 비즈니스 중국어 같은 실용 교육 위주로 바뀌는 추세다. 교재 내용도 실용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락원에서 출판한 『나의 겁 없는 중국 출장 중국어』의 경우도 정말 실제 상황에서 쓸 법한 내용이 많아 한국 직장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중국 교육부 소속 중외언어교류협력중심(中外語言交流合作中心)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한중 문화 비교 콘텐트 제작 프로젝트 '만보중한(漫步中韓)'. [사진 본인제공]

문화 교류는 진정성과 교감이 중요, 한·중 문화 비교 콘텐트 한·중·일로 확대하고파

Q : 중국어 교육 전문가로서 문화 교류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A : 양국이 서로 문화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중국어 교육을 단순한 '문화 수출'로 보면 안 된다. 과거 중국 정부의 문화 전파 방식은 너무 일방적이었다. 서예나 전지(剪紙) 공예 등 중국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가르치려고만 했다. 무작정 중국 문화를 주입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진정성 있는 교류라면 상대방의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서로 교감하는 과정에서 또 상대방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프로젝트도 참여했다고 하던데.
A : 지난해 중국 교육부 소속 '중외언어교류협력중심(中外語言交流合作中心)'의 지원을 받아 '만보중한(漫步中韓)'이라는 문화 비교 콘텐트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과 중국 청년들이 주제별로 각자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찍고 이를 합쳐 교육용 자료로 만드는 일이었다. 이 콘텐트는 '중문연맹(中文聯盟)' 전 세계 중국어 학습자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한중 문화 비교 콘텐트 제작 프로젝트 '만보중한(漫步中韓)'을 교육자료 구축 중점 사업으로 지정했다는 중국 교육부 중외언어교류협력중심(中外語言交流合作中心)의 통지서. [사진 본인제공]

Q : 박사 졸업 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A : 최근 한᛫중᛫일 관계의 중요성을 느껴 일본 와세다 대학에 방문학자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앞서 말한 한·중 문화 비교 콘텐트 프로젝트를 한᛫중᛫일로 확대해 진행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어 교육은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니, 그 대상을 점차 늘려 가려고 한다. 우선은 일본이고 그다음은 영어권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 2월, 한국 내 코로나 19 확산 상황과 관련해 중국 인터넷에 '가짜뉴스'가 확산하자 차오팡은 본인 웨이보에 장문의 반박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 본인제공]

한᛫중 간 사소한 오해가 큰 갈등 불러, 문화 비교와 상호 이해가 필수적

Q : 한·중 관계에 대한 평소 생각과 기대가 궁금하다.
A : 보통 작은 오해가 큰 갈등을 만드는 것 같다. 과거 주중 대사관 사람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점은 생활 속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고 또 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게 정말 중요하단 사실이다. 과거 단오절(端午節) 논란의 경우도 한국이 유네스코에 신청한 건 강릉에서 열리는 '단오제(端午祭)' 행사인데, 잘못된 번역 때문에 양국 간에 큰 오해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예전에 중국 내 한국기업의 중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문화 교육을 했었다. 예를 들어 한국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슬리퍼를 신는 건 예의가 없는 게 아니라 문화 차이라고 알려주는 식이었다. 중국 직원들이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한국 동료들에게 반감을 품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이렇듯 문화 비교와 상호 이해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중 간에 자주 마찰이 일어나는 건 그만큼 가깝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도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성질을 부리게 마련이다. 상대국에 대한 감정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또 서로를 더 이해하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관계도 자연스럽게 개선되리라 생각한다.

2020년 2월, 한국 내 코로나 19 확산 상황과 관련해 중국 인터넷에 '가짜뉴스'가 확산하자 차오팡은 본인 웨이보에 장문의 반박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 본인제공]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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