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 투명화'도 입법 전쟁…與 "공시기준 강화" vs 野 "보고의무 삭제"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핵심인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이 또다시 입법 전쟁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당정이 노조의 회계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의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내놓자, 야당이 이를 봉쇄하는 법안으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野 “정부 보고의무 삭제…ILO 위배 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이 지난 13일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해당 법안 27조에 규정된 ‘노조의 행정관청에 대한 결산결과와 운영상황 보고의무’를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조합원이 노조에 대해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자료 범위도 명확히 했다.
이번 발의는 당정이 추진하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조치에 대한 야당 차원의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재명 대표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자료제출 요구, 운영상황 보고, 단체협약 시정명령 등 노조법상 행정관청의 노조운영 개입 규정을 삭제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與 “횡령·배임시 의무 공시…노조 불법행위도 금지”
반대로 당정은 의원 입법을 통해 발의한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조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법적 조치를 철저히 강구하라”고 지시할 만큼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김형동 의원은 “노조의 민주적 운영과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노동조합이 근로자·조합원·사용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일터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다시 국회의 시간…’봉쇄안’ 거야 강행 가닥
하지만 지금과 같은 거야 국면에선 여당안이 아닌 야당의 봉쇄안이 강행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보여줬던 ‘전체회의 강행→본회의 직회부→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의 경로가 반복되는 것이다.
노조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도 같은 운명을 걸어가고 있다. 여당은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지난 2월 21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의 강행으로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법상 법사위 계류 60일이 지나면 상임위 재적 인원 5분의 3 동의를 얻어 본회의로 직회부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의 경우엔 오는 22일부터 직회부가 가능하다.
다만 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에 대해 여당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하면서 당분간은 ‘본회의 단독 상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정 운영의 기본 원리인 ‘여야 타협과 대화’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야당은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다수 의석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당정과 대통령은 계속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치가 반복되면 승자 없는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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