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홍준표 상임고문 해촉 세 가지 의문점

이현주 2023. 4.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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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력 없는 대통령'에 발끈했나
金, 과거 전광훈 '이사야' 치켜세워
아른거리는 '태극기 부대' 그림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가 자신을 향한 공격을 차단하려고 내린 결정이라고 하기엔 파급력이 큰 결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로부터 홍 시장 해촉 관련 언급이 있었다는 관측부터 김 대표가 과거 전광훈 목사를 두고 한 인터뷰에 발목이 잡혔다는 추측 등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연이은 설화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적 징계가 없는 데다 전 목사 측이 전당대회 직전부터 당원 가입에 열을 올렸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중도층 표심 잡기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① 대통령실 언질 있었나

홍 시장은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국민이 뽑았다'는 언급을 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는 "노련한 정치인을 제치고 정치력 없는 대통령, 정치 초보 대통령을 뽑아놓고, 노련한 삼김 정치와 같은 대화와 토론하고 타협하는 식으로 해달라는 것은 난센스"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표가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두 번째 이야기'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청년대표들과 대통령실, 중소벤처기업부 소속 청년 담당관들이 참석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윤 대통령을 비방만 하지 말고 도와달라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었지만 '정치력 없는 대통령', '초보 대통령'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더라도, 김 대표가 홍 시장을 '눈치껏' 해촉할 수 있는 하나의 명분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와 홍 시장은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② 과거 전광훈 목사 관련 발언

김 대표가 과거 전광훈 목사를 두고 한 발언도 다시 소환됐다. 김 대표는 2019년 11월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전 목사를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 이사야는 유대의 선지자로 알려져 있다. 김 최고위원을 징계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의 과거 발언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1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목사에 대해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하신 분이 김기현 대표"라면서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를 하게 되면 김 대표도) 징계 대상이 안 되느냐 바로 논란이 들어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아마 그런 것 때문에 실제 징계에 들어가게 되면 서로가 서로 멱살 잡을 그런 상황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③ 태극기 부대 전당대회 휩쓸었나

김 최고위원 징계가 어물쩍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자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김 대표 역시도 전 목사 측 당원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김 최고위원의 잇따른 극우 발언 배경에는 전 목사 추천으로 당원에 가입한 사람들이 이번 전대에서 김 최고위원을 많이 찍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전대 일주일 전 지난달 1일 김 최고위원은 광화문 집회에서 "최고위원이 되면 전 목사를 잘 모시고 함께 가겠다"며, 전 목사 측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했었다. 김 대표 역시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냐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도 광화문에서 시위하는 분들의 수가 상당하지 않냐"고 말했다.

전 목사가 전당대회에서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형식으로 도왔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목사는) 제가 지난 공천 과정에서 50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제가 당 대표 출마하니. 여기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멀쩡하게 있다가 선거 7~8일 전에 (전 목사가) 그 얘기를 시작했다. 너무 속이 보이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황 전 대표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전 목사를 고발한 상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홍 시장 해촉으로 당 안팎에서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최고위원) 막말은 괜찮지만 (홍 시장의) 쓴소리는 못 참느냐. 차라리 막말을 하라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느냐”며 “김 대표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연대포기탕’이냐”고 지적했다.

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1%로 4주 연속 하락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도 5개월 만에 20%대로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희숙 전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시장이) 약간 선을 넘은 게 있다. 비아냥이 섞여 있다"면서도 "안타깝지만 당 대표는 그런 비아냥을 자기가 참아야 하는데 그걸 상임위원 해촉이라는 방식으로 한 것은 지지자들한테 굉장한 위기감을 준다. '이거는 꼰대당인데' 이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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