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홍준표 상임고문 해촉 세 가지 의문점
金, 과거 전광훈 '이사야' 치켜세워
아른거리는 '태극기 부대' 그림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가 자신을 향한 공격을 차단하려고 내린 결정이라고 하기엔 파급력이 큰 결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로부터 홍 시장 해촉 관련 언급이 있었다는 관측부터 김 대표가 과거 전광훈 목사를 두고 한 인터뷰에 발목이 잡혔다는 추측 등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연이은 설화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적 징계가 없는 데다 전 목사 측이 전당대회 직전부터 당원 가입에 열을 올렸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중도층 표심 잡기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① 대통령실 언질 있었나
홍 시장은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국민이 뽑았다'는 언급을 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는 "노련한 정치인을 제치고 정치력 없는 대통령, 정치 초보 대통령을 뽑아놓고, 노련한 삼김 정치와 같은 대화와 토론하고 타협하는 식으로 해달라는 것은 난센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을 비방만 하지 말고 도와달라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었지만 '정치력 없는 대통령', '초보 대통령'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더라도, 김 대표가 홍 시장을 '눈치껏' 해촉할 수 있는 하나의 명분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와 홍 시장은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② 과거 전광훈 목사 관련 발언
김 대표가 과거 전광훈 목사를 두고 한 발언도 다시 소환됐다. 김 대표는 2019년 11월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전 목사를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 이사야는 유대의 선지자로 알려져 있다. 김 최고위원을 징계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의 과거 발언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1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목사에 대해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하신 분이 김기현 대표"라면서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를 하게 되면 김 대표도) 징계 대상이 안 되느냐 바로 논란이 들어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아마 그런 것 때문에 실제 징계에 들어가게 되면 서로가 서로 멱살 잡을 그런 상황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③ 태극기 부대 전당대회 휩쓸었나
김 최고위원 징계가 어물쩍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자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김 대표 역시도 전 목사 측 당원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김 최고위원의 잇따른 극우 발언 배경에는 전 목사 추천으로 당원에 가입한 사람들이 이번 전대에서 김 최고위원을 많이 찍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전대 일주일 전 지난달 1일 김 최고위원은 광화문 집회에서 "최고위원이 되면 전 목사를 잘 모시고 함께 가겠다"며, 전 목사 측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했었다. 김 대표 역시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냐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도 광화문에서 시위하는 분들의 수가 상당하지 않냐"고 말했다.
전 목사가 전당대회에서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형식으로 도왔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목사는) 제가 지난 공천 과정에서 50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제가 당 대표 출마하니. 여기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멀쩡하게 있다가 선거 7~8일 전에 (전 목사가) 그 얘기를 시작했다. 너무 속이 보이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황 전 대표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전 목사를 고발한 상태다.
홍 시장 해촉으로 당 안팎에서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최고위원) 막말은 괜찮지만 (홍 시장의) 쓴소리는 못 참느냐. 차라리 막말을 하라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느냐”며 “김 대표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연대포기탕’이냐”고 지적했다.
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1%로 4주 연속 하락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도 5개월 만에 20%대로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희숙 전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시장이) 약간 선을 넘은 게 있다. 비아냥이 섞여 있다"면서도 "안타깝지만 당 대표는 그런 비아냥을 자기가 참아야 하는데 그걸 상임위원 해촉이라는 방식으로 한 것은 지지자들한테 굉장한 위기감을 준다. '이거는 꼰대당인데' 이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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