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시장의 중심이 되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신중년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과거 노년층과는 다른 60~75세를 일컫는 말이 신중년이다. 90년대에 새로운 젊은이들이 나타났을 때 신세대라고 했었는데, 그 정도로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는 의미다.
과거엔 50대 정도를 중년이라고 하고, 60~70대는 노년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수명이 길어지고 건강 상태도 좋아져서 60대에도 활력을 유지할 때가 많다. 또 과거엔 환갑이 넘으면 조용히 뒷방으로 물러나 삶을 마감해가는 시기라고 여겼었지만 지금은 60대에도 여전히 사회활동에 열정적이다.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는 욕구도 크다.
이러다보니 과거 노년층하고는 확연히 다르다는 의미에서 신중년이라고 일컫게 된 것이다.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에 현대적 교육을 받으며 자라났고 경제적 여유도 이뤄냈다. 디지털 붐에도 탑승해 스마트폰, SNS, 유튜브 등을 활용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소비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등에 따르면 2006년 가계 순자산에서 40대의 비중은 31.6%, 60세 이상은 27.5%였다. 40대에게 경제적 주도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2012년 조사에선 40대 비중이 26.6%로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비중은 29.1%로 늘어났다. 고령화로 고연령대 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60세 이상이 시장의 큰손이 된 것이다.
물리적으로 숫자와 자산이 늘어난 것과 동시에 사고방식도 바뀌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이를 먹어도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커졌다. 이혼이나 사별 후 재혼도, 과거엔 자식들 생각해서 또는 자신의 나이를 생각해서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연애와 재혼에 적극적인 고연령층이 많아졌다.
통계청 2014년 사회조사에선, ‘이혼, 사별 후 재혼해야 한다’에 ‘반드시 해야 한다, 하는 것이 좋다’라고 답한 비율이 전 연령대에서 65세 이상이 가장 높았다. 1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10%대였는데, 60~64세는 22.5%, 65세 이상은 23.6%였다. 신중년이 재혼에 가장 적극적이란 이야기다.
‘2017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남성의 황혼 재혼은 2016년 2568건으로 10년 전보다 47% 늘었다. 여성의 황혼 재혼도 2016년 1109건으로 같은 기간 121% 증가했다. 2014년 사회조사에선 전체 연령대의 재혼 건수는 감소 추세였는데 신중년 세대에서만 증가세가 나타났다.
이성관계 뿐만 아니라 상품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건강, 자동차, 여가부문 신용카드 지출액에서 신중년 비중이 2010년에서 2014년 사이에 약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대중문화시장에서 신중년의 위상이 증대됐다. 90년대 이후 우리나라 음악시장은 10~20대가 주도해왔다. 고연령대는 철저히 소외된 계층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 판이 깨지면서 고연령대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커졌는데 그 중심에 ‘미스터트롯’이 있다. 여기서 배출된 스타들은 그동안 아이돌이 독식해왔던 한국 대중음악계를 빠르게 잠식하면서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 소비력과 인구수가 모두 거대한 고연령대 팬들이 뒷받침하자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 갤럽이 연간 인기 가수 조사를 해놓고, 전체 결과를 발표하면 젊은 세대의 선호가 묻힌다면서 전체 결과 발표를 포기했을 정도다. 고연령대의 영향력이 젊은 세대를 압도한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 갤럽은 조사 결과를 30대 이하와 40대 이상으로 나누어 발표했다.
이런 배경에서 '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백발(Grey)과 전성기(르네상스)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노년층이 사회의 유행을 주도하거나 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일컫는다.
과거엔 자신의 행복은 모두 포기하고 재산을 온전히 보전해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만 하는 고령층이 많았다. 요즘은 자식도 자식이지만 현재의 내 행복도 소중하고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커졌다. 이들의 인구비중이 점점 더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신중년 신드롬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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