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도감청에 흔들려서는 안 되는 3가지 이유 [배종찬의 정치빅데이터]
오피니언라이브 빅데이터 ‘미국 도감청’…연관어 ‘러시아’, ‘포탄’ 등
한미 동맹 ‘안보’, ‘경제’, ‘미래’ 위해 꼭 필요…도감청 파장 차단 필요
미국의 불법 도감청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범인은 잡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기밀 문건 유출 용의자가 자택에서 체포됐다. 미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공군 소속 잭 테세이라가 국방부 문건을 온라인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Discord)에 유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은 긴급 브리핑에서 “법무부는 국방 기밀 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 소지, 전파한 혐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용의자를 체포했다”라고 발표했다. FBI 요원들은 총기 등으로 무장하고 장갑차까지 동원해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이번 논란은 미국 뉴욕타임스가 ‘유출된 미국 펜타곤 비밀문서’를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비밀문서에는 한국·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미국의 ‘도·감청’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돼 있으며, 비밀문서 유출은 소셜미디어인 ‘디스코드’ 마인크래프트 채널에서 유저 간 논쟁 중 불거졌다.
중요한 것은 유출된 비밀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다. 우리와 관련된 내용은 두 가지로 하나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이 나누었다는 대화 내용이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과 감청 이슈가 불거진 이후 김 전 안보실장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며 실제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유출된 한국 정보 관련으로 또 하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 군이 직접 참군할 수는 없으나 우회적으로 탄약과 포탄을 지원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정보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인 지원을 할 뿐 그 어떠한 무기도 제공했거나 제공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법적으로 도청과 감청은 구분된다. 도청은 불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확보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감청은 허가를 받고 누군가의 말을 듣고 내용을 파악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물론 감청이 허가를 받지 않으면 불법이 되는 것이고 국가 차원의 정보와 첩보를 입수할 필요로 도청이나 감청 작전을 수행하는 게 불법이 되는지 여부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빅데이터는 이번 미국의 불법 도감청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의 캐치애니(CatchAny)를 통해 ‘미국 도감청’의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4월 6~14일). ‘미국’, ‘정부’, ‘한국’, ‘도청’, ‘우크라이나’, ‘국가’, ‘러시아’, ‘지원’, ‘윤석열’, ‘국방부’, ‘북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포탄’, ‘실장’ 등으로 나타났다.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되고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불법적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면 응당히 미국의 책임이다. 정보 전쟁 시대에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이 한국의 국방과 외교 정보를 호시탐탐 노리겠지만 사실로 확인된 이번 일을 계기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김태효 안보실 차장의 미국 도착 인터뷰를 비롯해 우리 정부의 대응 태도에 대한 여론의 지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큰 위협인 북한 미사일과 핵에 대응하는 한미 동맹이 흔들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
오는 26일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철혈동맹에 빈틈없는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한미 동맹은 ‘보수층을 결집’할 회심의 계기로 다가오게 된다. 보수층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북한은 계속해서 미사일 도발 및 제 7차 핵 실험에 대한 위협을 점차적으로 가중시켜 오고 있다. 국내 일각에서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최근 실시되고 있는 핵 보유 관련 여론조사는 이전과 비교할 때 훨씬 더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여건으로 나타날 정도다. 한미정상회담은 보수층을 결집하는 회담이다.
두 번째로 한미 동맹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기회가 될 수 이유는 ‘중도층을 결집할 경제 이슈’ 때문이다. 지난 해 5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첫 번째 찾아간 장소는 안보나 국방 관련이 아닌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이었다. 미국은 역대 그 어느 때보다 반도체와 2차 전지 등 핵심 기술의 유지 및 첨단 기술 제품의 공급망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지지층 외연 확장에 가장 핵심적인 유권자층이 중도층이다. 정치 이념적인 이슈가 아니라 중도층은 먹고 사는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한미정상회담 협상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
세 번째로 대통령의 국면 전환 돌파구 마련에 한미 동맹이 중요한 이유는 ‘한미 미래 기대감을 통한 MZ세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서다. 이번 국빈 방문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지금까지의 한미 관계 그리고 현재의 한미 동맹뿐만 아니라 미래의 한미 관계에 대한 이정표가 새겨지는 역사적인 만남이다. 한미 동맹이 다른 세계에 대한 배척과 견제가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에서 한국이 선도국으로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자리매김하는 뜻 깊은 순간이 된다. 생산적인 미래 관계가 보인다면 2030 MZ세대들도 희망과 기회를 확인하고 공감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효 안보실 차장도 한미 동맹은 굳건히 하면서도 불법적인 미국의 도감청에 대해서 단호한 대응의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 도감청으로 훼손되기에 한미 동맹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가 너무나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배종찬 인사이트케이소장·정치컨설턴트(mikeb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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