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까지 절단"…'죽음 마약'보다 더한 신종 마약에 美 발칵

김은빈 2023. 4.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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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0월 22일 마약류인 펜타닐 사용자가 필라델피아의 켄싱턴과 캠브리아 근처에서 바늘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약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미국에서 최근 펜타닐을 넘어서는 신종 마약이 확산하고 있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극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죽음의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에 동물 진정제인 '자일라진'을 혼합한 변종 마약으로 일명 'FAAX'라고 불린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은 최근 아편성 진통제(오피오이드) 펜타닐과 자일라진을 혼합해 사용하는 것을 '신종 위협'으로 지정했다. 지난 2018년 신종 위협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미국 의회에서 필로폰을 '신종 위협'으로 지정한 적은 있지만 미국 행정부가 먼저 권한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명 '트랭크'(Tranq)라고 불리는 자일라진은 소와 말 등을 수술할 때 사용하는 진정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FDA에 따르면 자일라진을 과다 복용하면 호흡과 심박수 둔화, 착란, 어눌한 말투, 저체온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사람에게 사용할 경우 신체 곳곳에 궤양과 농양 등이 생겨 심하면 절단까지 해야 하는 심각한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마약으로 인한 궤양 환자를 치료한 필라델피아의 한 의사는 "(궤양의 형태가) 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갉아먹는 것 같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펜타닐은 강력한 진통제인만큼 내성과 의존성도 빨리 생긴다. 자일라진의 경우 펜타닐의 효과를 두 배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크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산하 국가마약통제정책국(ONDCP)에 따르면 자일라진 혼합물은 미국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남부와 서부에서 확산세가 두드러지는데,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2021년 자일라진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남부에서 1127%, 서부에서 750%, 중서부에서 약 500% 증가했다. 마약단속국(DEA)은 지난해 압수한 펜타닐 분말과 알약에서 각각 23%, 7% 자일리진이 포함됐다고 보고했다.

자일라진 혼합물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펜타닐 해독제로 사용되는 나르칸(성분명 날록손)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펜타닐과 같은 오피오이드계 약물을 과다 복용하면 호흡이 점차 느려지며 호흡 정지 등이 오기도 하는데, 이때 날록손으로 오피오이드 효과를 역전시켜 정상 호흡으로 회복하게 한다. 그러나 자일라진의 경우 날록손 효과가 들지 않아 회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 자일리진 금단 증상 등에 대한 마땅한 치료법도 없어 오남용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자일리진이 '신종 위협'에 지정됨에 따라 정부는 90일 이내에 이에 대한 국가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ONDCP는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불법 마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에 요청한 460억 달러의 예산 중 일부를 사용해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마련된 예산은 자일라진에 대한 약물 테스트와 데이터 수집, 치료, 치료법 개발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ONDCP 굽타 국장은 "이번 선언을 통해 불법 자일라진과 펜타닐의 생산자와 밀매자들에게 우리가 더 빨리 대응할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마약 공급 진화라는 도전에 대응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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