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즐긴 '인싸'일 뿐인데 사형? 中 이 법에 외국인들 떤다

서유진 2023. 4.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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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사는 주재원 A씨는 자칭타칭 '인싸(각종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사이더)'다. 주말 오전이면 헌책방 답사와 등산을 즐긴다. 저녁에는 현지인과 외국인이 많은 바에 가서 술 한잔하며 친구도 사귄다. 찍은 사진은 그때그때 SNS에 올려 '좋아요'를 받는 게 낙이다.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A씨의 이런 행동, 중국에선 자칫 스파이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식 방첩법 때문이다. 이 법에 걸려 지난달 일본 제약회사 50대 임원이 베이징에서 갑자기 구속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에 거주 중인 일본인 주재원·유학생들이 무심결에 행동했다가 '간첩'으로 몰릴까봐 두려워 하고 있다고 일본 경제매체 겐다이(現代)비즈니스 최신호가 전했다.

최근 중국에 체류중인 일본인 등 외국인 주재원, 유학생들이 중국 정부에 의해 스파이로 몰릴까봐 두려워하는 분위기라고 일본 매체가 보도했다. 매체는 중국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의 행위가 스파이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미디어 센터에서 올림픽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문제의 일본인 임원은 두 번째 베이징 근무를 마치고 지난달 20일 귀국하기 직전 구속됐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교도통신은 "해당 임원이 체포된 이유는 '중화인민공화국 반(反)간첩법(방첩법) 위반혐의'때문"이라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임원은 일본 아스텔라스 제약의 홍콩·베이징 사무소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베이징 내 일본기업 단체인 '중국일본상회'의 부회장도 지내 현지에선 발 넓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일본 측은 즉각 "스파이 행위는 없었다"며 조기 석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측은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단호하게 일관하고 있어 중·일 간의 외교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제약회사 임원 구속'을 계기로 중국에 체류중인 일본인 주재원 사이에서 자신도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상점 밖에 있는 중국산 감시 카메라 모습. AP=연합뉴스

겐다이비즈니스는 이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방첩법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듬해인 2014년부터 시행된 이 법은 초기엔 국내의 반대세력 숙청이 목적이었다. 법 시행 이후 시 주석은 국가안전부 등 주요 부서에서 장악력을 높이며 사실상 시진핑 '1인 천하'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외국인이 타깃이 됐다고 한다.

"간첩은 바로 당신과 내 곁에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 중국 인민망 홈페이지 캡처

특히 이번에 재중 일본인이 구속된 것은 중국 정부가 최근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일본에 경고장을 보내는 의미라고 겐다이비즈니스는 분석했다. 매체는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첨예해진 가운데 미·일 관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면서 "중국과 대립하는 나라의 재중 기업은 언제든 공격 대상이며 주재원도 구속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왼쪽)이 4월 2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모습. 회담에서 일본인 제약 회사 임원 구속이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매체는 "이번 사건을 임원 개인의 운이 나빴다는 식으로 여겨선 안 된다"면서 "미·일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면 중국에 거주 중인 일본인의 구속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방첩법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단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법은 '모든 조직, 개인에 의한 간첩 행위나 임무 수탁, 방조, 정보수집, 금전수수' 등을 간첩 행위로 규정한다. 죄의 범위가 넓고 모호해 해석에 따라선 누구라도 스파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화인민공화국 반간첩법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차이신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중국 시민의 '밀고'가 은연중에 장려되는 분위기여서 외국인 주재원들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간첩 체포에 결정적으로 기여할만한 중요 정보를 전한 사람에게는 중국 정부가 최고 10만 위안(약 1932만원)의 포상금도 준다. 겐다이비즈니스는 "간첩신고가 돈벌이도 된다는 중국인이 많다"면서 "시진핑 정부 들어 철저한 애국 교육으로 세뇌된 까닭에 간첩신고로 '애국'하겠다는 사람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번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되면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면서 "최악의 경우 사형까지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매체가 주의를 당부한 행동은 다음과 같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2014년 발효한 방첩법에 의거해 최근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구속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①공공시설 촬영


공항·역·항만 등은 일부가 군사 관리지역이다. 관광을 갔다가 무심코 촬영하는 일은 그만두는 편이 좋다.

②GPS앱 켜고 등산·산책


스마트폰의 GPS 앱을 켠 채 등산·산책하면 앱을 통해 등고선 등 상세지형 정보를 자기도 모르는 새 얻게 된다. 중국에서는 '지형'을 군사기밀로 간주하기 때문에, GPS를 켠 채 등산·산책하면 정보 수집 활동으로 여겨져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③헌 책·골동품 등 기념품 구매


고(古)서적이나 골동품 등을 기념품으로 사는 것도 신중히 해야 한다. 역사자료 수집으로 간주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④폭넓은 인맥 쌓기


다양한 사람들로 붐비는 술집이나 바(Bar) 등을 정보공유의 장으로 여겨 열심히 다니는 것이 간첩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번에 구속된 제약회사 임원이 현지 커뮤니티의 간부였던 사례에서 보듯, 인맥을 넓히려는 행위 자체가 위험하다. 주중 일본대사관 직원과 친분을 쌓거나 일본인 유학생, 중국인 학생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것도 간첩으로 간주할 수 있다. 또 현지 유력자나 중국인 연구자 등은 당국에 중요한 정보를 가진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접촉만 해도 당국의 감시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⑤기독교인 모임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뒤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외에도 기독교인에 대한 탄압도 강화됐다. 박해 증거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기독교인과 접촉한 인물은 감시 대상이다.

⑥사진 업로드 등 활발한 SNS 활동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사이버 공간 감시 강화'를 할 수 있도록 방첩법을 개정·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활발한 스마트폰 사용도 간첩으로 찍히기 딱 좋다. 스마트폰 2대를 보유하면 "한 대는 스파이용"이라는 의심을 받는다고 한다. 또 중국 생활을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국 정치인, 정부 부처명 등 특정 단어 검색만 해도 외국인은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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