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 시진핑·룰라 손잡았다…"전면적 동반자 관계 심화"

박성훈 2023. 4. 14. 21: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14일 오후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광범위한 공동 이익을 가진 전면적 동반자 관계”라며 전략적 관점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무역·투자, 디지털 경제, 정보통신, 우주개발 등 분야에서 양자 협력 강화 문건에 서명하고,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전했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중국을 찾은 룰라 대통령을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칭하며 따뜻이 환대했다.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국빈 방문 환영식에 이어 시작된 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과 브라질은 동서반구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자 중요한 신흥 시장국가”라며 “중국은 전략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브라질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전략적 관점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더 많은 혜택을 가져올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이 지역과 세계 평화와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방중이 취임 이후 첫 미주 이외 지역 국가를 방문한 것이라며 중국은 국제사회 각 영역에서 불가결한 중요 역량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전날 상하이에 위치한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의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한 사실을 소개하며 중국 기업의 대(對)브라질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룰라 대통령은 양국이 다자주의 강화와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서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14일 정오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있는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는 룰라 대통령. 사진 중국 CCTV 캡처

앞서 룰라 대통령은 이날 정오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있는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했다. 중국 공산당 혁명 당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이 기념비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제안으로 1958년 건립됐다. 기념비에 외국 정상이 헌화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중국 관영 CCTV는 그의 헌화를 속보로 타전하며 양국 관계의 긴밀함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행동으로 평가했다. 이어 룰라 대통령은 인민대회당에서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만났다.

중국 신화통신은 룰라 대통령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가 “중국과 브라질과의 관계는 매우 훌륭하며 큰 의미가 있다”며 “중국은 인상적인 발전 모델로 많은 관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유익한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브라질의 수출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며 “중국은 현재 브라질 농업의 핵심이며 중국이 브라질 산업화를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룰라 대통령은 인민대회당에서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만났다. AFP=연합뉴스


2018~2022년 중국과 브라질의 무역 규모는 5년 연속 1000억 달러(약 130조)를 넘어섰고 중국은 14년 연속 브라질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기준 브라질은 중국의 9번째 교역국이다.

룰라 대통령은 중국식 현대화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중국식 현대화의 성공은 발전을 위한 단일 처방이 없으며 역사적 도전과 강점에 따라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난 40년간 중국이 수억 명의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했다는 사실은 놀랍고 모든 개발도상국에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시진핑 3기 정부의 핵심 기조인 중국식 현대화와 탈빈곤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까지 표명한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우호 협력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고 단결과 협력을 촉진해 공동 대응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은 13일 상하이(上海)의 신개발은행(NDB) 본부 연설에서 “왜 무역은 달러로만 해야 하는가”라며 달러 패권에 의문을 제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중국은 룰라 대통령이 방문한 지난 12일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ㆍ스위프트) 대신 중국에서 만든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통해 첫 거래를 성사시켰다. 달러를 대체하는 국제적 위안화 결제 확대 움직임에 브라질이 호응한 것으로 주목된다.

룰라 대통령도 전날 상하이(上海)의 신개발은행(NDB)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왜 무역은 달러로만 해야 하는가”라며 “금본위제 이후에 달러가 국제사회의 화폐라고 누가 결정했는지, 나는 매일 밤 ‘모든 국가가 왜 달러로 거래해야 하는지’ 자문해본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가장 큰 국가인 브라질의 자국 화폐 거래는 미국 중심의 달러 패권에 균열을 가져오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에 맞서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은 다음 달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5개국을 초청해 1회 ‘중국-중앙아시아 지도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