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솨이 성폭력 폭로뒤 中대회 보이콧…이랬던 WTA 돌변했다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폭로를 한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관련 논란 이후 중국 투어 대회를 중단했던 여자프로테니스(WTA)가 "펑솨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번복하고 올해부터 중국에서 투어 대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WTA는 13일(현지시간) 지난 2021년 말부터 시작된 중국 대회 보이콧을 종료하고 오는 9월부터 중국 대회 진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WTA는 "16개월간 중국 대회를 중단하고 (펑솨이의 안전 확보라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며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선수들과 대회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재개 이유를 설명했다.
스포츠계에선 WTA의 이번 결정이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라는 평이 나온다.
앞서 WTA의 중국 대회 보류가 '강대국에 대한 용기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중국 정부의 방역 지침 때문에 중국에서 투어 대회를 개최하는 게 어차피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대회 보류 방침이 WTA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기 시작한 것은 중국 방역 지침이 어느 정도 풀리기 시작한 올해부터다. 이에 "중국에서 대회를 열 수 있는 상황이 되자 WTA가 돌변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리나가 2011년 프랑스오픈에서 중국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 챔피언에 오른 뒤 중국은 WTA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시즌 중국에서만 9개의 WTA 투어 대회가 열렸고, 이들 대회 상금 총액은 3000만 달러(약 390억원)를 넘겼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WTA는 코로나19 기간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2020년에는 영업손실이 1650만 달러(약 214억원)에 달했다.
반면, 중국 의존도가 낮은 남자프로테니스(ATP)는 2020년 1600만 달러(약 208억원)의 흑자를 보며 WTA와 격차를 벌렸다.
WTA의 재정이 악화하면서 랭킹이 낮고 주목을 덜 받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작은 규모의 여자 대회가 줄어들었고, 이는 여자테니스 생태계 전반이 허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티브 사이먼 WTA 최고경영자(CEO)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펑솨이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그가 베이징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확신을 받았다"면서 "대다수의 선수가 중국 대회 재개를 지지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미권 일부 매체들은 WTA가 돈 벌려고 정의를 외면했다며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WTA의 이번 결정을 두고 "돈의 힘이 다시 승리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WTA의 중국 대회 진행 재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것은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왕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메이저 대회 복식에서 2차례 우승한 펑솨이는 2021년 11월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제기했다.
그러나 이 글이 올라온 이후 펑솨이의 웨이보 계정이 사라진 것은 물론 그의 행방까지 묘연해졌다.
WTA는 펑솨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고, 그해 12월에는 의혹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중국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 개최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펑솨이는 2022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린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프랑스 매체 레퀴프와 인터뷰를 통해 "성폭행당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난 사라진 적이 없다"며 입장을 번복하고는 은퇴 의사를 전했다.
그러고는 이후 1년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펑솨이를 인터뷰한 기자는 당시 고도로 통제된 환경 속에서 대화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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