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열풍에도...호텔산업은 '속빈 강정'
'코로나·욜로'에 호캉스 대세
수익성 악화에 인력난까지
키오스크 도입에도 '역부족'
[한국경제TV 신선미 기자·유오성 기자·김예원 기자]
<앵커>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호캉스, 이제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플렉스와 욜로로 대표되는 자신을 위한 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부유층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호텔 문턱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먼저 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방이나 해외 등 집에서 먼 곳으로 떠날 때나 머무는 특별한 장소였던 호텔이 이제는 일상적인 장소가 됐습니다.
도심 내 호텔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호캉스' 열풍 때문입니다.
플렉스와 욜로 등 소비 트렌드가 겹치면서 호텔이 더 이상 부유한 계층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호텔을 즐기는 형태도 보다 다양해졌습니다.
[김진경 / 경기 의정부시: 호텔은 혼자 쉬고 싶을 때… 혼자서 조식 먹고요. 혼자서 칵테일바도 가고.]
[이태성 / 경기 안양시: 그 공간에서 친구들이랑 대화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든가 이쁜 사진 찍으러 많이…]
호텔이 숙박 시설을 넘어 체험의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여행객, 비즈니스맨 등이 전부였던 고객이 가족, 친구, 연인 등으로 광범위해지고 있는 겁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전과 위생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며 호텔을 찾는 문화는 더욱 확산됐습니다.
지난 2021년 호캉스를 떠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50세대 남녀 60%가 '위생적인 환경에서의 휴식'을 답했을 정도입니다.
[윤주용 / 경기 수원시: 안전하게 호텔 위주로 많이 다니는 것 같아요.]
[김다희 / 경기 파주시:실내에선 놀면 저희끼리만 놀면 조금 더 안전하니까 코로나때는 그렇게 갔던 것 같아요.]
'인증샷 문화'는 호캉스 열풍에 더욱 불을 지폈습니다.
유명 소셜미디어에 호캉스를 태그한 게시물만 264만 회에 달하고, 호텔 체험기를 담은 동영상도 많습니다.
[한진수 /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라는 부분 자체가 소유에서 어떻게 보면 경험, 체험 개념으로 가고 있거든요. 이 플렉스 세대들은 자기가 소비하는 가치 자체를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외국인 관광객에만 의존하던 호텔 산업이 호캉스 열풍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호캉스가 일상이 됐다는 말이 실감이 되는데요.
때문에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내국인들 중심으로 국내 호텔들이 잘 버텼다는 평가가 내려집니다.
하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산업 2부 신선미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이 같은 호캉스 열풍에도 왜 호텔 업계는 마냥 웃을 수 없는 건가요?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본 것처럼 호캉스 트렌드가 만들어진 데에는 사회문화적 요소도 있지만요.
체감상 호텔 가격이 낮아지면서 진입장벽이 내려간 영향이 큽니다. 때문에 호텔의 수익성은 악화됐는데요.
그래프를 보실까요? 충격적이게도 호텔 객실 가격은 20년 전과 변함이 없습니다.
서울 5성 호텔의 객실 가격은 2001년 약 20만 원에서 2021년 약 24만 원으로 4만 원정도 오른건데요.
그간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2%였고, 국민소득도 2.3배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호텔 가격은 낮아진 셈입니다.
2000년대 초반 연 소득의 2%에 가깝던 호텔 가격이 1% 대로 내려오면서 실제로 내국인 투숙객 수가 증가했습니다.
<앵커>
안 오른 게 없을만큼 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인데,
20년간 호텔만 가격이 멈춰선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사실상 국내 호텔 산업은 130여년이나 됐지만, 외형적인 성장은 10여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호텔의 시작은 1888년 인천에서 일본인 호리 히사타로가 대불호텔을 열면서 시작됐는데요.
오래된 역사에도 불구하고 10년 전까지만해도 국내에 4~5성급 호텔조차 많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간 호텔산업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가 있을텐데요. 뭔가요?
<기자>
호텔이 유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외국인 수요가 있어야하고 내국인이 뒷받침 되어야만 성장합니다.
하지만 과거 호텔은 일반 국민과는 동떨어진 사치재로 인식된데다 국민소득도 낮다보니 호텔 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죠. 그렇다보니 '여행하기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돼 왔던 것도 외국인 유치에 한계가 됐습니다.
<앵커>
호텔 수요가 높아진 게 불과 10년 전이라는 건데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기자>
2012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에 3~5성급 호텔들이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죠. 엔고시대에 접어들면서 2008~2012년까지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숙박비 지출이 높은 일본인의 여행 특성에 따라 이 기간에는 객실가격도 높아지면서 호텔의 수익성도 좋았습니다.
게다가 2010년부터는 중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기 시작했거든요.
그러자 정부는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올 걸로 예측하고 이 같은 정책을 펼친겁니다.
<앵커>
이 기간 호텔과 객실은 얼마나 늘었나요?
<기자>
특별법이 2016년까지 운영되면서 객실은 2배 가량 늘었는데요.
문제는 2016년부터 중국인이 안 오기 시작한 겁니다.
한한령이 결정적이었는데, 때문에 수급은 깨졌고, 호텔 객실 가격이 하락하는 계기가 됩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오히려 호텔 가격은 체감상 20여년 전보다 싸진 겁니다.
<앵커>
한국에서만 유독 호텔의 객실 가격이 오르지 못했다고 하던데,
사실상 정책의 실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싱가포르 객실가격을 2008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습니다.
미국도 2001년을 기준으로 1.5배 가량 높은데, 한국은 1.1배 10% 성장에 그칩니다.
글로벌 체인 호텔인 메리어트의 전체 호텔,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호텔 가격과 비교해봐도 국내 호텔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국내에서 호캉스가 대세가 된 데는 소득 대비 호텔이 저렴해진 이유가 큰 거죠.
아울러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힌데다 위생과 안전이 보장된 호텔을 찾는 추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호텔 이용객의 내국인 비중이 90%를 넘습니다.
<앵커>
문제는 20여년간 정체된 가격으로 호텔의 수익성은 악화됐다는 걸 텐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인건비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고정비 비율이 높은 호텔의 특성상 수익성은 낮을 수 밖에 없지만요.
문제는 국내 호텔들이 유독 더 심하다는 겁니다. 사실상 2001년만큼의 수익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사라진 호텔도 많죠.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의 호텔들만 투자를 지속하면서 4성급~6성급까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면서 호텔 수를 늘렸는데요.
2021년까지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행진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롯데호텔이 매출 1조를 돌파하며 국내 '첫 1조 호텔'이 됐지만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하고요.
워커힐과 해비치, JW메리어트서울 등은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수익성 악화에 이어 최근 호텔들은 인력난에도 허덕이고 있다고 합니다.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업무량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2배 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오성 기자입니다.
<기자>
손님이 입구에 들어서자 호텔 직원이 키오스크로 안내합니다.
외국 돈을 원화로 바꾸는 환전 업무는 환전기가 대신하고 세탁 서비스는 돈을 넣고 직접 세탁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했습니다.
외국인 투숙객을 주로 상대하는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인데,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기계 도입을 늘렸습니다.
비대면에 익숙해진 투숙객들을 겨냥한 측면도 있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선경 / 소테츠호텔 총괄본부장 : 근무 형태가 변할 수는 없고요. 저런 기계를 도입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입하게 된건데요.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도 필요 인력이 줄지는 않아요. 나이 드신 분들은 대면을 좋아하시고, 서로 이야기 해보고 많은 정보를 나누길 원하시기 때문에..]
엔데믹을 맞아 호텔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점차 늘고 있지만, 이들을 맞이할 호텔 직원 숫자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식음료(25%), 조리(20%), 객실(16%) 등 현장 업무를 중심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 실제 필요한 인력 대비 16% 가량이 부족한 걸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김규희 / 호텔업 종사자 : 명동이 살아나면서 외국 손님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외국인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 한 분을 응대했을 때 들어가는 시간이 더 들고...(한국인에 비해 응대 시간이) 2배 가량 더 들지 않나..]
이 처럼 호텔업계가 인력난을 호소하는 이유는 코로나19를 거치며 호텔업에 대한 인식이 바뀐 탓이 큽니다.
관광 산업 특성상 외부 변수 영향이 크다보니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데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평균 급여가 타산업군 대비 낮다는 점도 호텔업이 외면받는 이유입니다.
당장 급여를 올려 우수 인력 유치에 나서고 싶어도 인건비 비중은 높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업계 특성상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호텔업계는 인력난 극복을 위해 현재 5명으로 제한된 외국인 고용 한도를 더 늘리고, 채용 가능 업종 범위도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정오섭 /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 : 작년 말에 (취업 가능 인원이) 호텔당 5명까지 늘어나기는 했습니다만 호텔 입장에서는 그 채용 규모 자체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보고 있고, (비자가) 아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채용이 가능해서 E-7 비자의 경우 그 이외의 직무에서도 채용이 가능하게끔 좀 더 문호를 확대해 줬으면 좋겠다..]
호텔이 단순히 숙박 시설이라는 개념을 넘어 K컬쳐로 살아나는 우리 관광 산업을 지탱하는 한 축을 차지하는 만큼 호텔 산업 성장을 발목 잡는 인력난 극복에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
<앵커>
인력난과 함께 호텔의 낮은 수익성 때문일까요?
지난해 말부터 5성급 호텔들 위주로 급격하게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를 호텔 산업의 정상화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가격을 올린 데에는 2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호텔이 워낙 힘드니까 이렇게라도 받아야 유지가 가능하다고요. 사실 식재료며 인건비 안 오른 게 없으니까요.
두번째는 지난해의 경우 호텔들이 가격을 올려도 객실이 다 차는 거죠. 올려도 되겠다가 된 거죠.
때문에 20만원대였던 5성급 호텔이 30~40만원으로 올리면서 수익성이 좋아졌습니다.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던 호텔들 중 일부 호텔들은 지난해 영업흑자로 돌아서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도 이 가격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죠.
[조동욱 / 한국생산성본부 호텔경영컨설턴트 : 동남아 등 당장 갈 데가 생겼잖아요. 지금 가격을 유지한다면 과거 수준으로 내국인 비중이 돌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기념일에는 호텔 가봐야지라는 인식이 마련됐단 점에서 완만하게 떨어지겠죠. (외국인 측면에선) 4성급 이상의 호텔을 갈지가 의문이예요. K팝 때문에 오는 젊은 세대들은 에어비앤비나 3성급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고객이 늘어나야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회복이 느립니다. 따라서 하반기로 갈수록 객실 점유율이 떨어질 걸로 봅니다.]
1분기에 나타난 현상으로도 예측해볼 수 있겠는데요. 이미 내국인들 사이에선 이 돈 이면 일본을 간다는 말이 나오거든요.
실제로 제주도 호텔들은 이미 타격이 있습니다.
때문에 올해가 국내 호텔의 방향성을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산업 2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니다.
신선미 기자·유오성 기자·김예원 기자 ss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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