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다"vs"특이한 이름 기억"…법정서 '이재명 기억력' 싸움

이병준 2023. 4. 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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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네번째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성남시청 공무원 A씨 앞에서 검찰과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이 대표의 ‘기억력’을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2015년 1월 당시 이 대표 및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기획본부장, 고(故)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9박 11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갔던 A씨가 “별로 교류가 없었던 이 대표가 몇 년 후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불렀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을 두고다. 검찰은 “피고인(이재명)은 머리 좋고 이름을 잘 기억한다”며 이를 이 대표가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로 삼았다. 그에 따라 함께 출장을 가 지근거리에서 일정을 함께 했던 김 전 처장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 대표 측 변호인은 A씨가 중앙대 출신으로, 이 대표와 같이 동문회에 참석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맞받아쳤다. 이 대표 측은 “A씨의 이름이 특이해 기억하기 쉬운 편”이라는 반박도 했다.


“김문기, 이재명 명절 문자 답장 자랑”


이날 오전 재판에는 유 전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이어갔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와 같이 있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했다”(지난 3차 공판, 유동규)는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로부터 ‘특별 취급’을 받을 때마다 자랑을 했던 점을 떠올려냈다. 그는 “(김 전 처장이) 명절에 (이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변이 왔었다’ 했다”며 “‘김 처장’ 이름으로 (안부 문자가) 왔었다 자랑하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문자가) 와가지고 기분이 좋았다. (이 대표가) 바쁘실 텐데 저한테 보내주셨다’ 했다”는 것이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경기도 성남 신흥동 1공단의 분리 개발을 추진할 당시, 민간 사업자에 부제소 특약을 받는 것이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김 전 처장의 아이디어였다며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로부터 잘했다, 잘 처리했다 칭찬받았다고 저한테 와서 자랑하던 게 생각난다”고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처장이 자랑을 했던 기억을 토대로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12월 이 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장동 의혹으로 처음 김문기를 소개받았고, 그 당시 통화를 많이 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은 “시장하고 직접 통화했다고 자랑을 했다면 뚜렷이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기, 대장동 질의응답 문건 작성에도 참여”


그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인 2021년 9월, 이 대표의 20대 대선 캠프에서 만들었던 ‘대장동 개발사업 Q&A’ 문건 작성에 김 전 처장이 참여했다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문건 작성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준 거로 알고 있다”며 “김문기의 존재는 성남시장뿐 아니라 도지사, 비서실도 알고 있던 내용이고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인식하던 내용”이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공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다는 증언도 지난 재판에 이어 계속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문기는 처음 (공사에) 들어올 때부터, 이미 리모델링협회 때부터 (이재명과) 알고 있던 사이”라며 “(공사 입사 전) 이재명 변호사한테 전화해 알려주고 리모델링협회(사단법인)를 연결해주고 했다”고 했다. 또 “정진상도 (처음 채용할 때) '이 사람 누구냐'가 아니라 '이 사람 그 사람 아니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특히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 있어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임기에 맞춰 착공 시기를 앞당기도록 지시했으며, 이와 관련해 실무 책임자인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자주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이 정진상하고 오더(지시)를 내린 게 임기 중 재선했을 때 (위례 신도시) 착공에 들어가게 타임 테이블(시간표)을 맞추라고 요구했다”며 “맞추기 위해 (일정을) 당기는 작업을 하고, 보고가 들어갔기 때문에 당연히 (김문기를) 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2015년 성남시장 당시 김 전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제공

이날 오후엔 이 대표 등과 함께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갔던 다른 성남시청 공무원의 증인 신문도 진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출장 중 6일간(4일은 전일, 이틀은 오후 일정만) 공식 일정에 불참했다. 이 중 1월 10일 오후 일정과 1월 12일 전 일정, 1월 14일 오후 일정엔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처장도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월 12일을 세 사람이 골프를 함께 친 날, 1월 14일을 함께 바다 낚시를 즐긴 날로 보고 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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