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다"vs"특이한 이름 기억"…법정서 '이재명 기억력' 싸움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네번째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성남시청 공무원 A씨 앞에서 검찰과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이 대표의 ‘기억력’을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2015년 1월 당시 이 대표 및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기획본부장, 고(故)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9박 11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갔던 A씨가 “별로 교류가 없었던 이 대표가 몇 년 후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불렀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을 두고다. 검찰은 “피고인(이재명)은 머리 좋고 이름을 잘 기억한다”며 이를 이 대표가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로 삼았다. 그에 따라 함께 출장을 가 지근거리에서 일정을 함께 했던 김 전 처장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 대표 측 변호인은 A씨가 중앙대 출신으로, 이 대표와 같이 동문회에 참석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맞받아쳤다. 이 대표 측은 “A씨의 이름이 특이해 기억하기 쉬운 편”이라는 반박도 했다.
“김문기, 이재명 명절 문자 답장 자랑”
이날 오전 재판에는 유 전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이어갔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와 같이 있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했다”(지난 3차 공판, 유동규)는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로부터 ‘특별 취급’을 받을 때마다 자랑을 했던 점을 떠올려냈다. 그는 “(김 전 처장이) 명절에 (이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변이 왔었다’ 했다”며 “‘김 처장’ 이름으로 (안부 문자가) 왔었다 자랑하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문자가) 와가지고 기분이 좋았다. (이 대표가) 바쁘실 텐데 저한테 보내주셨다’ 했다”는 것이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경기도 성남 신흥동 1공단의 분리 개발을 추진할 당시, 민간 사업자에 부제소 특약을 받는 것이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김 전 처장의 아이디어였다며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로부터 잘했다, 잘 처리했다 칭찬받았다고 저한테 와서 자랑하던 게 생각난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이 자랑을 했던 기억을 토대로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12월 이 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장동 의혹으로 처음 김문기를 소개받았고, 그 당시 통화를 많이 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은 “시장하고 직접 통화했다고 자랑을 했다면 뚜렷이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기, 대장동 질의응답 문건 작성에도 참여”
그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인 2021년 9월, 이 대표의 20대 대선 캠프에서 만들었던 ‘대장동 개발사업 Q&A’ 문건 작성에 김 전 처장이 참여했다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문건 작성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준 거로 알고 있다”며 “김문기의 존재는 성남시장뿐 아니라 도지사, 비서실도 알고 있던 내용이고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인식하던 내용”이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공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다는 증언도 지난 재판에 이어 계속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문기는 처음 (공사에) 들어올 때부터, 이미 리모델링협회 때부터 (이재명과) 알고 있던 사이”라며 “(공사 입사 전) 이재명 변호사한테 전화해 알려주고 리모델링협회(사단법인)를 연결해주고 했다”고 했다. 또 “정진상도 (처음 채용할 때) '이 사람 누구냐'가 아니라 '이 사람 그 사람 아니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특히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 있어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임기에 맞춰 착공 시기를 앞당기도록 지시했으며, 이와 관련해 실무 책임자인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자주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이 정진상하고 오더(지시)를 내린 게 임기 중 재선했을 때 (위례 신도시) 착공에 들어가게 타임 테이블(시간표)을 맞추라고 요구했다”며 “맞추기 위해 (일정을) 당기는 작업을 하고, 보고가 들어갔기 때문에 당연히 (김문기를) 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엔 이 대표 등과 함께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갔던 다른 성남시청 공무원의 증인 신문도 진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출장 중 6일간(4일은 전일, 이틀은 오후 일정만) 공식 일정에 불참했다. 이 중 1월 10일 오후 일정과 1월 12일 전 일정, 1월 14일 오후 일정엔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처장도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월 12일을 세 사람이 골프를 함께 친 날, 1월 14일을 함께 바다 낚시를 즐긴 날로 보고 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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