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서 “사내 성폭력” 지워버린 한샘…“분노한다”

이정헌 2023. 4. 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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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체 한샘의 요청에 따라 '사내 성폭력 사건'을 다룬 나무위키 문서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트위터 등 SNS에선 한샘이 2017년 공분을 불렀던 '사내 성폭행 사건'을 지워버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나무위키' 사이트에서 '한샘 사내 성범죄 사건'을 담고 있던 문서가 지난해 12월 임시조치된 이후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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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웹사이트 나무위키에서 '한샘 사내 성범죄 사건'을 다룬 문서가 삭제됐다. 14일 기준 현재 문서에선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나무위키 캡처


가구업체 한샘의 요청에 따라 ‘사내 성폭력 사건’을 다룬 나무위키 문서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트위터 등 SNS에선 한샘이 2017년 공분을 불렀던 ‘사내 성폭행 사건’을 지워버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나무위키’ 사이트에서 ‘한샘 사내 성범죄 사건’을 담고 있던 문서가 지난해 12월 임시조치된 이후 삭제됐다.

임시조치는 나무위키를 통해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생각하는 개인 혹은 단체의 요청을 받아 나무위키가 해당 게시글을 가림(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임시조치 이후 30일 사이에 해당 문서 작성에 참여한 이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다.

14일 기준 ‘한샘 사내 성범죄 사건’ 문서에선 “해당 문서를 찾을 수 없다”는 문장만 적혀있을 뿐,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한샘’ 문서도 기업 개요만 적혀있는 상태다.

위키 웹사이트 나무위키에 '한샘 사내 성폭력 사건' 관련 항목이 가구업체 한샘의 요청에 따라 임시 조치 후 삭제됐다. 나무위키 캡처


나무위키가 공개한 ‘투명성 보고서’를 보면, 삭제 요청자에 한샘 직원 이름이, 권리에는 ㈜ 한샘이 명기돼있다. 투명성 보고서는 나무위키에 문서 삭제를 요청한 당사자의 이름과 사유 등을 공개하는 문서다.

한샘이 삭제를 요청한 사유에는 “당사 권리 보호를 위해 부정확한 정보, 허위 사실 등이 다수 기재돼 있다”면서 “아래 두 게시물에 대해 임시조치를 요청한다”고 적혀 있다.

‘한샘 사내 성폭력 사건’은 2017년 11월 4일 피해자가 입사 3일 만에 화장실에서 남성 동료로부터 불법촬영을 당하고, 이를 알린 사내 교육 담당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피해자는 성폭행 사건 진상조사를 나온 인사팀장마저 거짓 진술을 요구하고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유명 가구업체에서 이 같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은폐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철저한 진상조사 및 처벌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컸다. 파장이 커지자 한샘은 당시 사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회사를 대표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 직원을 성폭행한 사내 교육 담당자는 혐의를 인정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았다. 회사에 사건을 알린 피해자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하고 성관계를 강요한 인사팀장도 2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나무위키 삭제를 알리는 글이 트위터에서 확산하자 한샘을 비판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덕분에 한샘에서 사내 성범죄가 일어났고 한샘은 기록조차 말소시키려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썼다. 다른 누리꾼도 “맞다. 한샘도 있었다. 잊을만하면 어떻게든 상기시켜준다”고 비판했다.

한 커뮤니티에선 관련 내용을 복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새로 쓰려면) 예전 내용 그대로 복붙(복사·붙여넣기)하면 안되고 새로 다시 서술해야 한다”며 “기존의 자세한 서술이 모두 날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임시조치 뒤 삭제가 되면, 과거에 불특정 다수가 참여해 작성했던 내용을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한샘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무위키) 내용 중 사실이 아닌 부정확한 정보가 많아서 나무위키에 (임시) 조치를 요청했다”며 “하나하나 수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편집권을 침해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임시 조치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 이후 성 평등 매뉴얼도 만드는 등 회사 자체적으로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며 “사내 조직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과거 사건을 교훈 삼아 여러 가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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