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현장 지켰던 ‘꽃봉오리 하나’…의무경찰 마지막 전역식

김홍범 2023. 4. 14. 18: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83년 첫 입영이 시작된 이후 지난 40년간 범죄예방·질서유지 임무를 수행한 의무경찰의 마지막 전역식이 열렸다. 복무를 무사히 마친 이들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오는 5월 17일을 마지막으로 의경이 남지 않는 경찰 내부에선 경비 업무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함께 나왔다.

14일 오후 서울 경찰청에서 마지막 의무경찰인 1142기의 합동 전역식이 열렸다. 김홍범 기자


14일 오후 경찰청 대강당은 오랜만에 만난 의경 동기들이 그간의 회포를 푸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마지막 기수인 1142기 전체 정원 208명 중 절반이 넘는 106명이 수도권 각지에서 모였다. 1년 반 만에 얼굴을 마주한 이들도 다수였다. 이들은 의경의 상징인 ‘무궁화 꽃봉오리 하나’ 견장 위로 어깨동무하고 서로 안부를 물었다. 그간의 임무 수행을 담은 동영상이 나오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보니까 또 아쉽네”라고 말했다.

의경은 지난 2017년 기준 2만 5000명이 넘는 인원으로 경찰 경비 업무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지난 1982년 대간첩임무를 주로 하던 전투경찰(전경)에서 독립한 의경은, 2013년 전경이 폐지된 이후 대간첩 작전도 수행해왔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윤희근 경찰청장도 “그간 47만여명의 의무경찰은 현장 곳곳에서 법질서를 확립했고, 저 또한 지난 1992년 경기지방경찰청 기동 8중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의경과 동고동락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경찰청에서 열린 의무경찰 1142기 합동 전역식에 참석한 윤희근 경찰청장. 사진 경찰청


그러나 이후 병역 자원이 감소하고, 문재인 정부가 공공일자리를 확대하겠다며 2017년 의경 단계적 폐지안을 발표한 뒤 점차 인원이 줄었다. 2013~2017년 매해 평균 1만 3000명씩 선발했던 인원이 대폭 감소해 마지막 선발해인 2021년에는 985명만 뽑았다.

의경 완전 폐지에 따라 경찰 업무에 공백이 불가피하단 지적도 나온다. 2만5000명 가량 되던 의경을 대체하기 위해 새롭게 선발한 경찰관이 6000명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의경 4명 이상 당 경찰관 1명으로 대체된 것으로, 당초 계획이었던 1만명에서도 줄어든 수치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017년 핼러윈을 앞두고 의경(방범순찰대) 60명을 이태원 일대에 투입했지만, 지난해 참사 당시엔 의경 인력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6일 “의경부대의 폐지로 3월 셋째 주부터 출동 인원 부족이 예상된다. 야간 비상상황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일선 경찰서에 보냈다. 서울의 한 경찰서장은 “의경이 배치되던 기동대 등으로 현역 경찰관들이 대거 빠져나가며 일선 경찰서 인력도 연쇄적으로 출었다. 우리 서도 한창 때에 비해선 100여명 정도 인원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경보다 경찰관이 전문성이 있지만, 결국 인력이 절대적인 상황도 많다. 의경이 숙식을 모두 부대에서 한다는 걸 감안하면 특히 야간 상황에선 출퇴근하는 근무자의 수가 턱없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서로 벚꽃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 옆에서 경찰이 인파 통제를 하고 있다. 김홍범 기자

문제는 경비 인력의 필요성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경비 업무 관련 경찰관은 “이태원 참사 이후로 작은 행사만 열려도 지자체에선 인파 관리를 위한 인력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한다”며 “쉬는 날 나가 인파통제를 하는 날도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수사 관련 부서에서도 경비로 인력이 몰려 인력난을 호소하는 불만도 여전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기 위해 인력 충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집회 시위 업무에 대한 부담은 늘고 있는데, 의무경찰 3~4명이 하던 일을 경찰관 1명이 감당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현장 대처 능력을 키우는 교육과 동시에 장비와 시설 등의 보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