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비명? 민주당, 그렇게 한가한 상황 아니다"

박소희 2023. 4. 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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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내대표 출마 홍익표 "돈봉투 사건, 사실관계 확인 중요"

[박소희, 박정훈, 남소연 기자]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이상하게 제가 '친명 후보'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오전, 국회 본청 문화체육관광위원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헛웃음을 지었다. 문재인의 대변인(19대 대선), 이낙연의 브레인(20대 대선 경선 캠프 정책총괄)이었던 그는 요즘 '신이재명계'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하지만 홍 의원은 "저는 그냥 민주당"이라며 "저야말로 조직(민주당)에 충성했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지금 '친명이냐, 그렇지 않냐'를 할 만큼 당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할 일'이 수두룩하다. 밖으로는 원내 제1당이자 야당으로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안으로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당 혁신의 성과를 내야 한다. 이 모든 과제의 성적표는 2024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로 드러난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당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다. 홍 의원이 민주당의 21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자리에 도전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 중구·성동구를 기반으로 3선을 연임했지만 지난해 6월 서초을 지역위원장을 신청, 10월말 사무실을 열었다. 이 곳은 1988년만 해도 야당인 통일민주당 지역이었지만 1990년 3당 합당 후 단 한 번도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다. 홍 의원은 "지역 주민들을 만나뵈면 '민주당만 아니면 좋겠다'라고 한다. 처음보다는 나아졌다"면서도 "'안 찍겠다'는 표현을 완곡하게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절대 험지'를 관리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원내대표를 맡아도 괜찮을까? 홍 의원은 "한 발 더 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선거에선 구도, 조직, 개인의 역량 크게 세 가지를 보는데 제일 중요한 게 구도다. 특히 수도권 선거는"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구도가 잡히는 12월 말, 1월초까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구도를 만드는 데에 원내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게 제 선거운동과 떨어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터뷰 당일 검찰은 윤관석 의원의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공개수사에 돌입했다. 홍 의원은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추가 통화에서 "일단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며 "우리 당 의원들을 믿고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발표시점은 참 묘하다. 이 내용 자체는 한 달 전부터 이래저래 (소문이) 있었다"며 "우연의 일치인지, 기획된 일인지는 검찰이 알 것"이라고 했다.

"특정세력 중심으로 정치? 중요한 건 총선승리"

- 원내대표 출마를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를 지면서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 당이 이렇게 가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1년 전에도 출마 생각은 있었지만, (당시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간에 세게 붙는 시점이었고, 저도 확실하게 마음을 굳힌 상태가 아니었다. 지방선거까지 지고 나니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번 선거 역시 '친이재명계 대 비이재명계' 구도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일각에선 '신이재명계 후보'라고 불리는데.

"'친명이냐, 그렇지 않냐'를 할 만큼 당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이상하게 제가 친명 후보로 알려졌는데, 그런 오해는 전혀 없었으면 좋겠다. 또 제가 모든 걸 내려놓고 서초을에서 새롭게 출발하는데, 누구 눈치를 보겠나. 지금은 당이 총력을 기울여 혁신하고 민생과제를 챙겨야 한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이 비상식적이고 무능력하다. 이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국회밖에 없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해 저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특정세력 중심의 정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총선승리를 위해 가능한 모든 힘을 끌어 모아야 한다."

- 차기 원내대표의 최종 목표도 결국 총선승리일 텐데, 현안이 너무 많다. 당장 미국 CIA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의혹이 있다. 

"김태효 1차장 반응이 너무 황당하다. 아무리 동맹국이어도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이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다. 만약 CIA가 우리가 한일관계를 어떻게 대응할지를 불법도청해 일본 정부에 알려줬다면 어땠을까? 이런 문제를 어떻게 안보실 차장이라는 사람이 한가하게 '그건 악의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굉장히 비상식적이다. 저런 공직자라면 자르는 게 맞다.

이 사안이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어선 안 된다. 한미정상회담 의제가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사전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는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안 될 수 없다. 왜냐면 국민 여론이 그러니까. 대통령의 경솔함도 있지만, 비전략적인 참모들도 외교참사의 원인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고 있다."

- 그런데 갑작스레 검찰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공개수사에 돌입했다. 

"일단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 현재로선 관련 의원들이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당 의원들을 믿고 결과를 기다리겠다."

- 당사자들도 그렇고 몇몇 의원들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라고 말한다.

"이 내용 자체는 한 달 전부터 이래저래 (소문이) 있었다. 사건 자체의 진실 여부는 조사과정을 봐야겠지만, 검찰의 발표 시점은 참 묘하다. 늘 윤석열 정부가 어려울 때마다 검찰 수사를 꺼내들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특수부 검사들이 해온 전형적인 방식이다. 갑자기 압수수색을 한다든가, 영장을 청구한다든가 하는 일이 묘하게 윤석열 정부의 고비고비마다 활용되고 있다는 게 우연의 일치인지, 기획된 일인지는 검찰이 알 거다."

"검찰, 참 묘하다... 쌍특검은 반드시 해야"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11일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50억 클럽 특검법'이 처리됐다. 하지만 '쌍특검' 추진은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하다. 사실 정권교체 후 민주당이 수차례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면서 오히려 행정부를 견제하는 권한으로서의 의미가 흔들린 것 아닌가도 싶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특검을 한 적 없다(웃음).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이 나온 까닭)은 검찰이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특검을 통해서 반드시 짚어야 하고, (법안도) 4월에 통과돼야 한다. 안 그러면 특검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 법사위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이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려고 해도 '180명'을 채우려면 정의당이 동의해야 한다.

"법사위에서 안 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선법사위 후패스트트랙을 요구한) 정의당이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그러니 정의당도 4월말까지는 법사위에서 진전 여부를 본 다음, 함께 하지 않을까. 또 패스트트랙에 들어가도 약 8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다(이 기간이 지나면 본회의 자동상정 - 기자 말). 만약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언제든 통과시키면 된다. 모든 협상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다만 정부여당의 보다 성실한 협상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 다른 인터뷰에서 새 원내대표의 덕목으로 "여당과 단호하게 싸우고 결정할 때 망설이지 않는 리더십"을 꼽았다. 지난 1년 동안 검찰 직접 수사 개시권 축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등이 이어진 상황을 보면 자칫 '극한대결만 강화한다'고 오해 받을 수 있는 리더십 아닐까.

"협상이든 싸움이든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야당은 당연히 정부를 견제하고 여당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의 대여 투쟁은 지나치게 권력기관 문제라든가 정치적 이슈에 많이 치중됐다. 때론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며 대여 투쟁을 해나갈 때도 있지만, 때론 지지층을 용기 있게 설득해야 한다. 그 부분에서 망설이지 않겠다는 것이지 싸움 일변도로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민생문제는 적당히 타협할 생각이 없다."

"거부권도 다수결도 민주적 절차, 정치적 책임질 뿐"

- 대통령실은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간호법, 방송법, 노란봉투법 등 줄줄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또 법무부는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검수원복(검찰 직접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을 고수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여도 시행령 통치, 거부권 통치를 막을 묘수가 안 보이는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법안을 여야) 합의처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저는 어느 한 쪽도 민주적 절차를 어기지 않았다고 본다. 국회는 다수에 의해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는 것도 권한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정치적 책임을 질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법인데도 야당이 단독처리했다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 정치적 책임을 대통령이 지게 되고, 국민들이 심판한다. 그게 선거다."

- 결국 다음 총선이 중요하지만,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가 될 것이란 전망과 '민주당이 180석 갖고 뭘 했냐'며 '민주당 심판 선거'가 될 것이란 의견이 공존한다.

"(여야) 양쪽이 서로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지 않겠나. 정부 여당은 다수의석을 가진 야당의 횡포가 있다고,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견제하겠다고 할 테고. 국민들이 판단할 거다. 

- '민주당이 뭘 했냐'라는 지적은 '대표상품'이라고 꼽을 만한 법안이나 정책이 없기 때문 아닐까.

"자꾸 성과가 없다고 하는데 21대 국회에서 굉장히 많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중대재해처벌법,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 금지법 등도 통과됐고 일부 보수언론과 당시 야당(현 국민의힘)이 비판한 임대차 3법도 이제야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 지지층이나 진보적 시민들로선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합의처리를 위해선 반대측 주장도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 180석이니 마음대로 한다? 입법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다수의석이 항상 밀어붙이는 게 반드시 정의일까? 21대 총선 지역구 선거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이 49%, 미래통합당이 41%였지만 소선거구제에 따른 승자독식으로 인해 (민주당) 의석이 과잉대표됐다. 그렇다면 '우리 당과 생각이 다른 40%의 국민을 어떻게 할 것인가'란 문제가 남는다. 우리 지지층에게 이런 점을 소상히 설명 드리는 소통과정이 필요하다. '왜 법안이 후퇴했냐, 양보했냐'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매번 강행처리해야 하고, 극한대결로 간다."

- 오영환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도 그렇고, 국회 선거제 논의를 봐도 극한대결로 치닫는 정치현실을 다들 걱정하지만 선거제 개편이나 정치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이 보이질 않는다.

"아직 당론은 없다. 다만 '극단의 정치를 넘어서야겠다'는 공감대가 있다. 또 ▲대학을 졸업한 ▲50대 중후반 ▲남성이라는 국회의원의 일반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세대, 성별, 학력 등이 다양해지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대표성도 있어야 하고 지역주의 해소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가야 한다는 같은 고민이 있다. 이 문제의식을 갖고 접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재명, 누구보다 총선 승리 절실... 현명한 판단할 것"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한편에선 '이재명 대표의 거취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란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이 대표의 과제다. '검찰이 과도하게 정치적 수사를 한다'는 당내 합의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책임져야 할 몫이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 당대표로 선출됐고 많은 당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누구보다 총선승리가 절실하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온다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 또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을 놓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가는 일이다. 정당은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 추가체포동의안은 '부결' 당론을 정할 계획이냐는 질문 또한 앞서 나가는 것인가.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볼 생각이다. 지난번도 의견수렴과정이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더라. 그런 면에서 의원총회를 더 적극 활용하겠다. 최소 월 2회 정례화하고, 현안을 1회 이상 충분한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선 결정하지 않되 1회 이상 숙의를 거친다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겠다."

- 서울지역 의원이다. 2021년 이후 민주당이 3연패의 늪에 빠진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서울 민심의 외면'이 꼽히는데, 2024년 4월 10일까지 회복가능할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부모는 서울, 자식은 경기도' 형태로 변하면서 지형상 약간 보수화했다. 둘째, 우리 당이다. 민주연구원장 시절(2020~2021년) 우리 당 관련 여론이 가장 출렁였을 때가 박원순 사건이었다. 그 사건 이후 서울이 엎어졌고, 정당 지지율에 비해서 적게는 3%p 많게는 5%p 나빠졌다. 

그 다음이 부동산 세제정책 실패다. 급격한 변화는 조세저항을 가져오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아무리 진보정당이 집권해도 세제는 안정성을 함께 추구한다. 그런데 세금이 너무 빨리 오르면서 우리 당을 지지했던 분들조차 불신이 커졌다.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당의 태도, 문화 문제도 있었다. 우리 당은 보수언론을 비롯한 언론에 대해서 피해의식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언론에서 지적이 나오면 '수용'하지 않고 '대응'하는데, 이 모습들이 스윙보터 등에게는 오만해 보였다.

서울의 객관적 변화도 고려해야 하고, 세심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고, 우리 문화나 태도를 되돌아봐야 될 시점 아닐까.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개선)했을 때 서울 선거에서 우리가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서울 선거, 특히 수도권 선거는 구도가 중요한데 선거 구도는 3개월 전쯤, 그러니까 올해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쯤 만들어져서 크게 안 변한다. 앞으로 7~8개월이 내년 선거를 좌우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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