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꾀어 남편 살해·가정폭력 매도까지…40대 무기징역

이강민 2023. 4. 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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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아들엔 징역 장기 15년·단기 7년 선고
피해자, 생전에 아내 폭행 당하고도 “아내, 자식 보면 힘나”
국민일보 그래픽

아들과 공모해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남편의 상습적 가정폭력 때문이었다고 거짓 진술한 아내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살해 당하기 전 남편은 아내에게 맞아 생긴 상처를 나뭇가지에 찔렸다 말하는 등 오히려 가족을 감싼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는 14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3)와 아들 B군(16)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선고했다. 이는 미성년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중한 형이다.

재판부는 “남편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장기간 준비한 뒤 망설임 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극악무도하다”면서 “만 15세에 불과한 아들에게 범행을 제안해 살인범으로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고인의 탓으로 돌리는 언동을 계속해 왔다”면서 “흉기를 휘두른 것은 B군이지만, B군을 유인하고 범행을 주도한 것은 A씨인 점, 진심으로 범행을 뉘우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아들 B군에 대해서는 “범행 내용이 중하고 가담 정도도 가볍지 않으나, 나이가 어린 소년으로 교화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부정기형(미성년자에게 형기의 상·하한을 둔 장기와 단기로 나눠 선고하는 형)의 가장 중한 형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B군과 함께 지난해 10월 집에서 둔기로 남편 C씨(50)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가 잠에 들자 A씨는 부동액을 넣은 주사기로 잠에 든 남편의 심장 부근을 찔렀다. 이후 남편이 잠에서 깨 저항하자 B군은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A씨는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했다. B군은 범행 이후 C씨의 시신을 욕실에서 훼손한 혐의(사체손괴)도 받는다.

같은 해 9월 18일에는 귀가한 C씨와 사업 실패로 말다툼을 벌이다 소주병을 던져 다치게 하고, 같은 달 20일에는 소주를 넣은 주사기로 잠자던 C씨의 눈을 찌는 혐의(특수상해)도 받는다.

이들은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거짓주장을 하기도 했다. B군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역시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고 욕설하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술병으로 맞는 등 폭행을 당한 건 고인이었다. 거짓말이 들통나자 B군은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렸다”고 실토했다.

A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더해 남편이 자신의 언어장애를 비하했다고 여기며 평소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아들을 끌어들인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C씨가 사망 사흘 전 작성한 노트에는 눈을 다친 뒤 아직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럽다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고 적힌 글귀가 발견되기도 했다.

안과 진료를 받았을 당시에도 의사에게 ‘나뭇가지에 찔린 상처’라고 하는 등 주변에 아내의 폭행 사실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는 무기징역을, B군에게는 징역 20년을 구형하며 “A씨는 아들과 함께 잔인한 살인 방법을 계획한 뒤 실행하고도 고인이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인 것처럼 주장해 명예를 훼손하기까지 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 “A씨 진술에 따르면 고인은 아내가 또다시 자신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아내와 아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는 같은 날 최후 진술에서 “시댁 식구들에게 머리 숙여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가정의 불행은 저 혼자 짊어졌어야 했는데 아들에게 고통을 주어 미안하고,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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