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나온 '고체 ICBM' 호숫가서 '쾅'…北, 기습능력 과시했다

이근평, 이세영 2023. 4. 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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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략무기 목록에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새로 추가했다. ‘화성-18형’으로 이름 붙여진 이 미사일로 미 본토를 향한 기습공격 능력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고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지난 13일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전날(13일) 군 당국의 분석대로 북한은 이번 발사를 시작으로 고체연료 ICBM 개발을 본격화할 태세다. 매체는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발동기들의 성능과 단분리 기술, 각이한 기능성 조종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평가하는데 목적을 뒀다”고 설명했다.


1단과 2·3단 발사 각도 조절…소기 성과 강조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체는 “1계단은 표준탄도비행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 지연 분리 시동 방식으로 미사일의 최대속도를 제한하면서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1단은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 앞 10㎞ 해상, 2단은 함경북도 어랑군 동쪽 335㎞ 해상에 안전하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1단은 정상각도로 2단과 3단은 고각으로 발사하면서 추력도 조절해 의도적으로 고도와 비행거리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단 분리 후 2단과 3단은 사거리를 1000km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다시 고각 궤적으로 비행하고 탄두는 거의 수직으로 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고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1000㎞를 날아가면서 정점고도는 300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고도만 보면 액체연료 ICBM의 고각발사 때보다 절반 수준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액체연료보다 추력 조절이 까다로운 고체연료에서 비행거리를 짧게 하려면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며 “주변국 피해를 막으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한편 시험이 계획한 대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정상각도로 발사된 1단의 궤적을 토대로 홋카이도에 미사일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대피 경보를 발령했다. 미사일이 정점에 올라갈 때까지 제대로 된 탄착 지점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의미다.


고체연료, 콜드런치 특성 드러내

북한은 또 이날 사진 26장과 발사 순간을 10차례 반복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고체연료의 기술 성숙도를 둘러싼 의구심을 의식한 행보다. 이들 사진과 영상에서도 흰색과 황색의 화염이 사방으로 퍼지는 고체연료의 발사 순간 특성이 눈에 띈다. 붉은색 화염이 촛불처럼 모이는 액체연료 방식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북한은 단 분리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이는 데도 공을 들였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며 14일 영상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이번 미사일이 '콜드런치'(Cold launch) 방식으로 발사된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발사 직후부터 후방 로켓 엔진이 점화되는 ‘핫런치’(Hot launch)와 달리 일정 고도까지는 가스 등으로 미사일 본체를 밀어냈다가 공중에서 점화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에 보관되는 고체연료 ICBM에서 콜드런치 방식이 적용되면 캐니스터에서 곧장 발사하는 게 간단해진다. 발사 순간 캐니스터와 이동식 발사대(TEL)에 가해지는 충격도 줄일 수 있다.

대신 콜드런치는 미사일이 걸려 발사되지 않으면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어 핫런치보다 더욱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계열에 적용한 콜드런치 방식을 화성-18형을 통해 ICBM에 처음 적용했다.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1계단은 '표준 탄도비행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방식으로 설정해 발사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신문


고체연료로 미 본토 기습 타격 능력 과시

북한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시험을 실시하는 등 최근 고체연료 ICBM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섞어 고체화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액체연료보다 개발이 어렵지만 연료를 실은 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지하 시설에 숨겨놨다가 유사시 꺼내 즉각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발사 징후 포착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도 이 같은 은밀성이 드러난다. 북한은 화성-18형을 터널에서 이동시켜 호숫가 근처에서 쐈다. 고체연료에 콜드런치 방식이 결합돼 발사 장소의 선택 폭 역시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기존 핫런치 방식의 ICBM의 경우 발사 순간 화재와 지형 충격 등을 감안해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주로 쏘곤 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며 14일 영상을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18형 발사 전 터널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이 ICBM에 고체연료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을 놓고 대미 위협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액체연료 기반의 화성-17형, 고체연료 기반의 화성-18형이 역할을 달리하면서 미 본토를 겨눌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화해 최대한 많은 탄두를 투발할 수 있는 화성-17형을 제1격(First strike)용으로, 탄두 수를 줄이더라도 즉각 대응에 유리한 화성-18형 제2격(second strike)용으로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액체연료 기반의 다른 화성 계열 미사일을 고체연료로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軍 “중간단계”라지만…기술 개발 속도 무시할 수 없어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의 공개보도에 "고체연료 방식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시험발사"라며 "체계개발 완성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우리의 3축 체계는 과거의 최초 설계 개념에 고착되는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계속 진화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과대 평가돼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상 연소 실험 4개월 만에 실제 발사까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기술 개발 속도를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화성-18형은 북한 탄도미사일의 획기적 진전”이라며 “앞으로 비행거리와 제어기술 등을 점검하는 추가 실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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