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인생 첫마디가 ‘빅스비’?…알파세대의 등장
이른바 세대론의 시작은 X세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이전 베이비붐 세대처럼 알파벳 이전 세대가 존재하지만 알파벳이 붙기 시작한 건 1965~1979년생을 포괄하는 X세대가 시작이다. X세대는 학교와 집에서 컴퓨터를 처음 접했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아이’ ‘집에 혼자 있는 세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Y세대(1980~1994)는 세계 경제 호황기에 놓인 세대로 자가용과 외식, 해외여행 등을 즐기기 시작한 세대다. 동시에 세계 금융위기로 좌절을 맛본 세대이기도 하다. 이후는 이른바 Z세대(1995~2009)로 불리는 디지털세대다. 다른 세대가 20년에 걸쳐 겪을 변화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경험한 세대로, 앱, 트윗, 밈,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용어가 이 세대에 탄생했다.
사실 알파벳 세대의 시작은 X였기에 이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Z를 끝으로 더 이상 선택할 알파벳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알파의 시대’(더퀘스트)의 저자들은 다음 세대를 ‘알파 세대’로 명명한다. 많은 이들이 A세대를 추천했지만, 저자들은 21세기에 태어나는 첫 번째 세대라는 뜻에서 그리스어 알파벳에 눈을 돌려 ‘알파’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파 세대의 특징은 AI(인공지능)와 스크린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에서 생후 18개월 아이가 처음 내뱉은 말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알렉사’(아마존의 AI 비서/국내에는 지니·빅스비 등이 있다)였다. 책의 세 저자는 알파세대가 아날로그 경험이 없는 최초의 디지털세대라는 점에서 다른 종족 연구에 버금가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 저자는 현존하는 기술 트렌드가 알파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그들의 가정과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양육과 교육, 건강, 비즈니스까지 다양하게 탐구했다. 아울러 알파세대를 자녀로, 학생으로, 소비자로, 구성원으로 상대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해 그들의 관점을 균형 있게 담아냈다.
연구에 따르면 알파세대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그들은 디지털 온리(Digital Only) 세대로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Z세대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데 반해 알파세대는 스크린 기기에 친숙해 이미지와 영상을 소통의 기본 도구로 삼는다. 가상 세계 수용력도 높아 메타버스의 초기 버전인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 제페토 등을 자유롭게 다룬다.
두 번째는 왕성한 정보력으로 이전 세대보다 사회·심리적으로 조숙하다는 점이다. 이전 세대가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해야 할 정보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단기간에 습득하면서 개인 성향이 빨리 드러나기 시작했다. 취향도 확실해져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사회 이슈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데도 스스럼이 없다. 실제로 이런 특성은 알파세대를 상대하는 브랜드와 기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많은 기업이 경영에 투명도를 높이고 브랜드 관리에 신경쓰는 이유다.
세 번째는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인간 본연의 욕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들은 변치 않는 인간의 욕구가 ‘알파의 시대’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이를 돕는 데 필요한 역량과 기술은 무엇이고,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에 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1960년대의 베이비부머세대, 2000년대 밀레니얼세대 당시 대처에 미흡했기에 적잖은 혼란을 경험했다고 지적한다. 후발 세대의 필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당했고,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소통과 갈등 해소를 위해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는 것이다.
대비할 지점은 다양하다. 저자들에 따르면 현재 15~19세 아이 4명 중 1명이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강화되고 있다. 의학 저널 ‘랜싯’에 따르면 전 세계 10~24세 인구 질병 중 정신질환 비중이 45%에 달했다. 정신 건강 문제가 알파세대의 당면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이 외에도 구독모델에 익숙하고 이동성이 강한 특성은 집을 소유하기보다는 임차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파세대 욕망의 시작점은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중 3단계인 사회적 욕구로 지목했다. 그들이 1, 2단계인 생존과 안전 욕구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결정은 격이나 품질보다는 그들의 가치관에 부합하냐, 아니냐로 결정되기 쉽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전자기기에 익숙해지면서 손으로 필기하는 능력이 낮아져 사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도 예상된다. 손 필기는 기억보존과 창의력,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에서 타이핑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기기가 참여와 상호 소통을 쉽게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집중력을 저해하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자들은 이런 변화를 바로 알고 대비해야 오늘날의 힘든 세상에서 알파세대가,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충고한다.
알파의 시대 | 마크 매크린들 외 2명 | 더퀘스트 | 368쪽 | 1만9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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