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눈길 피한 유동규 "김문기, 이재명 칭찬 받고 자랑, 모를 리 없다"
[김종훈, 권우성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 권우성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법정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3월 31일 공판에 이어 두 번째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공판에서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의 시선을 내내 피했다.
반면 이 대표는 법정 증언을 이어나가는 유 전 본부장의 얼굴을 수십 초간 응시하거나, 증언을 마치고 재판정을 떠나는 유 전 본부장을 끝까지 주시하는 등 신경을 곤두 세우는 모습이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배석판사 정현욱·정의진)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그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책임자로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관련 보고를 여러 차례 한만큼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존경한다'고 늘 자신에게 말했다"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이들의 인간관계인 건지 모르겠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김 전 처장은 이 대표에게) 보고도 잘하고 활동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021년 12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문기 처장은 개인적으로, 시장 재직 때 좀 아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검찰은 이 대표가 시장 재직 때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음에도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 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3일 이후 격주 금요일마다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2021년 12월, 김문기 전 처장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진행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로 출석하고 있다. |
ⓒ 이희훈 |
유 전 본부장은 이날 공판에서 김 전 처장이 이재명 대표로부터 칭찬을 받고 좋아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 "김 전 처장이 여러 차례 '성남의뜰'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피고인(이재명)에게 1공단 공원 사업비 담보 방안을 보고했는데 증인(유동규)도 과정을 알고 있었나?"
유동규 : "(김 전 처장으로부터) 그 부분을 잘했다고, 칭찬받았다고 들었다. (민간사업자와) 부제소 특약(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 작성에 대해 이 시장으로부터 '잘했다, 잘 처리했다'라고 칭찬받았다고 저한테 와서 자랑하던 게 생각난다. 그 부분은 저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김 전 처장의 아이디어로 알고 있다."
당초 대장동 개발 사업은 대장지구 개발과 성남 수정구 1공단 공원화 사업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장동 사업 시행 도중 1공단 공원조성사업이 소송에 휘말리게 돼 지연될 우려에 처했다. 결국 2016년 1공단 공원화 사업은 분리됐고, 대장동이 먼저 개발됐다. 이에 성남시는 인가 조건 변경 등을 이유로 민간사업자가 향후 법적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제소 특약을 받아냈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사 후 명절에 이 대표와 개인적인 안부 문자를 주고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에게 단체 문자 메시지가 아닌 '김 처장'이라고 특정해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처장이) 추석인가 명절에 이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자긴 (답장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바쁘실 텐데 보내주셨다고 자랑을 한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한 번 스쳐가듯 들었던 내용이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로 출석하고 있다. |
ⓒ 이희훈 |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대장동 사업을 총괄하는 실무자로서 여러 차례 이 대표에게 보고 했던 만큼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검사 : "2015년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과 제1공단 공원화 사업과 관련해 (김 전 처장이) 실무를 담당한 것이 맞나?"
유동규 : "그렇다."
검사 : "그렇다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가 사업의 책임자인 것을 알고 있었나?"
유동규 : "인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검사 : "근거는 무엇인가?"
유동규 : "실무책임자로서 당연히 (이 대표에게) 가서 보고 했다. 대장동 관련 보고가 들어가는데 이 사람이 책임자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장동 개발과 1공단 공원화는) 이재명의 중요 공약사업이다. 이후에 이재명 시장이 정진상(정책실장)하고 오더를 내린 게 뭐냐면 임기 중 (1공단 공원화와 관련해) 착공하게 타임 스케줄을 맞추라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모든 단계에서 그에 대한 보고가 들어갔다. 당연히 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시장은 당시 개발 사업에 관심이 많아서 날카롭게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 번은 내가 대답을 못하니 잘하는 사람이 오라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내가 가급적 챙기려다 실무 담당자가 주로 보고하고 본부장이 따라가는 형식으로 (대면 보고가)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실무자였던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가서 보고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 권우성 |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대선 캠프 관계자가 김 전 처장 사망 이후 유족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하지 말아 달라'는 등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들었다는 증언도 내놨다.
검찰 : "2021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발언이 불거진 후 이재명 선거 캠프에 있었던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이 김문기 처장 측 유족과 연락해 설득하려고 한 걸 알고 있나?"
유동규 : "출소 이후 들었다. 출소 후 김문기씨 부인을 만난 적 있다. 이우종 사장이 와서 했다고 하더라. '기자회견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 좀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그런 쪽 내용으로 말했다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우종 전 사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가 된 후 경기아트센터 사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1월 대선을 앞두고 사임해 이 대표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 전 사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이 대표의 후보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전 사장과 친분에 대해 "경기도에서 같이 기관장을 했고, 의회 보고 때 보기도 했다"며 "이재명 (당시) 지사가 공관으로 부르면 같이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오후 유 전 본부장을 다시 불러 이 대표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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