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잇다] 칸쿤 빈민가에 ‘소망’의 씨앗 뿌립니다
“멕시코에 가장 필요한 일, 다음세대 리더로 양성하는 것”
멕시코 칸쿤은 카리브해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휴양 도시로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바닷가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호텔촌의 야경은 이곳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데 도심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빈민촌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반대 풍경으로 같은 칸쿤이 맞나 싶을 정도다.
빈민가 중 킨타나로오주 쿠나마야는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마약범죄 조직 ‘카르텔’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있다. 민주식(68) 선교사는 2011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현지인으로부터 “위험한 지역이니 들어가지 말라”는 충고까지 들었다.
민 선교사는 이곳에서 소망 없이 사는 지역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세대에게 정성을 들이며 교육 사역을 하고 있다.
14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에 잠시 귀국한 민 선교사를 만났다. 민 선교사는 “멕시코 선교를 한 지 올해로 20년이 된다”며 “지금까지 모든 과정마다 하나님이 필요한 사람들을 붙여주셨다. 하나님이 다 하신 일”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애니깽 후예들과의 인연 “멕시코 갈게”
민 선교사에게 멕시코와의 인연에 대해 묻자 26년 전인 1997년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당시 민 선교사의 외삼촌인 김종혁 선교사는 멕시코 유카탄에서 멕시코 ‘애니깽’ 후예들을 대상으로 사역했다. 애니깽은 조선 말기 가난 때문에 멕시코 애니깽(용설란의 일종) 농장으로 떠난 조선인 노동자들이다. 민 선교사는 김 선교사가 한국에 보낸 애니깽 후예들과 만났다. 헤어질 때 이들에게 민 선교사는 “나중에 멕시코 갈게”라는 약속을 했다.
민 선교사가 여러 과정을 거쳐 2002년 선교사 콜링을 받고 사역할 나라를 정하기 위해 기도했다. 민 선교사는 “하나님은 97년에 만난 애니깽 후예들과 만남을 기억하게 하셨다. 멕시코 선교사로 부르신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2003년 4월 기독교한국침례회 해외선교회 선교사로 파송 받은 민 선교사는 김 선교사를 도우며 현지 언어 등을 익혔다. 이듬해 5월 한국에서 오랫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칸쿤 레오나비카리오 지역에서 정규 유치원 사역을 시작했다. 높은 수준의 유아 교육을 제공해 지역민들에게 신임을 얻었다. 멕시코 정부로부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정규 유치원으로 승인받았다.
그러나 정규 교육기관이다 보니 종교교육을 할 수 없었다. 민 선교사는 유치원 사역을 접고 2011년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에서 파송 받은 ‘기대봉사단’(전문인 선교사)으로 아동 사역 및 지역개발 사역을 시작했다.
멕시코 리더 양성에 투신
민 선교사는 “멕시코에 가장 필요한 일은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들을 잘 훈련해 멕시코 지도자로 세우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교육을 접촉점으로 복음을 전하는 아동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방과후교실에서 수학 독해 컴퓨터 코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무엇보다 성품 교육을 강조하며 이들이 바르게 자라도록 지도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반별로 성경공부를 하고 예배를 드리며 이들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영적 창구 역할을 감당한다. 현재 400여명의 지역 아동들이 이곳에서 꿈을 꾸며 차세대 리더로 훈련받고 있다. 센터는 매월 학부모 모임을 진행하며 부모 교육을 한다.
사회 기반 시설이 열악한 빈민가를 위해 지역 개발 사업도 하고 있다. 미국 한인교회인 뉴욕 신광교회 선교팀 등은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민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건축 등 지역개발에 동참했다.
20년간 멕시코에서 사역한 민 선교사의 기도 제목 중에는 항상 ‘안전’이 포함돼 있다. 카르텔의 영역 다툼이 있고 마약 매매 등이 있는 칸쿤에서 사역할 때 때로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엄습하기도 했다. 민 선교사는 “그럴 때마다 말씀을 보며 마음을 붙잡았고 하나님이 보호해주시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민 선교사는 센터를 통해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다음세대가 잘 자라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이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받지 않고 믿음의 리더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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