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녹취록'에 민주당 급반전…송영길 탈당론까지 나왔다
사업가로부터 10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논란이 2년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13일만 해도 이 전 부총장 수사 등을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권칠승 수석대변인)로 지적하며 검찰의 부당성을 부각했다. 이재명 대표도 같은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술을 통해서 객관적 진실을 왜곡ㆍ조작하는 검찰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저는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최근 정부ㆍ여당 지지율 하락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야권에 사정(司正) 칼날을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13일 저녁 JTBC를 통해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 있던 윤관석ㆍ이성만 의원이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당 관계자들에게 돈 봉투 전달 정황을 뒷받침하는 생생한 녹취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14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강선우 대변인은 돈 봉투 의혹 관련 질문에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이재명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대해 묵묵부답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당에서 사실관계를 좀 정확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당내에선 “단순히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는 위기의식이 불거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제 발로 (국내에) 들어오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들어와서 조사받는 게) 더 당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송 전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그것도 조금 궁색하다”며 “짜깁기, 조작한 거다 이런 식으로 하면 더더욱 코너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돈 봉투 파문이 당 전체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2021년 당시 윤관석ㆍ이성만 의원을 포함해 송영길 전 대표의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 최소 40명에게 현금 총 94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당내에선 2008년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 당시 300만원 봉투를 돌린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받은 것을 상기하며 “이번엔 (관련자가) 최소 수십명이라면 그것보다 훨씬 더 (여파가) 셀 것”(조응천 의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그냥 넘어가면 당이 다같이 매도될 수 있다. 지금까지 검찰의 정치탄압 얘기를 해온 것까지 다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며 “송영길 전 대표를 포함해 관련된 의원들이 선제적으로 ‘탈당하고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성남FC 불법 후원, 쌍방울 사건 등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해 당 지도부가 “정치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반박해 온 탓에 “이번 사안은 솔직히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 외통수에 걸린 거 같다”(민주당 당직자)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누군가는 책임지고 도려내야 하는데, 이미 뱉어놓은 말이 있기에 이를 뒤집기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이정근 게이트'로 명명하며 공세 수위를 바짝 올렸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의 ‘개인적 일탈’ 발언에 대해 “후보로 뛴 사람이 자기 핵심 측근이 무슨 짓을 한 지 모른다는 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이야기”라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빨리 귀국해서 진실이 뭔지 국민에게 사죄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진상을 조사해 실체적 진실을 국민께 알리는 것”이라며 “‘쩐당대회’의 추악한 전말도 조만간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행어 된 성매매 용어…"꼬ㅊ미남 지명" 다나카 위험한 열풍 | 중앙일보
- "암표 1700만원 신고하라" 블핑 인기에 대만 당국까지 나섰다 | 중앙일보
- "하나님 보장"에 500억 뜯겼다…독실한 강남 교회 집사의 배신 | 중앙일보
- "가혹행위, 엄마에게 이르자"…병사들 폰 사용 이끈 한마디 | 중앙일보
- '박원순 변호인' 정철승, 여성 후배 성추행? CCTV보니 "손이 쑥" | 중앙일보
- 19세 손흥민 근육 보고 놀랐다…부상 빨리 터는 '셔츠속 비밀' | 중앙일보
- "학교 안 간다"는 5살 딸에…5억 넘는 벤츠 사준 말레이 엄마 | 중앙일보
- 전당뇨 1500만명 시대…혈당 상승 주범 밥, 제대로 먹는 법 | 중앙일보
- 한때 소득세 110억 1위…'피자왕' 성신제 암 투병 끝 별세 | 중앙일보
- "국밥 한 그릇이면 됩니다"...돈봉투 내밀자 공무원이 한 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