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 된 성매매 용어…"꼬ㅊ미남 지명" 다나카 위험한 열풍
촌스러운 샤기컷 헤어스타일에 몸에 딱 붙는 티셔츠, 브랜드 로고가 도드라지는 짝퉁 벨트를 맨 남자. ‘다나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일본인인 척 어눌한 한본어(한국어+일본어)를 구사하는 그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언뜻 보면 진짜 일본인이라 착각할 정도로 특유의 스타일과 억양을 고스란히 구현한 다나카는 사실 SBS 공채 6기 개그맨 출신 김경욱(40)이다. 그가 유튜브를 기반으로 만든 부캐릭터인 다나카는 일본 유흥업소 호스트 출신이라는 설정이 세계관의 핵심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튜브에서 그의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각종 웹예능을 휩쓴 데 이어 TV 예능과 뉴스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했다. 누가 뭐래도 다나카는 현 시점 가장 핫한 대세 인물이지만, 유튜브에 존재하던 캐릭터가 널리 노출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튜브 기반 ‘부캐’ 빵 뜨며 단독 콘서트까지
다나카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 한국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일본인 설정으로 찍은 ‘다나카의 머끄방그(먹방)’ 영상 시리즈가 화제가 되면서다. 자장면을 먹겠다면서 면에 탕수육 소스를 부어 먹거나, 비빔면을 일반 라면처럼 끓여 먹는 등 우스꽝스러운 먹방을 짧게 편집한 쇼츠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얻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꽃가루’를 ‘꼬츠가루’로, 에버랜드 알바생이 부른 ‘아마존송’ 가사를 ‘아마조루조루’로 발음하는 등 일본인 설정을 활용한 외설적인 언어 유희가 화제 몰이를 하면서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
MBC ‘라디오스타’·‘복면가왕’, KBS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등 지상파 예능이 잇따라 그를 초대했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채널A ‘뉴스A’ 등의 뉴스 프로그램도 그를 인터뷰했다. 지난 1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인천, 성남, 부산 등으로 이어지는 전국 순회 콘서트 일정도 빼곡히 예정된 상태다.
이같은 다나카의 인기는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개그 소재로 활용된 적은 많지 않던 일본 서브 컬처를 기반으로 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2월 말 다나카의 인기를 분석한 기사에서 “다나카는 그간 많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잔인한 무사나 냉혹한 군인 등 ‘무서운 일본인’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평했다. 다나카의 인기가 지난해 봄부터 본격화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정권 교체가 된 뒤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전문가 분석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희화화하는 지점을 두고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작 당사자인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불쾌하지 않다는 반응도 많다. 아사히신문은 “다나카가 좀 촌스럽긴 하지만, 상냥하고 귀엽다. 부드러운 일본인의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일본인 유학생의 인터뷰를 인용하기도 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도 “한국인들은 일본의 서브 컬처에도 친근할 정도로 민간 차원에서는 일본을 가까운 이웃으로 느낀다”며 “그런 흐름 속에 나온 캐릭터를 일본인에 대한 비하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명됐다” 업계 은어 유행에 ‘벚꼬ㅊ 도넛’까지 등장
다만 다나카는 호스트바 선수 출신이라는 콘셉트가 정체성인 만큼 지상파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은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남자들이 여성 고객에게 술을 접대하는 호스트바는 성매매가 이뤄지기도 하는 유흥업소다. 여자들이 호스트바에 중독돼 빚을 지고 재산을 탕진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해 일본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다나카는 지상파나 뉴스에 출연할 때 호스트 출신 설정을 대놓고 밝히진 않지만, 유튜브에는 실제 일본 호스트바에서 선수들과 어울리는 영상을 업로드했을 정도로 콘셉트에 ‘진심’이다. 그가 유명 프로그램에 섭외될 때마다 쓰는 ‘지명 받았다’는 표현 역시 룸살롱의 ‘초이스’와 유사한 성매매 업계 용어이지만, 마치 유행어처럼 널리 쓰이는 실정이다. 호스트바 문화가 ‘개그’라는 미명 하에 아무렇지 않게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다나카 캐릭터가 유튜브에만 머무른다면 그저 코미디로 소비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여러 미디어를 넘나드는 상황”이라며 “광고 모델로 나서는 등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 공인으로서 책임도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수위를 조절하는 면에서 위태로워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다나카와 콜라보한 도넛 브랜드 노티드가 그의 외설적인 말장난을 그대로 활용해 상품명을 ‘벚꼬ㅊ 도넛’이라 표기한 사례만 봐도 그의 영향력은 더 이상 본인의 채널 안에만 머물지 않는 상황이다.
다나카가 일본 내에 더 널리 알려지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일본인을 캐릭터화 하는 건 상관없지만 ‘왜 하필 호스트냐’ ‘일본인 하면 호스트부터 떠오르는 건가’ 라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나카가 일본에서 더 유명해지면 일본인 발음을 희화화한다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며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이 다나카와 비슷한 발음을 할 때 한국인들로부터 놀림 당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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