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국제정세" 허세쟁이였나...기밀 유출 美 21세 '일병' 정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 유출 사건의 용의자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됐다. 용의자는 21세 청년 잭 테세이라로, 주(州)방위군 공군 소속 하급 병사였다. 그의 자택에선 총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무기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된 테세이라는 14일 매사추세츠주 연방 지방법원(보스턴 소재)에 출두해 기소인부 절차를 밟게 된다.
①소속은
테세이라는 미국 동부 ‘케이프 코드 합동 기지’에 있는 오티스 에어 내셔널 가드 베이스(Otis National Guard Base)에 주둔하고 있는 102 정보비행단 소속이다. 정보비행단은 홈페이지에 부대의 주요 임무로 “전 세계적으로 정밀한 정보와 지휘 및 통제를 제공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복무 기록에 따르면, 그는 2019년 9월 26일 주 방위군에 입대해 지난해 7월 1급 항공사(A1C)로 승진했다. ‘일병’에 해당하는 하위직이다. 공식 업무는 사이버 운송 시스템 저니맨(journeyman)으로, 군사 통신 네트워크용 케이블과 허브 유지 관리 등 정보통신(IT) 관련 일이다.
복무 기간 동안 테세이라는 공군에게 널리 수여되는 일반적인 포상인 ‘공군 공로메달’ 외엔 표창이 전혀 없는 평범한 군인이었다.
검거 당일 테세이라의 어머니는 뉴욕타임스(NYT)에 아들이 케이프 코드의 한 기지에서 야간 교대 근무를 했으며, 최근 전화번호를 변경했다고 확인했다.
②성향은
지인들은 테세이라가 기독교도이자 반전주의자로, 애국적 성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부모는 어린 시절 이혼했고, 어머니·새아버지·형·여동생과 함께 거주 중이다.
새아버지 역시 테세이라가 일하고 있는 군부대에서 34년간 복무했던 퇴역 군인이고 형도 같은 부대에서 일하고 있다. 어머니는 화훼 사업을 운영 중이다.
테세이라의 고교 동창인 에디 수자(22)는 로이터통신에 “학창시절 그는 말썽쟁이와는 거리가 먼, 매우 조용한 모범생이었다. 그가 기밀 문서를 유출했단 사실에 매우 놀랐다”면서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온라인상에선 밈(짤방 또는 패러디물) 제작자로 인기를 끌었다. 테세이라가 자주 활동한 한 채팅방은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 등 극단적인 이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곳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가 확인한 영상에선 테세이라가 대형 라이플총을 들고 사격장에서 반(反)인종, 반유대주의적인 내용의 비방을 내뱉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테세이라를 우익 극단주의자로 보고 있다. 이들은 “미군에 침투하는 극우‧인종차별‧반정부 인물이 위험한 이유는 무궁무진하며, 국가 안보의 중요한 위협”이라고 USA투데이에 밝혔다.
가디언은 향후 조사에서 “젊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인종차별적이며 반체제적 성향의 사람이 기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다.
③유출 동기는
정확한 동기는 파악 중이다. 다만 테세이라가 과거 에드워드 스노든(2013년 미 정보당국 문서를 유출한 전직 보안요원)이나 첼시 매닝(2010년 750만개 기밀 문서를 위키리크스에 공유) 등 이전의 대규모 정보 유출자들과는 달리,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로 인해 내부 고발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지 언론은 테세이라가 ‘자기 과시 욕구’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테세이라가 기밀 문서를 업로드했던 채팅방의 10대 회원들은 그에 대해 “자랑하기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라 평가하며 “그의 목표는 사실을 알리고 놀라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테세이라는 기밀 자료를 게시하면서 회원들에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국제 정세에 뒤처져선 안된다”고 종종 훈계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위직 병사에 의한 최고 기밀 유출 사고에 대한 비판이 일자, 미 국방부의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은 “군은 젊은이들에게 높은 수준의 보안을 인가하고, 더 높은 책임을 맡긴다”면서 “젊은 하사관을 전투로 이끌기 위해 군은 책임과 신뢰를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④정보 접근 방법은
군에서 테세이라에게 허용한 보안 인가 수준은 명확하지 않다. WP는 미국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테세이라는 하급 직위임에도, 미 국방부의 보안 인트라넷 시스템인 ‘합동 범세계 정보 통신 체계(JWICS)’에 접근 권한이 있었을 것”이라 전했다. 이 권한을 가지면, 테세이라가 유출한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분류된 문서들을 읽고 인쇄할 수 있다.
실제로 테세이라는 온라인 채팅방의 회원들에게 자신이 케이프 코드 기지에서 기술 지원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덕분에 기밀 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자랑한 바 있다.
다만, 미국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국가정보국(DNI) 등에서 매일 쏟아내는 정보 보고서는 테세이라의 업무와 무관하고, 상급자 역시 모든 접근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된다.
NYT는 “테세이라가 다른 방식을 이용했을 것”이라며 “보안 담당자에게 발송된 기밀 문서 e메일을 조직 편의상 여러 사람에게 자동 공유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공유 메일을 통해 테세이라가 기밀에 접근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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