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주기' 진도에서 보고 가면 좋을 것들

이돈삼 2023. 4. 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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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진도 국립남도국악원 진도씻김굿 공연... 국악 체험 프로그램, 신비의 바닷길도 가 볼만

[이돈삼 기자]

 진도석성 앞에서 시연된 진도만가의 한 장면. 만가는 상여꾼들이 상여를 매고 가면서 부르는 상엿소리를 가리킨다. 진도만가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남도땅 진도가 다시 생각나는 봄날이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두고, 진도항과 목포신항에 추모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잠시나마 위무해주는 공연도 무대에 올려진다. 진도가 보유하고 있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가운데 하나인 진도씻김굿이다.

진도는 '민속문화의 보고'로 통한다. 자타가 인정을 한다. 진도군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가 4종이다.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다. 진도아리랑, 진도북놀이, 진도만가, 남도잡가, 소포걸군농악, 조도닻배놀이 등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한결같이 진도 특유의 혼이 살아있는 민속문화 자원이다. 그 중에서도 진도씻김굿은 죽음에 대한 의례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망자를 위로하고 산자를 축원하며, 죽음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남도를 대표하는 전통민속이고 예술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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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에 있는 국립남도국악원의 진악당 전경. 매주 토요일 '국악이 좋다' 상설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 이돈삼
  
 국립남도국악원의 진도씻김굿 공연 모습. 지난 2019년 3월이다.
ⓒ 국립남도국악원
진도씻김굿 공연은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에 있는 국립남도국악원에서 한다. 4월 15일 토요일 오후 3시 남도국악원 진악당(珍樂堂)이다. 보배로운 소리의 전당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립남도국악원의 토요상설 공연 '국악이 좋다'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무대에는 수준 높은 남도국악원 국악연주단이 직접 오른다. 유하영을 주무로 하고 나승희, 지선화, 조현정, 오혜원, 양혜인, 장지원, 박진선 등이 무용을 한다. 강지수, 황지민, 조윤진, 오혜빈, 장예은, 노택용, 김주원 등이 피리와 대금, 해금, 아쟁, 가야금, 거문고, 장구 등 악기를 연주한다.

진도씻김굿은 망자의 넋을 기리는 굿이다. 서남해안 지역에서 많이 행해진다. 생전에 좋지 못한 기억과 마음 깊은 곳의 앙금을 깨끗이 씻어내, 망자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수월하게 건너도록 돕는 굿이다.
 
 망자의 넋을 기리는 진도씻김굿의 한 장면. 지난 2019년 3월 공연 때다.
ⓒ 국립남도국악원
초가망석, 손굿 쳐올리기, 제석굿, 넋올리기, 희설, 씻김, 고풀이, 길닦음 순서로 진행된다.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 유족의 안녕과 복을 빌어주는 액막음으로 끝난다. 남도의 깊고 진득한 소리와 한의 정서를 가득 담고 있다.

초가망석은 씻김굿을 시작하는 단계다. 망자를 비롯해 그날 굿을 위한 신들을 부르는 순서이다. 손굿 쳐올리기는, 무당이 나뭇가지와 지전(망자가 쓸 저승화폐)을 들고 춤과 노래를 하는 것이다. 제석굿은 가정과 자손에 복을 구하는 것, 넋올리기는 종이 넋을 지전과 함께 올리며 한을 푸는 행위다.

희설은 극락에 갈 때까지 여러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도록 축원하는 과정이다. 씻김은 넋을 정화하는 과정으로, 씻김굿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고풀이는 얽히고설킨 고를 풀면서 망자의 생전 한을 풀어준다. 길닦음은 망자의 넋이 극락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절차이다. 끝으로 액막음은 유족의 안녕과 복을 빌어주는 순서다.
  
 망자의 넋을 기리고 유족의 안녕과 복을 비는 진도씻김굿의 한 장면. 지난 2019년 3월 공연 때다.
ⓒ 국립남도국악원
  
 국립남도국악원의 토요상설 공연 '국악이 좋다'의 한 장면. 지난 3월 18일 공연 을 마친 출연자들이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이돈삼
 
진도씻김굿 공연은 누구라도 볼 수 있다. 무료 초대 공연이다. 다만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좌석권은 당일 공연 30분 전에 현장에서 나눠준다. 예약 없이 가서 볼 수도 있지만, 만약 자리가 없으면 낭패다. 공연장인 진악당의 좌석은 500석 정도 된다. 장애인 좌석도 별도로 있다.

국립남도국악원의 토요 상설 공연은 매주 마련된다. 남도국악원 공연, 외부 예술단체 초청·기획공연, 신진예술단체 공모공연을 한다. 매달 주제도 달리해 다양하게 공연한다. 4월 22일엔 장애인문화예술공동체 '사람사랑' 초청공연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무대에 올린다.

4월 29일엔 기획공연으로 국수호 명무, 김덕수 명인이 출연하는 명인·명무전 '완생'을 공연한다. 5월엔 어린이와 가족을 주제로 한 공연을, 6월엔 굿축제 연계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렇게 12월까지 매주 토요일에 공연을 한다.
  
 남도국악원 방문객들이 진악당 로비에 전시된 국악기를 둘러보고 있다.
ⓒ 이돈삼
남도국악원에 전시된 여러 종류의 국악기를 보는 건 덤이다. 공연장인 진악당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져 있다. 건물 1층 로비에 갖가지 국악기가 전시돼 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등 현악기를 비롯 장구, 북, 꽹과리, 운라, 편경, 편종 등 타악기도 있다. 단소, 대금, 소금, 태평소, 퉁소, 나발 등 관악기도 전시돼 있다.

국악기를 보는 것은 물론, 취향에 맞는 음원을 골라 연주음악을 들어볼 수도 있다. 공연 관람을 전후해 악기를 훑어보고 연주음악을 들어보면 더 좋다. 국악이 좋고, 재밌다는 걸 금세 알게 된다.

남도국악원의 매력, 진도의 매력
  
 국립남도국악원의 봄 풍경. 국악원은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 여귀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국립남도국악원의 진악당.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국악이 좋다' 상설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 이돈삼
 
남도국악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 음악기관이다. 전국에 있는 국립국악원은 모두 4곳. 진도는 서울과 남원에 이어 세 번째로, 2004년 7월에 문을 열었다.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 여귀산 자락 11만2400㎡에 연면적 9300㎡ 규모로 들어섰다.

국악 전용 극장인 진악당과 야외공연장, 국악연수동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야외공연장은 1200석 규모의 달빛마당과 120석 규모의 별빛마당이 있다. 국악연수동에선 일반인 연수·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악원에서 하룻밤 묵으며 국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남도국악체험-보배섬 국악나들이'다. 토요상설 공연을 보고,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와 함께 강강술래를 배우고 체험하는 1박 2일 프로그램이다. 단 15명 이상 단체에 한한다. 숙식이 포함되고, 1인당 3만 5000원의 유료 체험이다. 시설 깔끔한 남도국악원에서 하룻밤 묵으며 국악체험을 하고, 진도의 관광자원도 둘러보면 더 좋다.
  
 남도국악체험-보배섬 국악나들이 체험. 체험 신청자들이 토요 상설 공연을 보고,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와 함께 강강술래를 배우고 있다.
ⓒ 이돈삼
남도국악원에서 신비의 바닷길이 가깝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랑디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바닷길이 갈라지는 현상을 처음 본 랑디가 프랑스신문에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소개하면서다.

신비의 바닷길은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2km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바닷물의 만조와 간조의 높이 차이로 수심이 낮아질 때, 바다 속의 길이 30~40m 폭으로 활짝 열린다. 그때가 음력 2월 그믐날이다.

올해는 4월 20일 오후 5시 40분, 21일 오후 6시 10분, 22일 오후 6시 50분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시간을 전후해 1시간 남짓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조수 간만의 차로 갈라진 신비의 바닷길.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2km 바다에서 나타난다.
ⓒ 이돈삼
  
 진도 운림산방의 봄 풍경. 운림산방은 남종화가 5대가 대를 이어 200년 동안 그림을 그려온 곳이다.
ⓒ 이돈삼
때맞춰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도 열린다.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이다. 코로나19 탓에 4년 만에 다시 열린다. 진도에서 열리는 축제답게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씻김굿 등 진도 특유의 민속공연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마련된다.
진도처럼 자랑거리 많은 땅도 드물다. 진도는 예부터 시·서·화·창의 찬란한 문화예술을 꽃피워 왔다. 남종화가 5대가 대를 이어 200년 동안 그림을 그려온 운림산방도 명물이다. 노란 유채꽃이 활짝 핀 섬 관매도, 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을 눈앞에서 체험할 수 있는 녹진관광지도 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빼어난 자연풍광과 함께 특유의 민속문화까지 만날 수 있는 '보배섬' 진도(珍島)다.
 
 진도 녹진과 해남 우수영을 가로지르는 울돌목. 이순신의 명량대첩 현장이다. 그 위로 진도대교와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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