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명품 싸게” 팔다 1200억 사기…40대, 징역8년

자신이 산 것보다 싸게 팔아 구매자 모은 뒤
‘돌려막기’ 하다 지난해 말부터 대금 받고 물건 배송 미루고 잠적

국민일보 DB

온라인에서 백화점 상품권과 명품 가방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1000억원 이상을 편취한 40대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정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50여명으로부터 상품권 판매 대금 1100억여원, 60여명으로부터 84억여원, 10여명으로부터 명품 가방 판매 대금으로 7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7년부터 유명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서 백화점 상품권을, 스마트 스토어에서 고가의 명품 가방을 판매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선금만 챙긴 채 배송을 미뤄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본인이 실제 구매한 가격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권을 팔며 구매자를 모았으며, 기존 고객에게 줄 상품권을 신규 고객이 지급한 대금으로 구매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을 썼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A씨가 운영하던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스마트 스토어에서 팔던 명품 가방 등을 모두 품절 처리한 뒤 연락을 끊자 수사기관에 그를 고소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기간에 걸쳐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저가로 상품권을 판매하겠다거나 판매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명품 가방 판매를 빙자해 대금을 편취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취금 가액이 약 1200억원으로 죄책이 무겁고 피고인은 현재까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돌려막기 방식으로 이뤄진 범행 특성상 실질적인 피해금 규모는 범죄사실에서 인정한 편취금 규모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수년간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믿고 안일한 생각으로 손해를 복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서 돈을 갚겠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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