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박수받은 野 이원욱 "의원 축소 필요…서로 악마화 말자" [스팟인터뷰]
13일 선거제 개편을 위한 마지막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좌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단에서 내려온 직후였다. 이날 이 의원은 “김기현 대표가 말한 국회의원 30명 축소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자”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이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말 삼가달라”(김상희) “여당이 소중한 토론 시간에 정수 축소만 외친다”(김경협)고 비판한 것과 달랐다.
이 의원은 1997년 대선부터 민주당 당직자 생활을 시작해,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 당직자를 거쳐 2012년에 국회에 입성했다. 2019년 12월 준(準)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을 통과시킬 때는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협상을 주도했다. 그런 그가 왜 보수 여당의 ‘의원 정수 축소’ 제안을 검토하자고 한 걸까. 14일 오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의원은 “제도 개혁에 성공하려면 일단 국민 수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Q : 의석수 감축 이야기를 왜 했나.
A : “아무리 좋은 제도여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다. 의석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있지만, 전혀 호소력이 없다. 국민이 받을 만한 제안을 하고, 대신 ‘다당제 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실어달라’고 얘기해야 설득력이 생긴다. 정원 감축과 동시에 권역별 비례제·대선거구제를 제안한 이유다.”
Q : 김 대표 주장에 대해 지난 6일엔 “포퓰리즘 정치”라고 비판했다.
A : “김 대표와 내 주장은 차원이 다르다. 나는 대선거구제를 얘기했지만, 김 대표는 아무 대책 없이 줄이자는 거다. 선거제 개편에 진정성이 안 보인다. 여전히 그 지점은 포퓰리즘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선거제를 바꾸려면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여당 요구 조건을 우리가 수용하면 협상에 물꼬가 틀 거다.”
이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같은 82학번으로 오랜기간 ‘친구’로 지내왔다. 하지만 대선 이후 이 대표의 계양을 출마를 반대하고,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팬덤을 비판하면서 대표적인 비명계가 됐다. 그는 전원위 연단에선 “국민의힘에서 준연동형을 밀어붙인 민주당은 사과부터 하라고 한다”며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Q : “이번에도 혼자서 튄다”는 쓴소리를 들었을 듯하다.
A : “속으로 구시렁댄 사람은 분명 있었을 거다(웃음). 대놓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아주 명쾌하게 정리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이들이 당내에 꽤 있었다. ‘누군가는 위성정당 문제를 사과해야 했는데 총대 매줘서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Q : 2019년 선거제 협상 당시 위성정당 난립을 예상했나.
A : “이미 알고 있었다. 협상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 ‘우리는 이 법에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정당에서 공언했는데, 우리도 안 만들 수 없다. 선거 앞에선 장사가 없다.”
Q : 소수정당에도 예상한 바를 알렸나.
A : “정의당에 미리 경고했다. 윤소하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100% 위성정당 만들어진다. 예측만큼 정의당이 의석을 못 얻는다’고 했다. 당시 정의당은 국민 비판 때문에 위성정당은 안 생겨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Q : 이번 전원위 평가는.
A : “각자 정견발표만 하고 내려오는 자리였다. 토론 하나 없었다. 선거제 합의를 하려면 일단 상대를 악마화하는 행태부터 자제해야 한다. 민주당도 ‘내로남불’을 그만해야 신뢰가 높아질 거다. 여야가 누구 이야기도 듣지 않으면 선거제 개혁은 완전히 실패한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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