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활보하는 이 곤충, 습한 환경을 좋아합니다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이상헌 기자]
1970년대까지 자개장(관련 기사 : 구조색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개 공예와 대모벌)은 고가의 혼수품이자 사치품으로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장롱 속에는 옷가지와 침구류를 보관하면서 예외없이 나프탈렌을 같이 넣었다. 좀이 의복을 갉아먹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화학섬유가 대중화하기 이전이라 천연 옷감은 좀의 손쉬운 먹거리가 되었다.
▲ 좀. 벽지 안, 장판 아래, 장롱 속에 숨어 식물질을 갉아먹는다. |
ⓒ 이상헌 |
영어권에서의 일반 이름은 은생선(Silverfish)이다. 평생 동안 비늘갈이를 하며 무척 빠르게 움직이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망둥이 처럼 풀짝 뛰어 도망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야행성이며 습한 곳을 좋아하고 애벌레나 성충이나 한결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들지만 이사를 하려고 짐을 옮기다 보면 쉽게 발견된다.
장롱이나 장판 아래 따뜻한 곳에 숨어서 의류와 더불어 벽지도 갉아먹고 우리 몸에서 떨어지는 각질과 머리카락 등도 먹고 산다.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곤충은 아니지만 좀이 스는 환경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습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므로 주기적인 환기가 필요하다. 트랩을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좀 무리는 돌좀목(Archaeognatha)과 좀목(Zygentoma)으로 나뉘며 전세계적으로 1천여 종이 알려져있다. 야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돌좀은 숲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녀석들이다. 물가 근처의 바위 틈이나 낙엽을 들추면 발견되며 나들이 가서 먹던 김밥이 땅에 떨어지면 슬금슬금 기어나오기도 한다. 돌좀 무리는 긴꼬리를 이용해 펄쩍 뛰어 도망치기에 서구권에서는 뛰는곤두선꼬리(Jumping bristletails) 라고 한다.
못난이 구박덩어리 꼽등이
▲ 꼽등이. 지하실과 보일러룸 등 습하고 어두운 환경에 서식한다. |
ⓒ 이상헌 |
잡식성으로 곤충의 사체나 유기물, 음식물 찌꺼기를 주워먹는 청소 곤충이다. 섭식활동에는 유난히 긴 더듬이를 활용하며 입틀 주변에 있는 수염과 배끝의 감각모가 보조 역할을 한다. 겁이 많아 인기척이 느껴지면 펄쩍 뛰어 도망치기에 예민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인간에게 별다른 위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감정을 건드리기에 사람들과는 친해지기 어렵다.
습한 환경을 만들지 않아야
▲ 공벌레. 위험을 느끼면 몸을 동그랗게 만다. |
ⓒ 이상헌 |
짝짓기를 끝낸 암컷은 배에 알을 품고 다니면서 태어난 애벌레를 한 달 정도 돌본다. 습한 환경을 좋아하므로 실내에 여러 화분을 놓아두는 경우에는 관리가 필요하다. 커피 찌꺼기를 뿌려두고 관리가 소흘하면 곰팡이가 피어나며 쥐며느리가 꼬이는 원인이 된다.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미관상 불쾌함을 유발한다.
▲ 쥐며느리와 육상플라나리아. 비 그친 뒤에 땅속에서 기어나와 지렁이를 주식으로 삼는다. |
ⓒ 이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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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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