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서 '정보 공유' 논의…'파이브아이즈'도 우회로 모색
미국의 기밀 정보 유출 사태로 미국과의 정보 공유 수준을 높이고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한ㆍ미 양국이 오는 26일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안보 협력 관련 별도의 문서를 채택하고 정보 공유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당장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의 정보 공유 동맹) 가입이 어렵더라도, 개별 회원국과 정보 공유 협력을 강화해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는 '우회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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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유 신뢰 재구축"
정부 고위당국자는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로 사이버안보 협력에 대한 별도의 문건을 발표할 것"이라며 "예전부터 준비하던 사안이지만, 어쨌든 (문건 유출 사태가) 영향을 미쳤으니 사이버 안보와 신뢰를 재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가 보다 믿을 수 있는 정보를 공유·생산·활용하는 데 있어서 신뢰를 재구축할 조치를 담는 포괄적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파이브 아이즈에 참여하는 방안과 관련해서 이 당국자는 "파이브 아이즈는 영어권 국가들이고, 꼭 숫자를 늘려 들어가야만 그에 준하는 협력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파이브 아이즈 가입 없이도 핵심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겠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이번에 유출된 미국의 기밀 문건 대부분에는 'REL TO USA, FVEY' 혹은 'REL FVEY' 등 '파이브 아이즈와만 공유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유출 피해 당사국 중 하나인 한국도 역으로 파이브 아이즈 가입을 적극 추진하거나 한ㆍ미 동맹을 정보 분야로 본격 확대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파이브 아이즈 회원 5개국과는 모두 양자 차원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및 약정을 맺고 있다. 다만 지소미아는 2급 이하의 군사 기밀을 공유할 때 제3국 유출 방지 등 보안을 지키기 위한 내용이 골자며, 사후에 선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개념에 가깝다. 지소미아만으로는 파이브 아이즈끼리 공유하는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다.
"캐나다와 정보 협정 추진"
이런 가운데, 한국은 파이브아이즈 중 하나인 캐나다와도 신규 정보 공유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5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의 방한 기간 열리는 한ㆍ캐나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관련 논의가 첫 발을 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협정에는 정보 공유 확대, 국방 협력 강화, 캐나다 기업의 조달 계약 지원 등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간 정보 공유 협정은 우선 방위산업 분야에 초점을 둘 계획이라고 한다.
주한캐나다대사관도 이날 중앙일보의 질의에 "해당 '안보 협정'(security agreement)이 바로 양국 간 '정보 공유'(information sharing)를 촉진하기 위한 협력 강화의 사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역내 동맹·우방과 방위·안보 관계를 향상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한국과 안보 협력 관련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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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국과 협력·신뢰 쌓아야"
한국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파이브아이즈 가입을 모색해온 일본도 지난해 5월 또 다른 파이브아이즈 회원국인 영국과 상호 파병을 손쉽게 하는 내용의 '원활화 협정(RAA)'에 합의했다. 해당 협정에는 양국 간 정보 공유에 대한 내용도 담겼는데, 일본이 개별 국가 간 협정을 통해 사실상 파이브아이즈의 정보를 공유 받는 시나리오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1년 말 미 의회 차원에서도 파이브아이즈를 한국, 일본, 독일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현재 관련 논의가 주춤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번 유출 사태를 명분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핵심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한국도 민감한 정보를 철저하게 다룰 수 있다'는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중요한 건 공유되는 정보의 퀄리티인데, 기밀 정보 공유의 특성상 사전 신뢰 구축 조치 없이 양국 간 문호를 일시에 전면적으로 개방하기는 쉽지 않다"며 "향후 더욱 높은 수준의 정보 공유 체제 가입을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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