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낮출 거라 기대 말라...아직 확실한 근거 필요”

진욱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3@mk.co.kr) 2023. 4. 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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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에 다시 한 번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동행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시장은 마치 연말 전 금리를 인하할 것처럼 보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고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고를 줬다”며 “하반기에 물가가 3%까지 갈지 불확실한데 금리를 낮추려면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증거가 있어야 하니 아직은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총재는 총 3가지 경제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가장 먼저 물가에 대해 방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연말 정도에 3% 수준이 될 걸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 국제유가와 미국의 통화 정책을 봐야 해서 2%를 얘기하기 전에, 12월까지 3%로 내려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하반기에 있다”며 “하반기에 3%로 떨어지는 걸 보고 얘기해야 하기에 2%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와 관련해 이 총재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 호주 등 중앙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을 멈추니 ‘언제 낮추느냐’고 하는 이야기가 많아 ‘그게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고 한다”며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은 물가가 내려가도록 언제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지 지켜보자는 분위기인데 시장은 내리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경기는 상고하저(上高下低)겠지만 우리는 중국, 정보기술(IT) 경기에 달려 있다”며 “반도체 가격이 많이 내려갔으니 하반기 이후 좋아지면 우리는 상저하고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총재는 정부가 예대금리차를 줄이도록 지도·부탁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고통 분담 차원도 있고 과점 요소로 수익이 높은 은행이 당연한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많이 올라간 금리를 정상화하는 차원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 걱정이라고 하는데 저는 ‘왜 걱정을 하지’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완화적이지 않고 상당히 긴축적이다. 돈 빌린 사람들이나 통화량, 부동산 상황을 보면 금리가 높아 경기가 어려운 것이 다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금리가 낮아 통화 정책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단기 금리는 해외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금리를 금방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과도한 것도 있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또 “금융감독원에서 그런 (예대금리차 축소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게 통화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지막으론 은행 위기에 대해 얘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은행 관련 사태로 많은 중앙은행이 디지털 경제에서 규제나 예금보호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가장 놀란 것이 스피드(속도)라고 했다. 뱅크런이 생기면 돈이 빠지는 속도가 엄청나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디지털 뱅킹이 워낙 발달해 소셜미디어로 페이크(가짜) 뉴스가 퍼지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은행에서 돈을 뺄 수 있다”며 “인공지능(AI)으로 모니터링해 가짜 뉴스는 빨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예금보호한도 증액 여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한은은 중장기적으로 지급이나 결제망에 어떤 영향을 줄지 보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 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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