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시신 2년 넘게 방치한 딸 집행유예…"자포자기 심정, 장례 안치뤄"

연금을 계속 받으려고 백골 상태인 어머니 시신을 2년 넘게 집에 방치한 딸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14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7)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2016년부터 피해자와 둘이 살았고 다른 자녀들은 피고인이나 피해자와 만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사이가 좋았고 당뇨병 처방 기록도 메모하며 보살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으나 '돈이 없으니 가지 않겠다'고 피해자가 고집을 부린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숨진 어머니를 발견한 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받아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그동안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으며 이날 법원의 선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당뇨를 앓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어머니를 방임한 데다 사망 후 장례도 치르지 않고 2년 5개월 동안 시신을 방치했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어머니 시신을 2년 넘게 집에 방치한 딸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A씨는 2020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천 남동구 자신의 집 빌라에서 숨진 어머니 B씨(사망 당시 76세) 시신을 2년 5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또 당뇨병을 앓고 거동이 불편한 B씨를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하지 않은 채 방임하고, 2020년 8월부터 B씨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1800여만원을 부정수령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지난 1월 11일 "엄마와 연락이 되지 않아서 집에 가봤는데, 함께 살고 있는 언니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B씨의 넷째 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