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피해 돕기? 관광 해달라" 횟집 600명 취소된 강릉의 호소

최종권, 박진호 2023. 4. 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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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 일원 산림과 건물이 대형 산불로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중앙포토


“횟집 600명 예약 전부 취소” 상인 한숨


강원 강릉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모(61)씨는 요즘 밀려오는 예약 취소 전화에 시름이 깊다. 최씨는 “봄철을 맞아 전국 동호회에서 이달 말까지 600여명 예약을 받았다가 최근 산불로 모두 취소했다”며 “불 난 현장에서 관광하는 걸 꺼리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강릉 경포대 일원은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 주요 관광지 일부가 훼손됐다. 경포 주변 송림과 경포해수욕장, 사근진해수욕장 데크·화장실·샤워장·포토존 등이 불에 탔다. 경포대가 있는 야산도 건물과 기념탑을 제외하고는 소나무숲이 거의 다 탔다. 이 때문에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진 경관이 훼손됐다.

숙박업소도 비상이다. 이번 산불로 경포호 일원 펜션 등 숙박시설 71곳이 불탔고 15곳은 부분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화재를 피한 숙박시설도 창문 틈새로 연기가 스며들어 정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11일 이후 대형 호텔 객실 예약률이 평소보다 20%가량 떨어지고 펜션 등 다른 숙박업소 주말 예약 취소가 빗발치고 있다.

최씨는 “강릉은 준성수기인 4~5월에도 해변과 송림을 보러오는 관광객이 북적였었지만, 이번 산불 소식을 듣고 여행을 취소하는 분이 많다고 들었다”며 “산불 피해 지역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강릉을 방문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릉시가 대형산불 여파로 관광산업 침체가 우려되자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응원 캠페인을 전개한다. ‘산불 피해지역 강릉, 관광이 최고의 자원봉사입니다’란 캠페인 문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게시해 도움을 요청하는 방안이다. 앞서 강원도와 강릉시는 지난 13일 강릉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강원 강릉시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관광이 최고의 자원봉사입니다'란 응원 문구를 올려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 강릉시 페이스북


대형산불 악재에 숙박·식당 예약 줄 취소


강릉시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되는 ‘2023 내나라 여행박람회’에 참가해 소형 배너기를 걸고 행사 참가자들에게 강릉 관광 홍보에 나섰다. 시는 2019년에도 옥계지역 산불 피해 이후 서울에서 관광 캠페인을 전개해 관광객 유치에 효과를 본 적이 있다.
이석제 강릉시 관광마케팅 담당은 “강릉은 관광이 제1 산업일 만큼 관광객 소비가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선교장과 오죽헌·경포대·경포 해변으로 이어진 산불 피해 지역 복구를 신속히 진행해 관광객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3일 관광 강릉의 얼굴인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주변 송림이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 산책로 데크가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소나무가 대부분 불에 타는 피해를 보고 신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공공기관에 강릉 방문 요청


강릉시는 관광지 주변 시설물 잔해 처리와 해변 정화 활동도 한다. 비치 비어 페스티벌과 경포 썸머 페스티벌 등 행사를 준비 중이며 감성돔 비치, 애완견 동반 비치 등 테마 해수욕장도 운영할 예정이다.
12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 일원 산림과 건물이 대형 산불로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김종호 기자

강원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공문을 보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주최 행사를 강릉에서 할 수 있게 도움을 요청했다. 원주 혁신도시 공공기관을 비롯한 전국 공공기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한 민간기업에도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과 연계해 강릉 관광 특별기획전도 연다.

강원도 관계자는 “관광과 지역 방문이 산불로 신음하는 강릉을 돕는 최고의 자원봉사”라며 “강원도 역시 피해수습과 함께 손님맞이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릉=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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