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 헌법재판관 퇴임 "영광스러운 기억…환경미화원에 감사"
이석태(70·사법연수원 14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70세 정년을 맞아 14일 퇴임했다.
이 재판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그동안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결정들에서 저는 대체로 안타깝게도 분명하고 뚜렷한 결론을 갖지 못해 마지막까지 망설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씀드려 논의 중인 사건에서 법리적인 면과 설득력의 면에서 저 스스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껴 동료 재판관님들의 견해에 기댄 바가 컸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결정들에 참여한 것은 큰 명예였으며 이는 소장님을 비롯한 동료 재판관님들의 혜안과 노고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헌재를 떠나려 생각하니 여러 추억이 떠오른다"며 "제 삶에서 헌재는 가장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재판관은 2018년 9월 김창종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2004∼2006년)과 참여연대 공동대표(2011∼2014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2015∼2016년) 등 주로 시민사회에서 활동해온 그는 비(非)판사 출신으로 헌재에 입성한 첫 재판관이기도 하다.
헌재에서는 단순한 파업조차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온 형법 조항과 현직 교사의 정치단체 가입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위헌 의견을 내는 등 진보 성향 재판관으로 분류됐다.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권한쟁의심판에선 유남석 소장, 김기영·문형배 재판관과 함께 입법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래대로라면 6년 임기는 내년 9월에 만료되지만 이 재판관은 70세 정년을 맞아 이날 4년 7개월의 임기 끝에 퇴임하게 됐다.
이 재판관은 이날 퇴임사에서 함께 일한 비서관, 주무관, 사무처 직원, 연구관, 운전 주무관, 보안 담당 직원, 구내식당 영양사 등 재판소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환경 미화 직원의 노고를 치하하며 "헌재 내 모든 사무실이 다 그렇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방 또한 극히 청결했다"며 "이 깨끗함과 세심하게 정돈된 사무실 모습이 매사 부족한 제 재판관 생활의 기준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때 출근과 퇴근의 일상적 기초와 바른 몸가짐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며 "이 자리를 빌려 큰 표시 안내고 묵묵히 환경 미화 업무를 충실히 해 주신 담당 직원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재판관 후임으로는 정정미(54·25기)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지명 내정돼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을 앞두고 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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