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펑' 터진 오븐 뚜껑…책임소재 두고 갈등
지난달 29일 오후 6시10분께 인천 서구의 한 카페. 저녁시간 아르바이트생 유씨(25·여)는 설거지를 위해 접시를 나르다 뜻밖의 사고를 겪었다. 전원이 꺼져있던 오븐이 ‘펑’ 소리와 함께 강화유리 뚜껑이 폭발해 파편이 유씨를 덮친 것이다. 다행히 모자와 마스크를 쓴 덕에 큰 상처를 입진 않았다. 하지만 병원에선 유씨에게 안구에 잔기스가 났다는 소견과 함께 미세 유리조각 제거를 위한 안약을 처방했다. 유씨는 “오늘까지도 왼쪽 눈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안과에선 계속 불편하면 큰 병원에 가보라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천 서구의 한 카페에서 꺼진 오븐의 강화유리 뚜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책임소재를 놓고 카페 측과 오븐 수입업체가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카페 본사 측은 오븐 수입업체를 교체하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카페 측은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은 ‘오븐의 충격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오븐 수입업체 측은 카페 측에 ‘기술적으로 외부 충격 없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폭발이다. 오븐의 결함으로 생긴 폭발이라면 내부 유리가 터질 뿐 외부 유리는 터지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씨가 나르던 접시가 오븐을 건드리며 일어난 외부 충격으로 인한 폭발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카페 측은 이같은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씨는 접시가 오븐에 닿지 않았고, 만일 닿았더라도 폭발은 접시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직 준비 중이라 잠시 아르바이트 중이지만 제빵사 경력이 5년이다. 훨씬 무거운 철판 등으로도 오븐에 많이 부딪혀봤지만 한번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제빵일을 하면 오븐에 충격이 가해지는 일은 수시로 있는데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냉장고나 세탁기, 오븐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강화유리가 저절로 파손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강화유리 파손 관련 위해정보(CISS) 접수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41건, 2018년 70건, 2019년 62건, 2020년 50건, 2021년 40건으로 총 263건이다.
강화유리는 특수 열처리를 가해 일반유리보다 10배 이상 단단한 유리를 말한다. 하지만 강화유리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아무런 충격을 가하지 않아도 저절로 깨지는 ‘자파(自破·자연파손)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열처리 과정에서 유리에 미세한 불순물이 들어가거나, 유리 강도를 높이기 위해 넣었던 니켈황화물이 수축했다가 열을 받아 다시 팽창하는 경우다. 삼성전자도 이같은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특정 모델에 대한 무상 리콜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오븐 폭발 당시 CCTV 영상이 남아있지만, 유씨가 나르던 접시가 오븐에 닿았는지 여부를 놓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카페 본사 측은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오븐 거래처를 바꾸는 절차에 착수했다. A카페 본사 본부장은 “오븐 수입업체 측에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이 불안해하니 오븐을 통으로 교체해달라 요청했지만, ‘결함은 없다. 하지만 본사 측에서 요청하니 깨진 유리만이라도 교체해주겠다’라며 거부했다”며 “해당 점포엔 본사 측에서 다른 브랜드 오븐을 전달하고, 현재 오븐 거래처를 바꾸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카페 사장 안씨(43·여)도 사고 피해와 오븐 수입업체 측의 대응에 불만을 토로했다. 안씨는 “나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오븐 앞에 서는 게 두려운 상황이다. 직원 한명은 두려움에 퇴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당사자인 유씨에겐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오븐 수입업체 측은 대책을 요구하자 '원래는 유상인데 이번만 무상으로 갈아주겠다.', '카페 프렌차이즈 미래를 위해 해주는 거다. 다음부터는 조심히 사용하라'는 말 뿐이었다”며 “오븐 교체 거부뿐 아니라 유씨의 진료비에 대해서도 구두로는 도의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하곤 연락이 없다”고 전했다.
유씨는 지금도 오븐 근처에만 가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온몸이 경직되지만,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씨는 “4월 말에 중요한 자격증 시험이 있어 당장 새 일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생활비를 생각하면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번 사고로 오븐이 두려워져 제빵 경력 5년 자체도 물거품이 될 수도 있겠단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이어 “오븐 수입업체 측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라도 해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븐 수입업체 측은 해당 사고와 관련된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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