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세계 넘버1 부자...佛시위대, 루이비통 본사 난입 왜
프랑스 정부가 밀어붙인 연금개혁 법안의 위헌 여부 심사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인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힌 노동 총동맹(CGT) 등 프랑스 8개 노동조합이 12차 시위를 벌였다. 시위 인원은 정부 측 추산 38만명, CGT 추산 150만명이었다. 이날 파리에서 47명이 체포된 가운데 최소 10명의 경찰관이 다쳤다고 CNN이 파리 경찰청을 인용해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이날 명품 상점이 많은 파리 몽테뉴 거리에 있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본사 앞에서 시위하다가 본사로 진입했다. 이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자 은퇴 시점을 늦출 게 아니라 LVMH 같은 부자에 과세하라", "억만장자 주머니에 돈 있다"는 구호와 함께 시위를 이어갔다. CNN에 따르면 이들은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의 타깃이 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성 1위다. 그의 자산은 1708억 달러(약 222조원)에 달한다. LVMH는 주류(모엣샹동·헤네시), 보석(티파니), 의류 및 화장품(루이비통·셀린느·불가리·지방시)등 유명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시위대는 시위 초기부터 "마크롱 대통령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 비판하며 갑부인 아르노 회장까지 싸잡아 비판해왔다. WSJ는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일자리 보호를 없애고 부유세 폐지 등을 추진해왔다"면서 "또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국빈 방문 때나 공식 석상에서 루이비통 의상을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런 까닭에 지난 1월 시위가 시작된 이래 아르노 회장은 '동네북' 신세가 되어 버렸다. WSJ은 "시위대는 아르노 회장 얼굴이 그려진 가짜 수배 포스터를 만들어 벽에 붙이거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최근 들어 자산운용사 블랙록, 금융업체 나타시스 등 기업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습격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동자 급여와 연금을 기업들이 가져간다"는 게 비판의 주된 이유다.
이날 파리에 있는 헌법위원회(헌법재판소 격) 인근에서는 쓰레기통을 쌓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경찰 측은 15일 오전까지 주변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파리 쓰레기 수거 업체 노조는 이달 초 중단했던 파업을 13일부터 재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에 따라 파업 기간 파리에 1만t의 쓰레기가 쌓였던 최악의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CNN이 전했다. 소피 비네 CGT 사무총장은 현지 언론에 "정부가 연금 개혁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시위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연금개혁 위헌여부', 헌법위원회 판단 나와
한편, 프랑스 정부가 하원에서 표결하지 않고 통과시킨 연금개혁 법안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이 14일 내려진다. 프랑스 헌법위원회(헌법재판소 격)에서 심사하는 두 가지 쟁점은 연금개혁법안 합헌성 여부, 야당이 발의한 연금개혁법에 대한 국민투표 승인 여부다.
여기서 위헌이 나오거나, 국민 투표 회부 결정이 나오게 되면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선 정치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로이터통신은 "단, 헌법위원회가 법안 전체를 폐기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만약 국민투표가 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유권자의 10%인 약 500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투표할 수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 업체 오독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4%는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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