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짝퉁 쿠쿠 몰래 만든다…핵심 부품 빠진 '폭탄 밥솥'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쿠쿠전자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해 ‘쿠쿠밥솥’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주민들이 쿠쿠밥솥을 선호하자,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시설을 불법으로 사용해 만든 밥솥을 ‘압력밥가마’라는 상표로 평양백화점 등에서 유통시키고 있는데, 해당 제품엔 압력을 조절하는 핵심부품이 빠져있어 폭발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짝퉁’ 쿠쿠밥솥에 압력 조절장치가 없는 이유는 해당 부품이 대북 제재에 따른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쿠쿠전자는 2016년 1만여개의 완제품과 42만여개를 생산할 수 있는 부품을 미쳐 회수하지 못하고 개성공단에서 철수했다. 북한은 한국기업이 철수한 뒤 완제품을 빼돌려 국내외에 판매한데 이어, 남은 부품으로 밥솥을 자체 생산해 유통시켰다. 그런데 북한이 불법으로 만든 밥솥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익명을 원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밥솥에 일정하게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와 압력 조절 부품 등이 전략물자로 분류돼 개성공단에 들어갈 수가 없다”며 “그런데도 북한은 이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밥솥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데, 압력조절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폭발 위험이 있고 실제 그런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 부품 없이 생산된 압력밥솥은 자칫 ‘압력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위험성을 알고도 밥솥을 생산하는 이유는 쿠쿠밥솥에 대한 북한 내의 인기 때문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전기밥가마(쿠쿠밥솥)는 평양 가정마다 사용하는 주방제품으로 수요가 많다”며 “당국은 개성공단에 남조선기업이 두고 간 전기밥가마 생산설비와 원자재를 이용해 전기밥가마를 생산하고, 이를 평양상업망으로 유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렇게 불법 생산된 밥솥이 평양백화점에서 6인분 밥솥은 50달러(북한 돈 41만원), 10인분 밥솥은 80달러(북한 돈 65만6000원)에 판매된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쿠쿠전자 공장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재산인 개성공단 내 시설과 자재 등을 무단으로 활용해 각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엔 푸른색 통근버스 여러대가 개성공단에 정차해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지난 6일 북한에 개성공단 내 한국 시설의 무단 사용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하려 했지만, 북한은 통지문 수령을 거부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지난 7일부터 매일 이뤄져 온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상시 소통 통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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