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 이제 현장에서 진단한다

2023. 4. 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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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총장 한균태) 의예과 김도경 교수가 ‘과수화상병’을 현장에서 10초 이내로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On-site Applicable Diagnostic Fluorescent Probe for Fire Blight Bacteria(현장에서 이용 가능한 과수화상병 진단용 형광 프로브)’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세계적 학술지 〈iScience〉 (IF=6.107)에 최근 게재됐고,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과수원의 깊은 고민인 ‘과수화상병’, 빠른 진단 가능한 진단 키트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을 숙주로 하는 세균성 감염병이다.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Erwinia Amylovora)가 원인균인데, 비와 바람, 곤충을 매개로 빠르게 전파된다. 일단 감염되면 피해가 극심하다. 감염된 식물은 검게 변하면서 서서히 말라 죽는다. 감염된 과수원에서는 식물을 모두 소각하거나 매몰한다. 다른 대처나 치료 방안이 없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피해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병이 전파되기 전에 신속한 진단이 필수적인데, 지금까지는 DNA 또는 면역 진단 기술을 활용했다. 이런 방법은 전문 장비와 전문가가 요구되고, 민감도가 낮으며 2차 감염 발생 가능성도 있다.

김도경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질병 진단 소재와 키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번 연구의 단초를 얻었다. 개발 과정에서 과수화상병의 원인균인 아밀로보라 균에 특이적으로 감응해 신호를 제공하는 소재를 발견한 것. 김 교수 연구팀은 이 소재를 활용해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수천 종의 화학 물질 라이브러리를 개발했고, 이 중 과수화상병에 특이성을 갖는 물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쌓였다. 하지만 수천 종 중 유효물질 1종을 도출했고, 도출된 ‘B-1’은 매우 우수한 감지 특성을 보였다.

김도경 교수 연구팀은 형광 진단 시약을 사용해 과수화상병을 현장에서 진단할 수 있게 했다. 다양한 형광체를 스크리닝하는 방법으로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를 특이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진단 시약을 도출했다. 도출된 진단 시약인 B-1은 102 CFU/mL의 높은 감지 능력이 있다. 또한 10초 이내에 진단할 수 있어 기존의 진단 방식보다 월등히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또한 B-1은 면봉이나 스프레이를 이용해 간단히 도포할 수 있고, 고가의 장비나 전문가 없이 UV 손전등을 이용해 사물이나 식물에서 원인균 존재 여부를 시각화할 수 있어 현장에서 이용하기 아주 적합하다.

연구성과는 현장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4월 말이나 5월 초가 될 예정이다. 김도경 교수 연구팀은 실제 감염 농가를 찾아 방역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한다. 과수화상병 방제에 사용된 농기구나 옷, 장화 등에 감염균이 붙었는지도 확인하는데, 이는 향후 감염병의 전파 경로 확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도경 교수는 “농민분들을 직접 만나 개발한 진단 키트의 사용법을 교육하려고 한다. 농가에 극심한 피해를 주는 과수화상병을 피할 수 있게 도움 드리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iScience〉 편집자들은 “연구를 기반으로 한 식물 감염병 진단 시약과 감염병 방제 후속 연구가 기대된다. 전 세계 환경 보호와 식량 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도경 교수는 “인간 보건 향상을 위해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환경의 보호와 식량 문제에 기여할 성과를 낸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과수화상병 병균만 특이적으로 감지하는 물질을 만드는 데에 2년이란 시간이 썼다. 연구 성과가 과수화상병으로 고생하는 농가에 도움되기 바란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 연구 재단의 바이오 의료 기술 개발 사업 및 핵심 연구 기관 사업, 과기정통부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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