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美도 못막은 정보 유출‥韓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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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대부분의 미국인은 부활절 연휴를 즐기고 있었지만 미 국방 정보 당국자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최고 수준의 정보들이 수개월간 사이버 공간에서 떠돌고 있던 것이 언론 보도로 드러난 탓이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 중 중동 내에서 미국과 협력관계인 이집트가 러시아에 4만발의 로켓을 공급할 것이라는 내용은 국제정세를 뒤흔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당사자인 미국이 아닌 각국은 이번 정보 유출이 조작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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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대부분의 미국인은 부활절 연휴를 즐기고 있었지만 미 국방 정보 당국자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최고 수준의 정보들이 수개월간 사이버 공간에서 떠돌고 있던 것이 언론 보도로 드러난 탓이다. 우리도 영향권이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만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을 두고 고심했다는 내용이 정가를 달궜다.
조금 더 들여다보자. 이번에 유출된 정보 중 중동 내에서 미국과 협력관계인 이집트가 러시아에 4만발의 로켓을 공급할 것이라는 내용은 국제정세를 뒤흔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역시 미국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아랍에미리트(UAE)가 러시아 정보당국과 협력하기로 했다는 정보도 충격적이었다. 가장 크게 뒤통수를 맞은 것은 이스라엘이다. 공작이라면 전 세계에서도 최고수급인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가 추진한 사법개혁에 불만을 품고 시위대가 움직이도록 부추겼다는 내용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미국을 집권 여당의 적대국(main adversary)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유포되는 동안 미국은 물론 각국의 당국도 손을 놓고 있었다.
당사자인 미국이 아닌 각국은 이번 정보 유출이 조작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설사 사실이라도 부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할 사안이 아니다. 미국의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역시 사과를 받더라도 비공식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안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것 때문에 도청당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가정이지만 만약 청와대였다면 대화 내용이 미국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의 도청이 독일 총리까지 범위에 두었던 과거 사례를 보면 누가 정권을 잡고 있더라도 미국의 도청 시도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소련과 군축 협상을 시도하면서 "믿지만 확인하라(Trust but Verify)"고 말했다. 외교 협상 시 상대방의 진의를 확인하면서 협상에 나선다는 미국의 전략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말이다. 우리 역시 믿으면서도 확인하고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다만 이번 정보 유출을 계기로 그동안의 보안 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여명의 군사정보 동호인들이 모인 디스코드 대화방이 정보 유출의 최초 현장이었으며 21세 군인에 의해 상당 기간 유출이 이어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의 폭로와 달리 과시성 정보 유출이 얼마든지 가능함이 드러났다. 프리즘이라는 도청 시스템으로 전 세계 모든 사이버 세상의 대화를 감청할 수 있다고 여겼던 미국도 눈 뜬 채 코를 베이고 말았을 정도니 말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에서 정보를 다루는 모든 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보안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기업 차원의 대응도 빠질 수 없다. 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은 우리의 주력 산업 정보를 획득하려는 각국의 정보요원들이 서울에 몰리고 있다는 건 이제 비밀도 아니다. 지킬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백종민 오피니언 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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