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키' 쥔 김진표, 속 타는 민주당… "근시안적 정치, 정치 불신 부추겨"
여소야대 국면서 중재력 부상
총선 앞두고 "입법 강행 계속될 것"
김진표 국회의장이 간호법 직회부 마저 상정을 거부하면서 친정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맞서게 됐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다수당의 일방적인 강행,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악순환을 막아보자는 것이 결단의 취지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데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마지막 입법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여 충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14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간호법 상정을 하지 않은 것을 설명하며 "직상정하는 법안이 자꾸 늘어나고 있어서 걱정"이라며 "양곡관리법과 같은 절차를 밟으면 국회의 입법권의 권위만 더 실추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여야 간 합의를 강조하면서 "협의가 어느 정도 타결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쪽의 의견이 있어서 그때까지만 기다려보자"고 설명했다.
국회는 전날 오후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첫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표결해 부결시켰다. 다만 민주당이 직회부한 간호법 제정안은 추가 논의 등을 이유로 상정되지 않았다.
최근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의장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맞서는 가운데 다수당인 야당이 의석수로 법안 통과를 강행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소속 정당이었던 민주당의 상정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도, 정당의 결정에 모두 반기를 들기도 어려워 고심이 깊어진 상황이다. 전날 본회의장에선 법안 상정을 요구하는 박홍근 원내대표를 만류하기 위해 김 의장이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에 중재안을 제시하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민주당 주도하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처리시한을 4차례나 연기하며 여야 합의를 유도했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정당이) 일단 자기 진영세력을 결집해서 한 표라도 이기면 되지 않냐는 근시안적인 정치를 하는데 이것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크게 부추긴다"라며 "조금 더 충분히 대화하고 타협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 국정 운영, 정치를 해나가도록 하는 것이 국회의장인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장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목소리 높여 항의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 처리됐어야 할 법안임에도, 정부·여당에 시간을 더 주자는 의장의 제안을 민주당은 기꺼이 수용해서 기다려왔다"며 "정부·여당이 갈등 ‘조정’ 대신 또다시 ‘갈등 조장’에 나서는데, 그대로 손 놓고 있으란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27일 본회의에서는 반드시 원칙대로 간호법과 의료법을 포함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며 "의장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 수장으로서,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바라는 민심을 우선해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장의 중재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본회의를 마친 뒤 "간호법은 여야간 논의가 있었고, 정부도 논의해 처리하기 아쉬운 점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김 의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정부 측에서 직접 주문하신 것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법안을 처리하면 논의가 안 된다는 점 때문에 고심 끝에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의장의 행보에 대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역대 국회의장 중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며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당 의원들의 요구에도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여야의 합의를 끝까지 독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입법 강행을 계속하는 민주당에 대해선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으로서 힘을 보여달라'는 지지자들의 생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결국) 간호법 같은 경우 아마 본회의에 상정되고 통과될 것이고, 민주당으로선 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앞으로 이런 상황(입법 충돌)들이 계속되면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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