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7배…‘불황의 역설’ NPL 시장 들썩
부실채권(NPL) 시장이 활황 조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적 긴축 기조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불황의 역설’인 셈이다. 업계에선 향후 중소기업·자영업자 만기연장·이자유예 프로그램의 영향,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여부 등이 시장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권의 NPL 매각 물량은 채권 원금인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약 71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약 4200억원) 대비 1.7배가량으로 증가한 수치다. NPL은 대출금과 이자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돼 정상적으로 회수되지 않은 채권을 의미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보유한 NPL을 매각·상각·유동화·담보 처분·정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하는데,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같은 부실채권 투자회사 등은 이를 인수해 구조조정 및 재매각한다.
국내 NPL 시장은 2017년까지만 해도 연간 5조원 규모에 달했으나, 코로나19 시기엔 정부 차원의 대규모 금융지원으로 2조원 안팎까지 계속 축소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중심으로 긴축이 시작되면서 점차 시장이 달궈지는 추세다. 업권에선 올 한해 시장 규모가 예년 수준 이상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NPL 시장이 활황 조짐을 보이며 플레이어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기존 시장을 주도하던 유암코와 대신F&I 외에도 최근엔 하나F&I가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뛰어들며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고, 우리금융그룹도 2021년 말 우리F&I를 설립하며 참전했다. 이외에도 자산운용사나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NPL 펀드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업계선 올해 9월까지로 연장된 코로나19 중소기업·소상공인 만기연장·이자유예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NPL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3년여간 이런 금융지원책에 기대 연명한 한계기업 관련 부실채권이 쏟아질 수 있단 판단에서다.
부실징후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채권은행은 지난해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185개사를 부실징후기업(C·D등급)으로 선정했다. 전년 대비 15.6%(25개사) 증가한 수치다.
부실징후기업은 2019년 210개사로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인 2020년 157개사, 2021년 160개사로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한 해에만 25개사가 늘며 2018년 수준(190개사)에 근접하게 됐다. 부실징후기업이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의미하는 D등급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정동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서도 (정부 지원이 중단된다면) 이후엔 고정이하여신비중 관리를 위해서라도 그동안 회수를 유예해 온 사업장에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할 수밖에 없고, 매물이 소화되지 않으면 (NPL을) 매각하게 될 것”이라며 ”지원이 진행 중인 현재도 관련 시장에 공장 등 사업장 매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여부도 관건이다. 상업용 부동산 등 각종 개발사업이 무너지면 NPL 들이 대거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브릿지론 부실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주단도 고정이하여신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PL업계선 시장 확대 가능성을 내다보면서도 급격한 경기 위축엔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1분기엔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모두 NPL 매각에 나설 정도여서 분위기가 (침체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면서도 “침체의 골이 깊어 물량이 과도하게 쏟아지면 시장에서도 이를 소화하기 어려운 만큼 침체가 무조건 호재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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