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18) 더 재밌는 게임 위해, AI 연구에 300명 투입…엔씨
AI 번역, 디지털 휴먼 등 다양한 기술 개발
AI 윤리에 대한 고민도 지속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23'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등장했다. 화면 속 김 대표는 실제의 그는 아니었다. 얼굴과 목소리 말투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디지털 휴먼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놀랐다. 단순히 외형을 복제한 것이 아닌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한 또 다른 세계의 김 대표였기 때문이다.
AI 연구·개발 12년
인공지능(AI) 개발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열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엔씨는 2011년 게임업계 최초로 AI 연구 조직을 만들었다. 2019년 150명 규모의 조직에서 올해는 300명 규모로 두 배로 성장했다. 최근 AI센터, NLP(자연어처리)센터, 어플라이드 AI랩 등을 통합해 'NC AI R&D'로 일원화했다. 연구 분야도 다양하다. 영상과 음성, 그래픽 AI를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 개발도 진행중이다.
엔씨가 AI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다. GDC 2023에 등장한 디지털 휴먼 기술도 더 재밌는 게임을 위한 기술 중 하나다. 엔씨의 디지털 휴먼은 이용자를 홀로 두지 않는다. 사람처럼 듣고, 말하고 움직이며 스스로 행동을 결정한다. 게임은 혼자 즐길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한 차원 높은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현재 엔씨는 여러 불확실한 상황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휴먼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연구 조직은 AI, NLP 등 디지털 휴먼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술 요소를 갖춘 상태다. 엔씨는 GDC 2023에서 개발중인 신작 ‘프로젝트 M'에 김 대표의 디지털 휴먼이 게임 속에서 직접 행동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AI 기술로 전 세계 이용자 통합
엔씨는 게임에 다양한 AI 기술을 적용중이다. 대표적으로 실시간 AI 번역이 있다.
리니지W는 전 세계 12개국에서 호평받는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특성상 플레이어 간 소통이 잦고 길드 등 끈끈한 관계가 필요한데, 이를 AI 번역 기술이 지원한다. 다른 번역 기술은 인식하지 못하는 리니지 용어까지 번역한다. 이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이용자 간 유대감을 형성한다.
리니지에 AI 강화학습 모델을 적용한 이벤트도 선보인 바 있다. 리니지 이벤트 ‘거울전쟁’은 AI 적군이 서버에 침공해서 던전을 통제하면 이용자들이 이를 저지한다. 강화학습 모델이 적용된 AI 적군은 계속된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학습한다. 실패한 전략은 수정하고, AI 적군끼리 협력해 이용자들을 공격한다. 거울전쟁 이벤트는 이용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기술의 윤리적 활용 고민
엔씨는 AI 윤리에 대한 고민도 깊다. AI가 욕설, 편견, 비하 등 비윤리적 표현을 학습하지 못하게 하거나 생성할 수 없도록 제어하는 기술을 지속 발전시키고 있다. 개인정보 비식별화, 국가 간 비하 표현 방지, 비윤리·혐오 발화 인식 기술 등을 AI 연구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니지2M, 리니지W 등 주요 게임의 채팅에서 ‘스팸 필터링 기술’을 적용해 13개 언어로 다양한 패턴의 광고 등을 식별해 차단한다. 또 여러 국가의 이용자들이 한곳에서 모이는 게임의 특성상 국가간 비하 표현을 방지하고, AI 번역 엔진에서 국가 간 분쟁 요소가 될 수 있는 표현을 식별 및 순화하도록 제어한다.
이용자의 AI 윤리 인식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세계적 석학들과 AI 윤리에 대해 논의한 대담 시리즈 ‘AI Framework’가 대표적이다. 2021년 4월부터 1년간 공식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발행된 AI 대담 콘텐츠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의 세계적 석학 5인이 참여했다. 이 시리즈를 묶은 도서 ‘가장 인간적인 미래’를 출간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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