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VS 2023년....반도체 '닮은꼴'에서 찾은 반등 시점

박선미 2023. 4.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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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빠르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바닥 탈출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감산 동참으로 바닥까지 내려간 반도체 가격이 반등 신호를 보이고 있는 2019년과 상당히 닮아 있다. 반도체 기업 '어닝쇼크'→감산결정→메모리 가격 낙폭 축소→재고 감소→현물가 상승→고정거래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던 2019년 시나리오대로라면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업황 바닥을 완전히 벗어나 가격 상승 흐름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14일 반도체업계는 2019년과 2023년을 업황 '닮은꼴'로 보고 있다. 2018년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 기록을 세우며 환호했던 반도체업계는 4분기 순식간에 변한 업황 때문에 일제히 '어닝쇼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분기 17조5700억원에서 4분기 10조8000억원으로 흔들렸고, SK하이닉스 역시 6조4700억원에서 4조4300억원으로 모두 30% 넘는 수익성 축소를 경험했다.

이러한 상황은 2019년 1분기에도 이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불안해진 환경에서 반도체 수요가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1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매월 두자릿수 낙폭을 이어갔다.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감소폭이 각각 전년 동기대비 60%, 69%까지 확대된 6조2000억원, 1조366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칫하다가는 적자전환까지도 갈수 있다는 위기상황 아래 업계의 결정은 '감산'이었다.

2019년 1분기 미국 마이크론 뿐 아니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에 감산과 투자축소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메모리 가격 낙폭이 좁혀지기 시작했고 이후 2분기부터 반도체 출하량 증가, 업체 재고감소(2019년 3분기), 현물가의 안정적인 상승(2019년 4분기), 고정거래가격 상승(2020년 1분기) 순서로 업황 회복이 나타났다.

올해 반도체업계도 이와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 2분기까지 '사상 최대' 수식어를 달았던 반도체업계 실적은 3분기부터 삐그덕대기 시작하더니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어닝쇼크' 수식어가 붙었다. 4분기에 업계 대부분이 감산과 설비축소를 경험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감산 동참 선언을 했다.

2019년과 올해의 차이는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감산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8년 IMF 위기 이후 한번도 감산을 선언하지 않았다.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감산선언을 상당수 고객사가 “반도체 가격은 오늘이 제일 싸다”고 받아 들였다. 약 400일만에 처음으로 D램 가격이 올랐다. 낸드 가격도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올해 반도체업황의 악화 원인 역시 2019년과 같은 ‘회복되지 않는 수요 대비 넘쳐나는 공급량’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사실상 1분기부터 감산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분기 출하량 증가, 3분기 생산업체 재고 감소, 하반기 현물가의 안정적인 상승을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대 최악의 메모리 업황에서 삼성전자의 감산발표로 바닥 형성을 향한 변곡점은 지났다"며 "하반기까지 감산폭이 유지된다면 하반기부터 고객사들의 선제적인 재고 축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연말 또는 내년 1분기 D램 가격 반등을 예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낸드는 가격 반등이 더 빠를 수 있다고 봤다.

메모리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일정한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이 주기가 변화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1년6개월~2년마다 변동이 나타났던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은 수십개의 반도체 제조사가 경쟁하던 형태에서 소수의 업체가 과점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1년 이하로 짧아졌다. 과거 보다 불황의 끝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2019년의 경험은 감산 효과가 업황 회복으로 연결될 경우 또 다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2019년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반도체 업황은 2020년 완전히 회복되면서 2021년 초까지 호황기를 만났다. 올해 수요 회복이 더뎌 반도체 감산 효과를 제대로 못보더라도 내년 수요가 살아날 때 지금의 감산 효과는 뚜렷해질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기술 및 규모가 뒤처진 경쟁사들이 시장을 빠져나가면 기술과 규모의 우위를 지닌 한국 반도체업계가 더 큰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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