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도전장 내밀었지만, 성공 뒤에 가려진 실패들
소비자들이 조금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전장을 내민 혁신금융서비스의 성공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엠이 정식 서비스로 인정받으며 금융규제 샌드박스 졸업을 앞두고 있다. 다만 성공에 가려진 뒤편에서는 출시조차 못 하거나 서비스를 출시하고도 사라진 혁신금융서비스들도 존재한다.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는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 또는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규제 적용 특례는 최대 4년(2년+2년)간 적용되며, 4년이 지나면 규제개선 절차를 거쳐 사업의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혁신금융서비스 1호였던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은 4년의 기간을 거쳐 정식 서비스로 승인 받았다. 특히 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을 이끌어 냈다. 금융위는 금융시장·질서의 안정 및 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본 결과 국민은행의 규제개선 요구를 수용했다. 리브엠이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편익을 높였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도 혁신금융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서비스다. 땡겨요는 가맹점에게는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 수수료율 2%를 적용하는 등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췄다. 여기에 지역상품권 등의 사용을 허용하면서 출시 1년 만에 가입자가 17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 3월 기준 192만7000명을 돌파했다. 올해 가입자 200만명 돌파가 기대되는 땡겨요는 2024년 말 최종 심사를 받게 된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신한은행의 배달앱 서비스와는 달리 혁신금융서비스를 중도 하차하거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지만 서비스 출시조차 못해본 사업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과 와디즈가 추진한 ‘지식재산권 신탁 수익증권 발행 서비스’는 2020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지만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실패했다. 이 서비스는 하나은행이 중소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신탁 받아 와디즈 플랫폼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서비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유통시장 조성에 반드시 필요한 증권사가 참여하지 않아서 출시하지 못했다. 당시 증권사들은 주식위탁매매에서 최대실적을 거두고 있어 이런 모험적인 시장에 관심이 없었다”며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되어도 다양한 이유로 사업이 종료되는 케이스가 지속되는 경우보다 더 많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나이스평가정보와 이동통신 3사가 함께 출시를 앞두고 있던 보이스피싱 (Phishing) 방지 서비스 △현대상이 준비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모바일 보험 쿠폰 서비스 △SK증권의 장외 채권중개 플랫폼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고도 끝내 서비스 출시에 실패했다.
우리은행의 드라이브 쓰루(Drive Thru) 환전은 서비스 출시에 성공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에 사업을 접었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이 모바일로 환전을 신청하면 자동차로 드라이브 쓰루 환전소에 방문해 차안에서 본인인증과 동시에 외화를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리은행은 신세계면세점과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사업을 불가피하게 중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줄면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에 2년의 규제 특례 기간이 지나고 특례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혁심금융서비스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그동안 혁신금융서비스가 중복 여부나 실현 가능성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남발됐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규제 샌드박스를 2년 넘게 운영하고 있으나 문제점이 많다는 걸 인식했다”며 “혁신적인 내용보다는 상품 규제 회피 성향이 많다”고 인정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에 도전하는 업체 가운데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나선 곳들도 있다”며 “혁신금융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출시되기를 원한다면 좀 더 면밀한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중소 핀테크 업체들의 자금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를 연계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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