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방통위 마비... 민주주의 위기"
[신상호, 이희훈 기자]
▲ 김창룡 방통위 전 상임위원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무리한 수사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 이희훈 |
"공무원 조직을 이렇게 몰아붙이면 공무원들은 일을 못합니다. 그러면 행정 수혜대상인 국민들만 불행해집니다."
김창룡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전 상임위원(차관급)은 방통위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 윤석열 정부의 불통 행보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재 윤 정부가 보이고 있는 행태들이 "민주주의 사회에 맞지 않다"라며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지난 5일 임기를 마친 김 전 상임위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 퇴임 후 첫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검찰이 몇 달 동안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는 방통위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수사에 대해 "무리한 수사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상혁 혐의에서 빠진 '점수 수정'... 왜 빠졌는지 언론 물어야"
검찰은 지난 2020년 방통위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의도적인 감점이 있었다고 의심하면서 몇 달째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검찰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강수를 뒀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관련기사 : 한상혁 구속영장 기각... "앞으로 무고함 소명, 직원들 억울함 풀 것" https://omn.kr/23ar4). 당시 재승인 심사 업무를 맡았던 방통위 과장과 국장, 민간인인 심사위원장은 현재 구속 기소된 상태다.
김 전 상임위원은 "한상혁 위원장 영장 청구 내용을 보면 (검찰이 주장한 핵심 혐의인) '점수 수정' 혐의는 빠져 있다"라며 "영장에서 왜 빠졌는지 언론들이 물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김 전 상임위원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공무원 조직을 마비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조직을 이렇게 파도처럼 한꺼번에 몰아붙이면 관료들이 일을 못한다"며 "공무원들을 위축시키면 그 수혜대상인 국민들이나 기업들도 덩달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 4일 공개한 퇴임사에서도 "도주 우려도 없고, 증거 인멸도 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허접한 논리로 구속까지 시키는 데 대해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라며 "억울하게 구속된 공무원, 심사위원장 교수는 당장 풀려나야 하고, 이들의 명예는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창룡 방통위 전 상임위원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이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고발전을 벌이는 일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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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묻자 김 전 상임위원은 상기된 목소리로 "민주주의 위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소통 없는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이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고발전을 벌이는 일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대통령이 횟집 앞에서 도열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노출된 것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흐트러진 모습이 노출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탄했다.
김 전 상임위원은 국민일보 기자를 거쳐 인제대 교수를 지낸 언론학자다. 지난 2019년 11월 고삼석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에 선임돼 잔여 임기를 채웠고, 문재인 대통령 추천으로 2020년 3월 연임돼 3년 임기를 채우고 퇴임했다.
"직원들 감사 중 눈물 흘리기도...검찰 수사로 방통위 신뢰 무너져"
다음은 김 전 상임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3년간의 방통위 상임위원 임기를 마치고 지난 5일 퇴임했다. 소감은?
"공직은 항상 책임과 엄격함, 공정함을 요구하는 자리라서 압박감이 컸다. 막판에 방통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국무총리실 감찰, 그리고 검찰 수사 이런 게 한꺼번에 덮치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다."
- 퇴임사에서 방통위에 대한 검찰의 종편 재승인 심사 관련 수사에 대해 "무리한 수사"라고 비판했다. 그렇게 비판한 이유는.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누구든 적극 행정을 통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도록 임무가 주어져 있다. 감사원이 장기간 감사를 하고 포렌식까지 해서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그것도 부족했는지 총리실이 감찰을 했다. 한 조직을 이렇게 파도처럼 한꺼번에 몰아붙이면 관료들이 일을 못한다. 공무원들을 위축시키면 공무 수행의 수혜를 받아야할 대상인 국민들이나 기업들도 덩달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행정기관이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중범죄 혐의가 드러났으면 모를까, 그런 상황도 아닌데 이렇게 하면 그런 정부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 방통위 직원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 김창룡 방송통신위윈회 전 상임위원 |
ⓒ 이희훈 |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검찰은 엄청난 큰 범죄가 있는 것처럼 난리를 쳤다. 그런데 정작 위원장은 구속되지도 않았고 위원장 영장 청구 내용을 보면 '점수 수정' 혐의는 빠져 있다. 정말 의도가 있었다면 2020년 당시 TV조선 심사에서 재승인 기준 이하(650점)로 점수를 줬어야 맞다. 하지만 TV조선은 재승인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당시 TV조선은 재승인을 받았다는 것 자체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뒤늦게 이를 문제 삼아 몰아붙이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된다.
언론 보도도 문제다. '점수 조작'이라고 떠들었던 언론들은 다 어디 있나. 검찰은 '점수 수정'을 주요 범죄 혐의로 보고 수사했는데, 정작 한상혁 위원장의 구속 영장에는 왜 그 혐의가 빠졌는지 언론들이 물어야 할 것 아닌가. 일부 언론들이 '점수 조작'이라고 검찰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말을 쓰는데,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선 중립적 단어로 '점수 변경' 내지 '점수 수정이라고 해야 한다."
- 지난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TV조선을 비롯해, 올해 재승인 심사를 받은 방송사들이 유례없이 높은 점수를 받으며 무난하게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사실상 재승인 심사 제도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제 재승인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 구성도 쉽지가 않다. 괜히 심사를 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고, 자칫하면 저렇게 구속까지 될 수 있을 것이란 인식이 퍼져있다. 지난번 심사 때도 심사위원 구성이 정말 쉽지 않았다. 위축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점수를 짜게 줬다가 문제가 생길까 해서 점수를 올려주는 이런 풍조가 조성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YTN 매각, 정부 비판 미디어 손보겠다는 의도"
- YTN의 지분을 가진 공기업들이 지분을 매각하려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도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보나?
▲ 김창룡 방송통신위윈회 전 상임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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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지 되묻고 싶다. 미디어 정책이라는 걸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미디어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방식은 어떤가.
"매우 문제가 많다. MBC의 대통령 비속어 보도 사건을 볼 때, MBC만 딱 찍어서 마치 거짓말하는 혐오 집단으로 몰아붙였다. 권력이나 대통령을 감시 견제하는 역할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미디어는 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미디어가 소통이 되고 있나. 소통을 하겠다고 용산으로 옮기면서 제일 먼저 내세운 게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이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국민들에게 정책 설명이나 홍보도 안 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직접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하는 것은 그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 대응 논리로 '가짜뉴스'를 자주 이야기한다. '가짜뉴스'를 연구한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보나?
"정치인들은 '가짜뉴스'란 용어를 자기 편의적으로 쓴다. 용어 자체를 남용 내지 오용한다.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짜뉴스라고 하지 않나. 대통령이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하는 건 책임감이다. 대통령의 결정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이 이런 책임을 잘 수행하느냐를 언론이 감시, 견제한다. 그런데 지금은 언론의 지적과 견제를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해명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사라졌다. 일방적으로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고, 대통령이 하는 말만 믿으라고 하는 거 아닌가. 내 멋대로 하겠다는 건 고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대통령의 실패는 국민의 실패"
- 다수 언론들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학자의 관점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공감한다. 언론이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대통령과의 소통을 요구해야 한다. 대통령이 여론을 반영하지 않고 여론을 듣지 않는 건 독재자의 행태다. 그런데 정작 주요 미디어들이 대통령의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 국민이 알아야 할 소식들을 외국 언론을 통해서 안다는 건 한국 언론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지지율 하락을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히 콘크리트 지지층만 끌고 가겠다는 것은 정말 자살행위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실패는 국민의 실패다. 대통령이 장관들 데리고 술을 마시고 의원들이 거기에 도열을 하고, 이런 대통령의 흐트러진 모습이 공개된다는 건 대한민국이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다.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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