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평양 갈까…'수교 60년' 캐나다 의원단이 착잡함 느낀 곳

전수진 2023. 4.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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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캐나다 의원단과 박경애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 교수가 13일 창덕궁 인정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전민규 기자


"그 가느다란 (군사분계)선 하나가 남과 북을 가르고 있다니, 착잡했습니다. 그 선을 잇는 가교 역할을 캐나다가 할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나다 유엔 파우 우 의원에게 지난 12일 판문점 방문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우 의원은 알리 에사시 의회 외교위원장 등, 동료 의원 총 6명과 함께 지난 9~13일 한국을 찾았다. 캐나다 의원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이는 박경애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 교수. 이번 방한은 한국과 캐나다의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이뤄졌다.

이들은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및 사무처 고위 인사 등을 두루 만나는 한편, 11일엔 판문점, 12일엔 창덕궁 등 여러 명소를 방문하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국회에선 약 3시간에 걸쳐 외교·안보뿐 아니라 정치·경제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해 토론을 했다. 주한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대사들과 별도 만찬 일정도 소화했다.13일 오전 창덕궁에서 이들을 만났다.

지난 12일 판문점을 방문한 캐나다 의원단과 박경애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 [본인 제공]


이들은 철쭉이 한창인 창덕궁과 비원의 화사한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전날 판문점 방문의 여운을 곱씹었다. 창덕궁엔 봄이 왔건만 한반도의 평화는 아직도 한겨울이라는 점에 안타까워했다. 에사시 외교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북녘을 바라보며 캐나다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더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에사시 위원장은 "지난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한 범정당 스터디 그룹'이란 걸 만들었는데, 이번 방한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동료 의원들과 어서 나누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우 의원 역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캐나다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번 방한 결과를 토대로 스터디 그룹에서 겸허한 자세로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귀국하면 캐나다 의회는 물론 정부 및 학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의원단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일 환담하고 있다. 권 장관 바로 옆은 이번 의원단을 이끌고 방한한 박경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 [통일부 제공]
지난 11일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난 캐나다 의원단과 박경애 UBC 교수. [외교부 제공]


캐나다는 한반도에서 사실 키 플레이어로서 잠재력이 크다. 그 핵심 연결고리가 박 교수다. 박 교수는 2011년부터 북한 김일성대를 포함한 최고 수준의 대학 교수들 50여명을 UBC로 초청하는 '지식교류협력프로그램(KPP)'을 만들고, 이끌어왔다. 방북 횟수 역시 20회를 훌쩍 넘는다. 팬데믹 시기엔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곧 북한의 지식계층과 함께 KPP를 통해 북한 경제 발전을 일구어가고 싶은 것이 박 교수 평생의 꿈이자 미션이다. KPP는 북한 노동당이 발간하는 노동신문에도 기사가 게재됐을 정도로 북한 당국의 인정을 받았다. 북한 체제를 잘 이해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온 박 교수가 맺은 결실이다.

박 교수는 이번 판문점 방문에 대해 "7~8년 전, 북측 판문각을 방문해 커피를 마시며 남측을 바라보았던 추억이 생생했다"며 "군사분계선이 인위적으로 가르고 있는 남과 북을 다시 평화로 이끌 수 있도록 캐나다가 할 수 있는 바를 앞으로도 적극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원단 방문을 연례 행사로 발전시키고, 가능하다면 평양과의 연계도 도모하고 싶은 것이 그의 포부다.

유엔 파우 우 캐나다 의원과 박경애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 교수 전민규 기자


이번 의원 방문단은 한반도뿐 아니라 국제 사회 전반적으로도 한국과 캐나다의 협력을 넓히고 싶다는 의지도 보였다. 에사시 외교위원장은 "캐나다도 약 한 달 전,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고, 한국의 관련 정책 기조에도 관심이 크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 박수를 보내고, 올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캐나다 양국이 함께 국제사회에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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